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나는 노인들

소변 주머니와 땀으로 얼룩진 현장

by K 엔젤
7am-3pm 이 아침 근무 시간이다

오늘은 아침 6시에 모두 모여, 7시 근무 투입 전 오리엔테이션처럼 앞으로의 일정을 다시 확인했다.
오늘 해야 할 일, 그리고 앞으로 4주 동안 실습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인솔자가 강조한 건 단순했다.
“실습의 최종 목표는 환자들에게 최고의 도움을 주는 것. 그리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모든 클라이언트를 돌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



1주 차에는 전반적으로 기관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살펴보고, 담당 HCA(Health Care Assistant, 건강 관리 보조자)와 함께 차팅(Charting, 기록)을 포함한 업무를 배우는 것이 목표다.
이 기간에는 리프팅(Lifting, 들어 올리기) 기계를 사용하거나 환자에게 직접 음식을 먹이는 일은 하지 않는다. 대신 가능한 많은 환자들과 접촉하며 현장을 익히는 데 집중한다.

오늘까지는 도움이 많이 필요한 환자들을 주로 케어했고, 내일부터는 보다 독립적인 환자들도 함께 돌보며 두 그룹의 차이점을 직접 경험해 보기로 했다.


2주 차에는 두 명이 한 조가 되어 Sit-to-Stand Lift(앉기-서기 리프트) 기구를 집중적으로 연습하게 된다.
3주 차에는 짝을 이루어 Ceiling Lift(천장 리프트)를 직접 다뤄보며, 실제 환자 케어에 적용하는 훈련을 한다.

마지막 4주 차에는 4~5명의 학생들이 각자의 능력에 따라 한 환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돌보는 실습이 진행된다.
따라서 사전에 케어 플랜(Care Plan, 돌봄 계획)을 충분히 숙지하는 것이 필수다. 케어 플랜은 간호사 스테이션에 비치되어 있으므로, 매일 확인하고 준비한 뒤 실습에 임해야 한다.


아침 회의가 끝나고 7시가 되자, 우리는 환자들이 아직 자고 있는 스테이션에 투입됐다.
어제 함께 실습했던 Taran과 또 한 번 짝을 이루었고, 어제 같이 일한 HCA와도 다시 팀이 되었다.

첫 번째로 들어간 곳은 어제 만난 인도 할머니의 방이었다.
기저귀를 갈아주고, 로션을 발라 피부를 보호한 뒤, 옷을 갈아입혀 드렸다.
그 후 리프팅(Lifting) 기구를 이용해 침대에서 휠체어(Wheelchair)로 안전하게 옮겨 화장실을 다녀오실 수 있도록 돕고, 아침 식사를 위해 다이닝룸(Dining Room, 식당)으로 이동시켰다.

같은 사람들과 반복적인 일을 하다 보니, 숙지만 하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었다.
환자가 최대한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휠체어의 위치를 정확하게 맞추는 것.
그리고 피부가 약해 상처가 생기기 쉬운 환자들에게는 붉어진 부위를 보호하는 로션을 발라주는 세심함도 필요했다.



두 번째 방은 어제 만났던 중국인 할머니의 방이었다.
인도 할머니에게 했던 것과 거의 같은 절차를 반복했다.

이 할머니는 프라이버시(Privacy, 개인적인 공간)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그래서 혼자 계실 때는 커튼을 꼭 쳐야 했다.

오늘은 기저귀를 갈고, 타올을 이용해 베드 배스(Bed Bath, 침대에서 하는 목욕)를 해드렸다.
그리고 사용한 물건들을 어디에 버려야 하는지 직접 몸으로 익혔다.
기저귀를 모으는 쓰레기통은 방 밖에 따로 있었고, 사용한 세숫대야와 배변이 묻은 타월, 똥 묻은 기저귀까지 처리하는 일은 모두 HCA의 몫이었다. 이 과정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팀워크의 중요성을 느꼈다. 같이 일하다 보면 누군가는 궂은일을 피하고 싶어할 수 있다.

그래서 서로 역할을 조율하고 균형을 맞추는 게 생각보다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알았다.

또 하나 배운 건, 일을 잘하는 사람은 빠르게 케어를 마치고 다음을 위해 침대를 바로 세팅해 둔다는 것. 작은 습관 하나가 현장에서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 실감했다.


그리고 일하면서 가장 크게 강조된 건 손 씻기(Scrubbing)였다.
장갑을 벗고 새 장갑을 낄 시간이 없더라도, 방에 들어가기 전에는 반드시 손을 100% 씻어야 했다.
그리고 방 안에서는 장갑을 꼭 착용해야 하지만, 복도에서는 절대 장갑을 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환자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으니까.”

