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 엔젤 Aug 16. 2023

죽음이 내게 가르쳐준 것

독고다이는 얼어죽을


한국사람은 태어났을 때부터 바로 1살이 되고 생일이 지날 때마다 한 살을 더했었다. 다른 나라들은 태어난 날을 기준으로 '만 나이'를 계산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제 2023년 6월 23일부터 '만 나이' 적용법이 통과되어 한국사람들도 나이를 말할 때 '만 나이' 기준으로 통일하고 있다.

모두가 이제 '한국식 나이'보다 1~2살씩 어려진 셈이다.


원래로 따지면 34살이겠지생일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2살이나 더  어려졌고 32살이 되었다. 만 나이가 적용되어 한두 살이 어려진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제는 만 나이를 적용해도 앞자리가 3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하다.


어려서부터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로 자라도록 나를 교육시키신 엄마의 주술이 먹히기라도 한 걸까. 앞자리가 3으로 바뀐 후 밤만 되면 온갖 드는 수많은 공상으로 밤잠을 설치는 날도 많아지고 있고 나는 그것을 불면증이라고 포장하며 그렇게 점점 감수성 예민한 30대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생각해 보면 나이 먹는다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시간이 갈수록 인생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이 많아지기에 나에 대해서도 깊게 알게 되기 때문이다. 

예측 불가능한 온갖 상황에 많이 부딪히고 많은 일들을 경험해 보니 내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는 아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특히 부모 곁을 떠나 혼자 이 캐나다 땅에서 문제상황에서 나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할 때 나의 한계가 명확히 보이기에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나의 약점이 철저하게 드러나는 부끄러움도 자주 느끼고 있다.


오늘의 화두는 ‘죽음이란 무엇인가’이다. 온갖 잡념과 망상이 이제는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지경에까지 오게 만들었다. 결국 모든 인간은 결국 죽음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은 밤에 외로운 마음이 불쑥불쑥 찾아들면 건강하셨던 외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작년에 마냥 건강하고 젊어 보이기만 했던 외할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경험한 것이 내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할아버지의 죽음을 시작으로 영원히 내 곁에 있을 것 만 같은 같은 소중한 주변사람들이 늙어가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삶의 끝에는 항상 끝이 있다. 잘났든 못났든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다 같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서 있다는 게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오히려 마음이 편하기도 하다. 죽는 것은 이미 정해진 일이고 내 인생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기에 항상 명량하게 살게 되는 것 같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앞만 보며 불안해하는 나의 모습도 언젠가는 사라질 안개와 구름 같은 것이기에 완벽하지 않은 나 스스로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지금 내 곁에서 잠시 같이 나와 함께 같은 시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가능하면 부드러운 표정으로 상냥하고 친절하게 대하고 있다.


이 세상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이 죽음이 내게 알려준 인생 교훈이다. 어쩌면 내가 아플 때 나를 케어해 줄 사람은 가족도 아닌 타인인 것이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병실에 계셨을 때 할아버지를 밤낮으로 물심양면 케어한 건 우리 가족이 아닌 간호사분들이었고 할아버지 발인에서 마지막 가는 길을 안전하게 배웅해 준 건 내가 아닌 이모, 삼촌, 그리고 사촌동생들이었다. 할아버지가 완전히 떠나시는 49제마지막 날에는 절 관계자 분들의 도움을 받아 가족 모두가 할아버지 곁을 끝까지 함께 지킬 수 있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기대어 서로를 기대하며 살아가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대해야 하는 이유다.

작가의 이전글 인도사람들의 국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