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에 가다] : 8월, 계절학교

열한 번째 이야기

by 그린

계절학교? 그게 뭐야?

독자적 커리큘럼을 택해 운영되는 대안학교들 중에는, 학교에 관심이 있어 입학 신청을 고려하는 예비 학생들을 위해 학교의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단기 캠프를 운영하는 곳들이 많습니다. 우리의 경우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각각 여름계절학교와 겨울계절학교를 열어, 학교 입학을 고민하는 초등학생 아이들을 대상으로 학교에 3박 4일 정도 머무르며 각종 체험 행사와 더불어 학교의 일상을 맛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이 '계절학교'는 선생님과 재학생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운영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재학생들에게 사전 신청을 받아 계절학교 자원봉사자를 선발하게 됩니다. 그러니 만일 계절학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면, 휴식을 실컷 즐기고 방학의 한가운데에 도달할 때쯤 다시 학교를 방문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도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한여름의 학교로 떠나 계절학교의 풍경을 잠시 엿보고 오도록 할까요?



여름계절학교

계절학교 당일, 봉사자들은 아침 일찍 학교로 향하게 됩니다. 방학식 이후 내내 고요했던 학교가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방문에 힘입어 약간의 생기를 되찾는 순간이죠. 학교에 도착하면 각자 자신의 이름표를 달고, 교무실에 쪼르르 모여 앉아 계절학교 참여 학생들에게 나누어 줄 이름표를 만들어야 합니다. 평소와 달리 적막함이 감도는 기숙사로 들어가 참여 학생들이 사용할 침구류를 꺼내고 나르는 것 역시 계절학교 시작을 앞두고 봉사자들이 해야 할 중요한 업무 중 하나입니다.

계절학교 시작을 위한 준비를 마치면 자원봉사자들과 선생님들이 모여 참여 학생들의 조를 편성하고, 봉사자들 중 각 조의 조장을 맡을 사람을 정합니다. 조장을 맡은 봉사자는 자신의 조에 속한 아이들을 책임지고 통솔하게 되죠. 매년 계절학교 기간 동안 재학생들 사이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재미있는 일이 꼭 하나씩 발생하기 때문에, 봉사자 학생들은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아이들을 기다리곤 합니다. 올해 계절학교에는 어떤 아이들이 올까요?

참여 학생들이 주로 머물 공간인 기숙사 로비 곳곳에 안내문을 붙이고 여러 작업을 처리하다 보면, 학생들이 하나둘 학교에 도착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주차 및 길 안내를 맡은 학생들은 곧장 운동장으로 나가 차량을 통제하고 길을 안내하며, 접수를 맡은 학생들은 책상 앞에 앉아 도착한 학생들의 이름을 확인하고 안내사항을 설명해야 합니다. 참여 학생들이 모두 모이면 본격적으로 계절학교 프로그램이 시작됩니다.


각종 체험 행사

학교의 생활을 체험하는 취지의 행사이지만, 아이들이 아직 초등학생임을 감안해 실제 수업과 일과표를 그대로 따라하기보다는 여럿이 함께할 수 있는 각종 창작활동을 위주로 프로그램이 편성될 때가 많습니다. 주로 도자기 그릇 만들기, 풍등 만들기 등이 가장 대표적인 체험활동에 속합니다. 이때 봉사자들은 옆을 돌아다니며 담소를 나누다가, 도움이 필요한 아이가 있으면 재빨리 다가가 작업을 돕고 말도 걸며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조 안에서 혹시 공동 작업에 잘 참여하지 못하고 겉도는 아이가 있다면 티나지 않게 배려하며 그 아이를 끌어들여야 하고, 아이들이 자치적으로 체계를 정해 작업을 완수할 수 있게 잘 보조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은 항상 사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간혹 같은 조 아이들의 손재주가 영 아닌 것 같다면 의도치 않게 작업의 8할을 봉사자 본인이 직접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예 활동의 특성상 사방에 재료와 잔재가 나뒹굴곤 하는데, 이것들을 제때제때 정리하는 것 또한 당연히 봉사자들의 일입니다. 도자기 그릇을 만드는 시간에는 사방을 돌아다니며 도기 제작용 흙을 줍느라 흙덩이와 비슷한 것만 봐도 저절로 몸을 숙이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열심히 조원 아이들의 근처를 돌아다니다 보면 간혹 붙임성이 좋은 아이들이 봉사자 재학생들에게 먼저 언니, 형 하고 말을 걸어올 때도 있습니다.


독서와 이야기가 계절학교 프로그램에서도 결코 빠지지 않는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은 이제 말할 필요조차 없겠죠? 재학생과 마찬가지로 계절학교 참여 학생들도 아침 독서를 진행하게 됩니다. 아침 독서 시간에 봉사자들은 교무실에 모여 음료수를 홀짝이거나, 복도를 돌아다니며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는 교실을 힐끔힐끔 구경하곤 합니다. 오후에는 도서관 홀에 함께 모여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는데, 늘 시끌벅적하던 아이들이 이때만큼은 차분히 앉아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이 쓴 글을 발표하며 열심히 참여합니다. 자원봉사자들이 가만히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달콤한 시간입니다.


