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국제시간여행자연합 ITA
그날은 사월 초파일로부터 딱 일주일이 지난 날이자, 리 치앙 씨가 싱가포르로 돌아가기 하루 전날이었다.
늦은 밤 홍차 한 잔을 타서 방으로 돌아온 리 치앙 씨는 자신이 머물고 있는 방에 멋대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하고선 의외라는 듯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흠, 이 야심한 시각에 뭘 하는 거지? 혹시나 잊었을까 봐 말해 주자면 여긴 내 방인데.”
“알고 있어요.” 나는 태연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작은 탁자에 홍차가 담긴 잔을 내려놓은 리 치앙 씨가 목이 긴 의자에 걸터앉았다.
“뭔가 할 말이 있다는 얼굴인데. 맞나?”
나는 리 치앙 씨를 향해 옅게 웃어 보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는 연합에서 내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어른이었다. 그는 성격이 매서운 불 같기는 해도 호탕하고 뒤끝이 없었다. 때와 장소를 가리며 적절한 조언을 할 줄도 알았다. 속이 도통 들여다보이지 않는 깊은 물 같은 사람보다야 리 치앙 씨를 대하는 것이 훨씬 마음이 놓였다.
리 치앙 씨는 홍차를 내 앞으로 살짝 밀어 주었다.
“내가 마시려고 했는데. 보아하니 그쪽에 더 필요한 것 같군.”
마시라는 듯 리 치앙 씨가 고개를 까딱해 보였다. 나는 찻잔을 손끝으로 살짝 감싸쥐며 운을 떼었다.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아무렴, 물어보고 싶은 것도 없이 괜히 이 야밤에 여길 찾아왔으려고.”
나는 일렁이는 홍차의 표면에 잠시 시선을 주었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 저희가 연합에 입단하기 전에 가장 먼저 받게 되는 서신 아시죠.”
“그래. 그 ‘신규 요원을 위한 편지’인지 뭐시기인지 말이지. 그게 왜?”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거기에 이렇게 적혀 있잖아요. 시간은 흐르는 강물이 아니라 거대한 호수라고. 모든 물이 제자리에 멈춰 있고, 움직이는 건 우리의 의식일 뿐이라고.”
리 치앙 씨가 피식 웃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기억하고말고. 내가 15년 전쯤 그 서신의 초안을 쓰는 데 일조했으니까. 1999년과 2019년과 2099년은 제자리를 가만히 지키고 있을 뿐이라는 말도 적혀 있지. 한국 지부 서신은 연수가 쓴 걸로 알고 있는데, 내가 쓴 문구를 어떻게 잘 가져다 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서신도 똑같아요. 그 말이 그대로 적혀 있어요.”
나는 고개를 주억거린 뒤 말을 이었다.
“........ 그런데, 시간이 정말 거대한 호수가 맞나요? 모든 시간이 제자리를 가만히 지키고 있는 게 맞나요?”
내 물음에 리 치앙 씨가 상반신을 당겨 앉았다. “여기부터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인가 보군.”
지금까지의 느슨한 눈빛은 온데간데없이, 리 치앙 씨가 삽시간에 예리하게 벼려진 눈초리로 되물었다.
“묻고 싶은 게 뭔가?”
나는 붙잡고 있던 찻잔에서 조심스럽게 손을 떼었다. 입이 천천히 열렸다.
“과거가 멋대로 변할 수도 있나요? 제가 손을 쓰지 않았는데도요.”
옅은 빛깔의 홍차 위로 적막이 내려앉았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나를 빤히 바라보던 리 치앙 씨가 입을 열었다.
“자네가 손을 쓰지 않았는데 과거가 바뀌었다면 그건 둘 중 하나겠지.”
리 치앙 씨가 손가락 두 개를 들어 보였다.
“첫째. 다른 타임워커가 자네의 과거를 직접적으로 바꾸었거나.”
손가락 하나를 접은 채 검지만 치켜든 리 치앙 씨가 말을 이었다.
“둘째. 다른 타임워킹의 연쇄 작용으로 인해 자네의 과거가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았거나. 마치 나비효과처럼.”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 케이스가 많이 있나요? 분명 당사자는 현재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별안간 갑자기 과거가 바뀌어 버리는 일이.”
리 치앙 씨는 탁자를 톡톡 두드리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는 않아. 이론적으로 앞서 말한 두 경우는 모두 가능하지만, 실제로 연합의 타임워킹 관리는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엄격하니 말이야. 물론 모든 과거의 연쇄 작용을 연합이 모두 예측하고 모니터링할 수는 없고, 때로는 어떤 한 행동의 변화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다른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긴 하지만.”
나는 물었다.
“타임워킹과 관계없이 과거의 제가 갑자기 다르게 행동할 수도 있나요?”
