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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훈 Apr 16. 2023

웰 다잉(Well-Dying) : 바르게 죽기(1)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에 대처하는 방법

웰 다잉(Well-Dying)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그 간의 삶을 아름답고 평온하게 마무리하는 것을 말한다. 늘어난 평균 수명에 따른 노후에 대한 이야기나 혹은 연명치료와 같은 것들과 주로 함께 다뤄지는 소재이다. 아직 죽음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될 수 있는 20대 청년이 올바르게 죽는 법에 눈을 번뜩인 이유는 본인의 죽음 때문이 아닌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 때문이다. 죽음이라는 단어는 언제 들어도 막연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내비치고 있다. 누구나 맞이해야 하는 불변의 법칙이면서 동시에 가장 피하고 싶은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중에서도 나의 죽음만큼이나 혹은 그보다도 더 두려운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다. 부모, 자식, 친구, 연인, 아내 그리고 반려동물까지. 때때로 그들의 죽음은 산 이들을 죽음만큼이나 견딜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치게 한다. 그리고 허망하게도 누구나 사랑하는 이들을 먼저 떠나보내야만 한다.


고등학교 1학년 어느 때와 똑같던 쉬는 시간, 친한 친구와 화장실에서 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 놀리며 장난을 치고 있던 날이었다. 예상치 못한 담임 선생님의 부름에 괜히 죄지은 사람마냥 복도로 쭈볏쭈볏 걸어 나갔으나 전달받은 말은 나의 어릴 적을 함께하며 키워주신 할머니의 위독함에 얼른 찾아 뵈라는 내용이었다. 감정을 느낄새도 없이 간단히 짐을 챙겨 달려나갔고 그렇게 직접 찾아뵙기도 전에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방문 밖에서 어머니의 작은 읊조림으로 전해 들었어야 했다. 3일 간 장례식장에서 작은 액자 속에 계신 할머니를 두고 어른들은 참 많은 대화를 나누셨다. 그간 할머니가 어떻게 살아오셨는지를 알 수 있었다. 모든 가족들에게 너무나 큰 존재였고 그만큼 고생도 많이 하셨다. 할머니와 나의 나이 차이는 60살이 훌쩍 넘었고 그런 나에게도 어떤 존재였는지를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셨을지 감히 짐작이 가지 않는다. 할머니를 보내드리고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어른들만큼이나 나도 생각 정리가 필요했다. 할머니는 스무명 가까이 되는 손자, 손녀들 중에서도 유독 나를 많이 이뻐하셨고 직접 키워주셨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부모님의 품으로 돌아간 후에도 어버이날이면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쓰고 꽃을 드렸다. 서로를 끔찍이도 아꼈다. 매일 저녁마다 같은 시간이면 통화를 하고 특히나 일요일 저녁 '도전! 골든벨' 속 문제가 40번대를 넘어서면 매번 전화가 오셔서 손자가 골든벨 나오는 모습 한 번 보는게 소원이라고 같은 말씀을 반복하셨다.


할머니와의 남다른 유대를 가졌던 나는 한동안 속상함만큼이나 아쉬운 감정에 휩싸여있었다. 그간 건강이 좋으신 편도 아니었고 연세도 적지 않으셨다. 하지만 나는 할머니의 죽음에 대해 조금의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다. 부모님은 고등학생이었던 나를 배려해 할머니의 건강에 대해 별다른 말씀을 안 하셨고 덕분에 나는 당시 할머니의 상황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내가 속상함만큼이나 아쉬운 감정을 느꼈던 이유는 생전에 '마무리'를 함께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나의 인생에서도 할머니의 인생에서도 서로의 존재는 작지 않았고 그 점에 있어서 우린 준비가 필요했다. 흔히 말하는 마음의 준비 따위가 아닌 마지막을 위한 진짜 준비가 필요했다.


할머니와의 이별을 통해 겪은 감정과 생각에 대한 정리. 이후에 겪은 할아버지와의 이별. 부모님에 대한 태도. 스스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Well-Dying'이라는 단어를 통해서 전하고자 한다.



웰 다잉(Well-Dying) : 바르게 죽기(2)  "오늘 현관에서 나올 때 본 부모님의 모습이 마지막이라면?"


위 글은 처음이라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운 현생 1회 차 한 20대 청년이 기록하는 일, 사람, 환경 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또 다른 이에게는 공감이 또 다른 이에게는 지난날에 대한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청춘기록 #청춘을글이다 #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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