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 능력은 부족하면서도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마음.
나는 팀 프로젝트에서 프로젝트 관리(PM)와 기획 업무를 맡고 있다. 개발자들과 함께 일하다 보면 종종, 아니 자주 자격지심을 느낀다. 개발 요구사항 맞춰 구현을 하는 개발자는 결과물이 가시적이고 정량적인 성취도 평가가 가능하다. 그에 비해 나의 업무는 작업물이 눈에 보이지 않고 정량적으로 평가하기가 힘들다. 이런 자격지심 때문이었을까. 나는 오기를 부렸다. 개발 요구사항의 한 부분을 내가 구현하겠다고 주장했다.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 코딩의 기본(C++, Java)은 배웠고 어느 정도 읽을 줄도 안다. 그래서 조금만 고생하면 어설프게라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프로토타입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이런 도전은 나를 성장하게 할 테니까.
그 도전이라는 것에는 범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한 달 정도 지났을 때였다. 나는 해결하지 못할 문제를 들고 끙끙 앓으며 스스로의 무능력함에 무기력해지고 있었고, 정작 내가 해야 하는 일인 기획과 프로젝트 관리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평가를 잘 받고 싶다는 욕심은 아니었다. 입만 터는 기획자나 일 맡기고 탱자탱자 노는 PM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가 함께 참여하는 팀 프로젝트가 정말 좋은 결과물로 나왔으면 좋겠고, 그 결과물에 무언가 내가 기여를 하고 싶었다.
개발에 도전하는 대신, PM과 기획 업무에 대해 더 이해해야 했다. 그 업무가 나에게는 마치 조모임에 무임승차하는 '프리라이더'로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에게 일을 주기만 하고 정작 나는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팀원들이 보기에도 나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비칠까 봐 두려웠다. 나는 PM과 기획 업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이었으니까. 갑자기 화가 났다. 나는 대체 언제까지 아마추어로 머물러 있을 생각인가? 처음이라는 방패를 대체 언제까지 쓸 생각이란 말인가?
팀원들에게 내가 욕심을 부린 것에 대해 사과를 하고 개발 업무를 넘기면서 이번 일은 일단락되었다. 우리의 프로젝트는 지난가을부터 시작되었는데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프로젝트가 이토록 루즈하고 딜레이 되는 데는 PM의 책임이 크다. 이제라도 깨달은 것에 감사해야 하는 거겠지. 자괴감에 빠져있기보다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스스로를 다독이고 또 채찍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