그러자 리 치앙 씨의 눈이 가늘어졌다. 잠시간 생각을 주워섬기던 리 치앙 씨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런 경우는 본 적이 없지만, 실제로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는 일이지. 내가 못 보았다고 해서 무조건 없는 일이 되는 건 아니니. 그런데,”
리 치앙 씨가 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마음에 짚이는 게 있어서인가?”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 네.”
더 이상 말을 잇지 않는 나를 보던 리 치앙 씨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이것이 내가 리 치앙 씨를 찾아온 이유였다. 그는 상대에게 자신만의 영역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하고픈 말을 상대의 면전에 직설적으로 쏟아낼지언정, 남이 딱히 보여 주지 않고 싶어하는 서랍을 멋대로 열어 보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내가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으니 그는 그냥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갈 것이었다.
“무슨 고민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상 일에는 언제나 예측 불가능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사실 정도만 인지해 두라고. 특히나 우리 같은 타임워커들의 세계에서는 불규칙성이 규칙성을 압도하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가 입도 대지 않은 홍차를 도로 가져가 한 모금을 홀짝였다.
나는 말없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가 말하는 ‘우리’ - 그러니까 타임워커에 나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지만, 어쨌든 내가 발을 딛고 있는 곳은 불규칙성이 규칙성을 압도하는 세계였으니 맞는 말이었다.
리 치앙 씨와 데이비드 씨가 모두 한국을 떠나 본국으로 돌아가고, 우리는 또 다시 짧은 늦봄을 즐겼다. 나와 다현은 마음 한켠에 그 사고의 찜찜함을 떨쳐 버리지 못한 상태이기는 했지만.
또 다른 구제 대상 사건이 발생한 것은 유월의 초입에 들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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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올해는 여름 엠티 어디로 가?”
소파에 드러누워 있던 효신이 대뜸 내뱉었다. 치약을 짠 칫솔을 든 채 화장실이 있는 쪽에서 걸어나오던 해솔이 그 말에 냅다 질색했다.
“뭐, 엠티? 너 여기가 대학교로 보이냐?”
“아니, 우리 매번 가던 여행 있잖아? 그게 엠티지 그럼 뭐라고 불러?”
효신이 대꾸하자 방금 막 계단을 내려온 연수 형이 고개를 내밀었다.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
성마른 칫솔질을 하던 해솔이 효신을 가리켜 보이며 일러바치듯 이야기했다.
“아니 형, 얘가 엠티 가자는데요?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엠티? 아아, 작년처럼 놀러가자고?” 연수 형이 탁자 위에 놓인 감자칩 봉지를 집어들며 말했다.
작년 여름에 우리는 타이페이로 여행을 다녀왔다. 사실 말이 좋아 여행이지, 타이페이에서 열렸던 아시아 연합본부 정기 회의에 참석도 해야겠다 겸사겸사 다녀온 것이었다.
매년 아시아 연합본부의 정기 회의 즈음 앞뒤로 날을 잡아 회의 개최국을 이곳저곳 누비는 것은 우리의 짧은 전통 아닌 전통이었다.
효신은 말이 통하지 않는 해솔을 버려둔 채 타겟을 바꾸어 연수 형에게 말했다.
“우리 올해는 어디 안 가요? 다음 분기 회의 장소 슬슬 나올 때 안 됐나?”
“장소 떴던 거 같은데. 어디였더라?”
연수 형이 감자칩을 바삭 소리가 나게 씹어 삼켰다.
“홍콩이었나 그랬던 거 같은데.”
그 말에 효신이 눈을 반짝였다. “홍콩! 딱 좋네. 우리 그때 맞춰서 디즈니랜드 가요.”
양치를 하던 해솔이 다시금 경악했다. “그 사람 득시글거리는 데를 가자고? 진짜 너무 싫어.”
“좀 조용히 해 봐. 오빠한테 가자고 한 거 아니잖아.” 효신이 내뱉었고,
“너 어차피 나도 끌고 갈 거잖아.” 해솔이 맞받아쳤다.
“아 따라오지 말던가 그럼. 마음대로 해.” 효신은 손을 뻗어 옆에 놓인 핸드폰을 쥐었다.
“티켓 어느 정도 하지? 미리 끊어 놓으면 좋은데.”
일견 차분했지만 나름대로의 들뜸을 숨기지 못하는 효신의 모습에 해솔은 질린다는 듯 인상을 썼고 연수 형은 픽 웃어 보였다.
“전용 웹사이트에서 하면 되나? 홍콩…….”
효신이 중얼거리며 열심히 무언가를 찾던 와중이었다.
“디즈니랜드……. 응?”
