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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엔젤 Aug 21. 2023

가수지망생 시절이야기

왜 내 주변에는 노래를 다 잘할까

                                  '예민 보스'


아무렇지 않은 일에 남들보다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이다. ‘예민보스(예민과 두목을 뜻하는 Boss의 합성어)’가 포털 사이트 국어사전에 정식 등재됐을 정도로요 새 '예민보스'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쓰인다.

 부정적이며 비정상적인 행동범주로 여기던 예민함을 사회 분위기 역시 점차 변화하는 추세다. 하지만 둥글둥글하고 낙천적인 사회성 만렙 '인싸' 되고 싶은 나는 예민한 나 자신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나는 쓸데없는 감수성과 예민함을 달고 다녔다. 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귀마개로 귀를 틀어막지 않으면 잠을 못 잔다.  중간에 귀마개 한쪽이 빠지기라고 하면 바람소리와 시계초침소리에 바로 잠에서 깬다.

또한 몸이 찬 편이다. 여름에도  잘 때 긴팔과 긴바지를 입어야지 반팔과 반바지로는 잠을 잘 수가 없다. 가끔 팬티만 입고 잔다는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다. 그리고 수면양말은 필수다. 짧은 양말도 아니고 발목까지 양말 이어야 한다. 중간에 벗겨져지지 않아야 제대로 숙면을 취할 수 있. 한번 깨면 다시 잠들기 힘들어서 새벽에 깬 상태로 몸을 뒤척이다가  아침을 맞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무조건 동쪽에 머리를 두고 자야 하는 것도 예민보스의 숙명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아티스트들 중에서도 무엇인가에 영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예민해야 하고 극도의 불안감에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청각적으로 예민한 천재적인 음악가라면 작품으로 예술의 광기를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사소한 것에도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얼마 전 금쪽상담소에서 그룹 위너의 송민호 씨도 만성 공황장애가 있었다며 아티스트로서의 고충을 털어놓은 것을 보면 '예술'과 '예민함'과 '불안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 같다.


실제로 음악감독 박칼린 씨도 청각이 너무 예민해서  째깍째깍 거리는 시계소리가 거슬려 침대에 시계를 안 놓고 잔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둘 중에 고민을 하며 살아간다. 나 또한 내가 가진 타고난 예민한 기질을 살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업으로 삼으려 했었다. 

삼선초등학교 시절 합창단 활동 사진


중학교 1학년때에는  아빠한테 조르고 졸라  우상이었던 가수 보아를 발굴한 기획사가 운영하는 보컬학원을 다니면서 가수의 꿈을 키웠고 중학교 3학년때에는 린, 노을이 다녔다는 음악학원에 등록해서 안양예술고등학교를 들어가려고도 했었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티브이에 나오는 가수들이 부러워서 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열망이 컸던 것 같다. 특히 노래는 진입장벽이 낮고 누구나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래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까지 있었던 것 같다.


대학입학 후 대중음악 동아리에 들어가서 음악활동을 하면서  가수 홍서범이 속한  밴드부 OX에서  여자 보컬을 모집한다는 오디션공고를 보게 되었다. 부푼 꿈을 안고 찾아 간오디션에서 윤하의 기다리다를 불렀는데 심사위원석에서 바로 "NO"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나처럼 노래하는 애들은 한 트럭이라는 것이다. 가수에게는 타고난 음색이 중요한데 나는  평범한 음색이고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해도 성공하긴 힘들까라는 혹평까지 들었다. 오디션이 끝나고  OX의 무대를 보게 되었는데 프로가수의 파워풀한 무대장악력을 보면서 나는 입이 떡 벌어졌고 그 후 내가 노래를 그렇게 특출 나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가수가 되려면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고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을 가수 이승철 씨가 슈퍼스타 K에서 했다. 가수가 되려면 재능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수가 되려면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도 따라야 된다는 말도 있다. 가수 박진영은 방송에서 데뷔를 앞둔 연습생들을 한자리에 모여놓고 이런 조언을 했다.


가수는 데뷔 후가 더 중요하단다.
 웬만한 노력과 정신력으로는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없어.
 


누구나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은 있다. 새는 트로트가 대세이고 트로트 가수들을 뽑는 오디션은 전국에서 몇백만 명의 가수지망생들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많다. TV를 켜면 넘쳐나는 음악프로그램 속 음악을 업으로 삼아 매일 음악과 함께하는 가수들을 보면 내가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은 아직 남아있는 것 같다.


노래를 업으로 삼는 것은 포기했다. 사람은 누구나 잘하는 게 한 가지는 있고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재능이 다 다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닌 내가 잘하는 것을 선택해서 밥벌이하고 살고 있다. 벌이는 많지 않아도 현재 내가 가진 그릇에  만족한다. 노래를 좋아한다고 해서 모두가 가수가 될 수는 없다. 비록 가수라는 꿈은 이루진 못했어도 괜찮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내가 가진 고유의 그릇으로 나만의 삶의 의미를 추구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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