저녁 나절에는 아이들을 위해 간식 행사가 열립니다. 학교 야외 공간과 실내 공간에 어묵 기계, 떡볶이 전용 냄비, 버너, 그 외 기타 조리 도구들을 세팅한 뒤 봉사자들과 선생님이 직접 요리를 합니다. 1학년 봉사자의 경우 식재료와 도구를 나르는 가벼운 업무를 맡는 것이 보통이지만, 고학년에게는 직접 요리를 감독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주어지기도 합니다. 걱정하지 말고 다년간의 취사체험과 산악등반으로 갈고 닦은 요리 실력을 편안히 뽐내면 됩니다. 계절학교의 간식 행사에서는 평소 학교에서도 특별한 날에만 맛볼 수 있는 각종 길거리 음식과 주전부리가 제공되기 때문에 이때만큼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들도 눈을 빛내며 근처를 열심히 돌아다니곤 합니다. 다만 아이들이 열심히 간식을 먹는 동안 봉사자들은 튀기고 끓이고 볶기를 수차례 반복한 이후에야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재학생들의 서러움이죠. 음식 냄새를 최소화하기 위해 야외에서 요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근처에 밝은 조명을 켜 두면 벌레들이 날아들기도 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벌레와의 사투 역시 봉사자의 몫입니다. 눈치껏 벌레들을 쫓아내도록 합시다.


저녁, 기숙사

밤이 되면 모두가 기숙사에 모입니다. 학교의 일상에서 청소를 빼고 논할 수는 없는 만큼, 저녁에는 참여 학생들이 직접 자신들이 사용한 기숙사를 청소하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재학생들의 대다수는 온갖 청소도구와 청소법에 능숙하지만, 계절학교에 참여한 많은 아이들은 그런 청소 도구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던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이 각 구역을 돌아다니며 어떤 장소를 어떻게 청소해야 하는지 알려 주어야 합니다. 오래전 오리엔테이션 때 보았던 선배들의 쇼맨십을 그대로 따라하면 되겠죠?

로비에서 얼룩 지우기 쇼가 벌어지는 날도 있습니다. 대개 선생님들이 봉사자 중 청소에 재능을 보이는 한 명을 포착해 두었다가 미리 말을 건네면, 그 학생이 기숙사 로비 한가운데 나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흰 옷(주로 적은 시간이 소요되는 양말)에 묻은 얼룩을 지우는 시범을 보이는 것이죠. 양말에 묻은 얼룩을 순식간에 지워내는 재학생 봉사자의 모습을 보고 모두가 박수갈채를 보내는 이 과정은 사실 청소 시범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쇼에 가까운 성격이기도 합니다.


계절학교의 풍등


소등 시간이 되면 방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재워야 합니다. 또래 친구들과 여럿이 모여 기숙사에서 잠을 자는 경험이 처음인 많은 아이들이 잔뜩 들떠서 소등 후에도 몰래몰래 불을 켜고 떠들며 여러 게임을 하고 놀기 때문에, 하루 일과 중 소등이 가장 까다로운 고난도 일정이 될 것입니다. 때로는 기숙사 각 방을 잇는, 하나로 연결된 공용 베란다를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베란다를 질주하는 암흑의 주자를 적발하는 것 또한 봉사자의 임무입니다.

여차저차 소등을 마치면 자원봉사자들과 선생님들끼리 한자리에 모여 그날의 일정을 되돌아보고 개선점을 회의하는 것으로 그날의 일과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오늘 일정은 제대로 진행되었는지, 내일 일정 진행을 위해 미리 유념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회의가 끝나면 비로소 다과와 함께 즐거운 담소 시간이 됩니다. 뜨끈한 방바닥에 드러누워 밤늦도록 과자와 음료수를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꼭 수학여행을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계절학교가 끝나면

시끌벅적 정신없던 3박 4일의 일정을 마치면, 아이들을 배웅하는 것으로 계절학교를 마무리짓게 됩니다. 계절학교에 온 아이들 중 실제로 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도 많으니, 시간이 흐르고 몇몇 아이들과는 선배와 후배의 관계로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의 귀가를 확인하고 나면, 선생님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정리를 끝마친 후 뒤풀이를 겸한 점심식사를 하러 학교를 나서게 됩니다. 개운한 마음으로 밥을 먹으며 지난 나흘 간 있었던 일을 꺼내 웃고 떠드는 시간입니다.






계절학교가 막을 내리면, 학교는 다시 이전처럼 적막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학생들이 모두 떠나고 홀로 남은 학교는 남은 방학 기간 동안 줄곧 고요함을 지키다가, 개학 날 다시 기지개를 켜며 오랜 잠에서 깨어날 것입니다. 여름의 무더위가 한풀 꺾일 즈음이면 저마다의 방법으로 방학을 즐긴 학생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개학식이 찾아옵니다. 2학기가 시작되는 9월의 학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keyword
이전 10화[대안학교에 가다] : 7월, 여름맞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