갑작스레 튀어나온 의문 섞인 목소리에 우리는 효신을 힐긋 바라보았다.
평소보다 살짝 커진 눈으로 진지하게 핸드폰 화면을 응시하던 효신이 몸을 돌려 우리를 보았다.
“어……. 디즈니랜드 못 가겠는데요?”
“왜?”
우리의 물음에 효신이 난감한 얼굴을 했다. 무언가 설명하려던 효신은 도로 입을 다물고는 핸드폰 화면을 돌려 우리를 향해 내밀었다.
연수 형이 손을 뻗어 효신이 내민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화면에 시선을 주던 연수 형과 해솔의 낯빛이 너나할 것 없이 순식간에 변했다.
“디즈니랜드에서 총기 사고 났어요. 3시간 전 기사예요.”
한껏 줄어든 효신의 목소리가 화면 맨 위를 채운 굵은 글자 위로 내려앉았다.
홍콩 디즈니랜드서 대규모 총격 사건… 사상자 수십 명 발생 (종합)
“....... TV 켜 봐.”
낮게 깔린 목소리로 연수 형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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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잡한 화기가 발사되는 소리가 들린다. 탕, 탕.
소리 높여 아우성치는 사람들이 썰물처럼 사방으로 빠져나간다. 그 뒤를 따라 각종 디즈니 캐릭터 가면을 쓴 남자들이 발빠르게 움직이며 앞, 뒤, 그리고 양 옆을 향해 총기를 들이민다.
현지 시각으로 오전 11시 20분 경 발생한 이 사고는 …….
이내 터져 나오는 사람들의 비명을 기자의 침착한 목소리가 덮는다.
“미국도 아니고 홍콩에서 총기 난사가 발생했다고? 말이나 되나?”
연수 형이 TV 너머의 광경을 보며 짧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눈치 좋게 제 태블릿을 TV와 연결한 해솔이 말을 받았다.
“사제 총기라는 것 같아요. 범인은 한두 명이 아니라 집단이고.”
“몇 명쯤 되는데?”
연수 형의 물음에 기사를 뒤적이던 해솔이 답했다. “일단 지금까지 검거된 건 다섯 명이래요. 도주 상태인 범인이 두세 명 정도 더 있다는 것 같고. 살상력이 진짜 총기보다는 살짝 못하지만 근거리에서 충분히 사람을 해칠 정도는 되어서 사상자가 꽤나 나왔대요.”
이윽고 태블릿과 연결된 TV 화면에 뉴스 기사가 주르륵 떴다.
쏟아져 나오는 뉴스들의 헤드라인은 대개 비슷했다. 홍콩 디즈니랜드, 신원 미상 남성들, 사제 총기 난사.
“맨 위에 기사 눌러 봐. 사망자가 몇 명이야?”
연수 형이 까딱 고갯짓을 해 보이자 해솔이 뉴스 기사를 클릭했다.
현재까지 사망이 확인된 사람은 총 35명, 병원으로 이송된 사람은 10여 명 남짓이라는 것 같았다.
효신이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중얼거렸다.
“........ 저 정도 규모면 무조건 구제 대상 확정일 텐데. 홍콩 지부에서 애 좀 먹겠네요.”
“그렇……. 아니, 잠깐.”
효신의 말끝을 비집고 해솔이 의문에 찬 목소리로 내뱉었다.
“홍콩 지부가 아직 존재하던가?”
그 말에 연수 형이 해솔을 바라보았다. 두어 번 눈을 깜빡이던 연수 형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 그러게. 작년 말에 크리스 웡이 건강 악화로 은퇴를 했는데, 그 사람이 홍콩 지부 소속 마지막 요원 아니었나?”
다현이 덧붙였다. “그 뒤로 홍콩 지부에 새로 누구 들어왔다는 얘기는 못 들어 봤어요.”
“그렇지? 내가 알기로도 그래. 그럼 홍콩 지부에 남아 있는 사람이 없을 텐데.”
“인근 지부로 통합되려나. 중국 지부나 뭐 다른 데로.” 해솔이 혼잣말처럼 내뱉었다.
그러자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효신이 끼어들었다.
“설마 저희한테 오지는 않겠죠? 저 사건.”
그 말에 모두가 별안간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믿고 싶지는 않았으나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해솔이 고운 미간을 찌푸렸다. “장난해? 그 근처에 지부가 얼마나 많은데. 가까운 중국이나 싱가포르는 뭐 하고?”
효신이 외쳤다. “우리 짬처리 전문이잖아! 벌써 잊어버렸어? 틈만 나면 인력 없다는 핑계로 우리한테 사건 내던지는 지부가 한둘이야?”