식당에서도 비슷한 맥락이 있었다.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친근함을 주기 위해서는 잠시 마스크를 내리고 웃으며 자기소개를 한 뒤 다시 올리는 게 중요했다.
작은 행동 하나가 환자에게 ‘나는 당신을 돌보는 사람이에요’라는 메시지를 준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다.


세 번째로 들어간 방은 어제 만난 치매(Dementia) 환자, 에드워드 할아버지의 방이었다.
할아버지는 워커(Walker)를 이용해 혼자 화장실에 갈 수 있는 분이었다. 추운지 담요(Blanket)를 덮어달라고 하셔서 침대에 덮어 드리고 나왔다.
옷은 직접 입겠다고 하셔서, 침대 위에 옷을 올려 두고 갈아입는 것만 살짝 도와드렸다.

네 번째는 애나 할머니였다. 어제보다 표정이 한결 밝았다.
케어 과정은 앞의 두 할머니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애나 할머니는 몸무게가 있으셔서 리프팅(Lifting) 기구를 사용할 때 특히 주의가 필요했다.
슬링(Sling)의 길이를 타이트하게 조정하고, 휠체어(Wheelchair)의 위치를 정확히 맞추는 게 핵심이었다. 작은 오차가 환자의 불편함으로 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느꼈다.

다섯 번째는 매리 할머니.
몸에 붉어진 부분이 있어서 알코올 스왑(Alcohol Swab, 알코올 솜)으로 먼저 닦고, 치료 목적의 스페셜 로션(Special Lotion)을 부드럽게 발라 드렸다.
소변주머니(Catheter Bag)를 착용하고 계셔서 바지를 입힐 때 조금 불편했지만, 익숙해지면 금방 나아질 것 같았다.

매리 할머니는 멋쟁이였다. 스카프까지 곱게 두른 뒤 리프팅 기구를 이용해 휠체어로 옮겨 드렸다.
다이닝룸(Dining Room)으로 모시니 각자 정해진 자리가 있었다. ‘계속하다 보면 나도 자연스럽게 다 외우겠지.’ 첫 실습에서 조금씩 현장의 리듬을 배우는 기분이었다.


쉬는 시간은 10시 30분부터 11시까지였다.
짧은 휴식 동안 미리 점심을 먹고 나니, 11시부터 12시까지는 병동 전체가 조금 느려지는 시간대였다.
그 한 시간을 이용해 환자 병동에서 차트(Chart) 기록을 정리했다.

이곳은 무엇보다 위생(Hygiene)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곳이었다.
손 씻기(Scrubbing)와 PPE(Personal Protective Equipment, 개인 보호 장비) 사용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제대로 배웠다.

오늘은 특히 Vital Signs Monitoring Machine(바이탈 사인 모니터링 기계)을 사용해 환자의

BP(Blood Pressure, 혈압)

Temperature(체온)

Pulse(맥박)

Respiratory Rate(호흡수)

SpO2(산소포화도)


를 직접 측정해 보는 활동을 했다.

측정 후에는 T(Temperature), P(Pulse), R(Respiratory Rate), BP(Blood Pressure), SpO2(산소포화도), 날짜(Date), 그리고 staff initial(담당자 서명)을 빠짐없이 기록해야 했다.
특별한 케어가 필요한 환자 방에 들어가 직접 측정해 본 경험은 긴장되면서도 실습다운 무게감을 느끼게 했다.


차트를 기록할 때 보통 약자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CL(Ceiling Lift, 천장 리프트)은 Ceiling Lift를 뜻하고, FL(Full Lift, 전신 리프트)은 Full Lift를 뜻하며, ST(Sit-to-Stand Lift, 앉기-서기 리프트)는 Sit-to-Stand Lift를 뜻한다. 2WW(Two Wheelchairs, 2개의 휠체어)는 2 Wheel Chairs를 뜻하고, 4WW(Four Wheelchairs, 4개의 휠체어)는 4 Wheel Chairs를 뜻하며, PA(Personal Assist, 개인 보조)는 Person Assist를 뜻하고, SBA(Stand By Assist, 대기 보조)는 Stand By Assist를 뜻한다는 약어를 배웠다



주간 식단표 / 오늘의 스페셜 간식은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환자 점심시간에는 내가 아침에 담당했던 인도 할머니와 백인 켈리 할머니에게 식사를 도와드렸다. 오늘 식사 메뉴는 당근 야채수프와 에그랩 이었다. 음료는 물, 오렌지 주스, 사과 주스, 우유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고, 파인애플, 오렌지 등 매일 달라지는 메뉴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각 환자 테이블에는 환자의 사진과 영양정보가 기록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영양 정보에는 S(Solid, 고형식), c-u(Cut-up, 잘라낸 음식), Db(Diabetes, 당뇨병) 등이 있었다. 알레르기가 있는 음식도 표기가 되어있었다.


