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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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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위나 Dec 03. 2020

나는 너를 계란 한 판 해

나는 매일 계란을 요리한다.




 "탁"

 계란을 가스레인지 모서리에 툭 하고 부딪힌다.

 계란 껍데기 깨지는 소리, 그리고 갈라진 틈을 양손 두 엄지손가락으로 비집고 눌렀을 때 느껴지는 껍질의 두께감을 느끼면서 잘 달궈진 프라이팬 위에 계란을 투하시킨다.

 '이번 계란은 괜찮군'

 바쁜 아침 시간마저 무장해제시키는 계란 품평의 시간, 나는 매일 계란을 깨뜨린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모른다. 그 녀석이 계란만 고집하던 때가..

 아기 때 완모수를 했고, 그 이후에는 이유식을 먹었다. 당시 전업주부였던 나는 각종 이유식을 만들어 먹였는데 정말 잘 먹었다. 하지만 밥으로 넘어갈 때부터 먹는 것을 가렸다. 잘 씹지 못해서였을까, 나의 오래된 기억으로 추측하건대,  녀석은 스스로 먹는 것을 정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늦은 발달로 말을 잘 못했고, 먹는 것에 대해 예민했고, 잘 바른 생선살, 계란, 부드러운 햄이나 두부 등등 아이의 편의에 따라 편협된 종류의 식단을 고집했다.  나는 그 고집을  막지 못했고, 녀석이 점점 커감에 따라 그것만이라도 잘 먹어주는 것에 다행이고 감사할 따름이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급식을 먹는데, 밥과 국, 또는 맘에 드는 반찬 한 가지만 골라서 아주 적은 양만 먹었다.  중학교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학교에서 먹는 둥 마는 둥 해서 집에 와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으로 허겁지겁 먹는 것이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자 특수반 선생님이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으로 도시락을 싸서 보내라고 했다. 아이가 이미 고정된 식습관으로 지도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다. 대신 좋아하는 것을 먹어서 체력 유지에 중점을 두자고 하셨다. 이때부터 도시락 반찬을 싸게 되었다. 성인이 되어 복지관에 다니는 지금도 매일 아침 도시락 반찬을 만든다.


 신기하게도 그 녀석은 라면과 치킨(이 역시 정해진 종류만 먹는다)을 좋아한다. 역시나 대한민국 유전자가 장착되어 있음에 틀림없다. 주말이 되면 어김없이 치킨, 피자(야채 없는 피자)를 시켜달라고 한다. 나는 어김없이 전화번호를 누른다.

  다른 가족들 먹을 음식을 요리하는 나에게  녀석이 다가온다.

 "엄마, 뭐 만들어?"

 "응, 김치찜. 너도 먹어볼래?"

 녀석은 줄행랑을 친다.

 그래도 매번 나의 요리 메뉴를 확인한다. 아빠와 엄마, 형과 여동생이 먹는 것에 호기심을 갖는다. 언젠가 함께 먹을 날이 올까..


 







 나는 매일 계란을 깨트린다.

 툭, 툭툭,

 하루아침에 대여섯 개는 기본이다.

 다른 가족도 함께 먹게 될 때는 어제 사온 한판의 계란이 반은 훌쩍 줄어든다.


 "양계장을 할까.."

 "아파트만 아니라면, 닭을 키울 법도 한데... 한두 마리 갖고는 안 되겠어 ㅎ"


 계란을 너무 자주 사게 되니, 직장 근처와 집 근처의 마트에서 번갈아 구입을 한다. 누가 나 같은 사람이 뭐를 사는지 알게 뭐람, 하지만 몇 달, 일이 년 다니는 것도 아니고 은근 신경 쓰이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매일 계란을 요리한다. 계란 프라이를 하고, 계란 지단을 부치고, 계란찜을 하고, 두부를 으깨어 계란과 섞어서 동그랗게 지지고, 햄을 잘라 계란에 풀어서 부친다. 열심히 돈 벌어서 계란을 사 나른다.

 성인이 된 녀석은 퇴근한 엄마에게 어슬렁어슬렁 다가와서 툭 내던진다.

 "엄마, 밥 줘, 배고파."

 "뭐 해줄까?"

 "음.. 계란밥"


 나는 녀석을 계란 한 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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