과연 그 말에는 틀림이 없었다. 우리의 인원은 고작 다섯인데도 불구하고, 저들끼리 약속이라도 한 것마냥 매년 최소 한두 개씩은 우리에게 사건을 대리해 달라고 부탁 아닌 부탁을 던지곤 하는 다른 아시아 지부들은 대놓고까지는 아니어도 은근한 스트레스였다. 연수 형이 웃는 낯으로 아시아 연합본부 회의에서 타 지부장들을 조곤조곤 말로 조져 놓아서 그나마 일 년에 한두 건으로 그치는 것이었다.
“아, 진짜 제발. 작전 좀 작작 나가고 싶다고.”
해솔이 머리칼을 마구 헝클어뜨렸다. 연수 형이 해솔의 팔을 부드럽게 잡아 말렸다.
“너보고 가라고 안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해솔아.”
그 촌극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효신에게로 고개를 돌려 속삭였다.
“효신아, 너 얼른 방금 한 말 취소해. 부정 탄다.”
효신이 입을 헙 틀어막았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나는 마음 한구석에서 피어오르는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사건이 우리 소관이 되면 어쩌지, 하는 작은 불길함을.
아니나 다를까, 내 직감이 대체로 들어맞는 편이라는 사실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입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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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만 생각해도 내가 지난 회의 때 너무 유순하게 말했나 싶어. 우리 지부에 짬처리하지 말라는 뜻을 다들 제대로 못 알아들었나?”
태블릿을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은 연수 형이 싱긋 웃으며 내뱉었다. 다정한 낯에 다정한 말투였지만 형이 화가 나 있다는 사실을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턱을 괸 채 해솔이 툭 내뱉었다. “유순이요? 형이요?”
효신이 거들었다. “오빠 지난 회의에서 진짜 살벌하게 잘 털었어요. 두 번 유순했다간 다른 지부 지부장들 전부 제명에 못 살아서 단체로 보궐선거 하게 생겼네.”
연수 형이 태블릿 화면을 가리켜 보였다. “그럼 왜 다들 이 모양이냐고. 내가 그렇게까지 말했는데 뭐 깨닫는 게 없나?”
화면에 떠 있는 것은 아시아 연합본부 차원에서 내려온 공지였다. 리 치앙 씨가 손수 작성한 아시아 연합본부의 서두를 시작으로 ITA 중국 지부와 싱가포르 지부의 공손한 부탁이 담긴 서신이 주르륵 뒤를 이었다.
“진짜 딱 예상했던 두 놈들이네요.”
해솔이 스크롤을 내리며 짧게 혀를 찼다. 다른 지부를 ‘놈들’이라고 칭하는 것만 봐도 해솔의 깡은 연수 형 못지않았다.
“얘네는 매번 인력이 없으니까 도와달래. 우린 뭐 사람이 남아도나?”
“근데 진짜 중국은 왜 그렇게 타임워커가 적어요? 그 땅덩어리에 인구가 몇인데.”
효신의 질문에 연수 형이 답했다.
“중국은 타임워커인 걸 숨기고 사는 경우가 더 많아서 그럴걸. 정치적인 이슈를 고려하면 ITA 중국 지부가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도 신기한 거고…… 사실 우리 지부가 국가 인구수에 비해 규모가 큰 것도 맞아. 이 좁은 땅에 타임워커가 다섯이나 있는 게 기적 같은 일이지.”
“그쪽 사정이야 어떻든 알 바 아니고. 짬처리 좀 그만했으면 좋겠는데.” 해솔이 못마땅한 한숨을 내뱉었다.
“공지에는 뭐라고 써 있어요?” 다현이 연수 형이 들고 있는 태블릿을 가리켜 보이며 물었다.
“딱히 볼 필요는 없어. 매번 하는 말 똑같이 써 있지 뭐.”
“그래도 한 번 읽어는 봐야죠.” 다현은 몸을 기울여 태블릿 화면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다현이 태블릿의 밝기를 높이자 글자가 한층 선명해져 뒤편에 앉은 우리의 눈에도 잘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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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녕하십니까, ITA 아시아 연합본부 본부장 리 치앙입니다.
아시아 연합본부의 든든한 기둥인 한국 지부께, 중국 지부와 싱가포르 지부에서 보내 온 부탁의 말씀을 전달드리고자 본 안내를 드립니다.
우리의 이념인 사회적 책임 실현을 다하는 데에 있어, 모든 지부는 하나의 공동체와도 다름없습니다. 같은 공동체의 일원을 위해 기꺼이 솔선수범하는 한국 지부는 언제나 아시아 연합본부 전체의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고에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아래는 중국 지부와 싱가포르 지부에서 보낸 서신의 전문입니다.
과실이 있는 곳에 책임이 있나니,
한국 지부의 시간에 행운이 깃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