인도 할머니는 딸이 와서 식사를 도와줄 예정이라 나는 켈리 할머니 테이블로 갔다.
켈리 할머니는 별다른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고, 안정된 표정으로 편히 앉아 계셨다. 잠깐의 여유를 느끼는 그때, 인도 친구 하르딥(Hardeep)이 다급히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 좀 도와줄래? 저 할아버지… 밥을 안 드셔. 공격적이셔서 무서워.”

하르딥이 가리킨 건 중국인 할아버지였다.
20대 초반인 하르딥의 긴장된 표정이 그 순간 상황의 무게를 말해주고 있었다.

“내가 대신할게.”

나는 할아버지 앞에 앉아 계란 샌드위치를 살짝 찢어 입술에 갖다 댔다.
할아버지가 내 얼굴을 보며 물었다.
“이게 뭐냐?”

“계란 샌드위치예요. 드실래요?”
고개가 천천히 끄덕여졌고, 첫 한 입이 입안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가 먹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자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유 드실래요, 아니면 샌드위치 더?”
“계속 먹을 거야.”

샌드위치가 거의 사라질 즈음, 할아버지가 무언가 말을 걸어왔다.
단어가 또렷하지 않았지만, 나는 최대한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대답할 땐 천천히, 정확히.
할아버지가 한 입 먹을 때마다 “잘하고 계세요.” “맛있죠?” 같은 작은 응원의 말을 건네자,
그의 표정이 조금씩 편안해졌다.

점점 속도가 붙으면서 샌드위치를 먹여드리는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손을 들며 스탑 사인을 보였다.
“너무 빨라. 천천히.”

순간 웃음이 났다. 그리고 동시에 묘한 성취감이 밀려왔다.
‘이제 조금은 내 손길을 믿어주는구나.’

그날 알았다. 환자에게 음식을 먹이는 일은 단순히 입으로 음식을 넣어주는 게 아니라는 걸.
그건 상태를 읽고, 마음을 이해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라는 걸 몸으로 배웠다.


그때 옆에서 실습 중인 Sukpreet가 한국인 할아버지를 먹이고 있던 중 나와 눈이 마주쳤다. 우리는 서로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Sukpreet도 애를 키우는 사람이라 그런지, 그 한국인 할아버지를 매우 능숙하게 다루고 있었다. 그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러던 중, Sukpreet가 나에게 "너 중국어 할 줄 알아?"라고 물어보았다. 나는 "아니, 근데 난 중국인 할아버지 먹이는 게 어렵지 않다. 뭔가 더 편하다"라고 대답했다.


그 후, Sukpreet는 나에게 "그래? 그렇다면 차라리 편할 거야!"라며 웃었다. 그의 말에 나도 덩달아 웃으며 "응, 사실 말이 통하지 않지만 이상하게 더 편하게 느껴져"라고 답했다. 이런 작은 대화가 이곳에서 친근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12시 45분에 모두 모여 오늘 일에 대해 리뷰하고, 느낀 점과 개선할 점을 이야기했다. 오늘은 기분 좋았던 이유는 어제 내가 숙제로 써간 저널(Journal)이 제일 잘 쓴 글이었다고 칭찬받았기 때문이다. 저널 주제는 Pericare( 환자의 항문 및 생식기 주변을 깨끗이 관리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것이었고,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리뷰 시간에는 각자 오늘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점을 이야기하는 순서가 있었다.
Linda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일부 가족들이 우리가 feeding(음식 먹이기)하는 걸 보고 마음에 안 들면, 직접 feeding을 하겠다고 해요.”

인솔자가 바로 말했다.
“가족이 케어에 개입하는 건 불법이에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 말을 듣고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Karan은 자기 차례에서 씩 웃으며 말했다.
“영주권 따면 경찰 되는 게 제 꿈인데… Urine Catheter Bag(소변 주머니)만 보면 무서워요. 만질 때마다 오금이 저려요.”
그 말에 방 안은 한바탕 웃음으로 가득 찼다. 다들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또 다른 이야기도 있었다.
일하는 동안 땀이 많이 났는데, 매니지먼트에서 이런 얘기를 전했다.
“여러분, 일은 정말 잘하고 계세요. 그런데… 땀 냄새가 난다는 피드백이 있어서, 디오도란트를 꼭 바르고 근무해 주세요.”
그 말에 다들 민망한 듯 웃었다. ‘이것도 실습의 일부구나.’

실습이 끝난 후, Karan이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줬다.
집에 돌아오는 길, 월마트에 들러 사과와 요구르트를 사 들고 걸었다.
평범한 하루의 끝, 이상하게 마음은 꽤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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