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주고 욕먹는 스킬 만렙
좋은일을 한다는 것은 뭘까?
사람들은 흔히 ‘좋은 일’이라고 하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 세상에 이로운 영향을 주는 일을 떠올린다.
나에게도 그런 의미의 좋은 일이 있다. 나는 한 달에 두 번꼴로 헌혈을 하고, 당근마켓에선 쓰지 않는 물건들을 종종 나눔한다. 작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나누고 싶다.
그런데 이런 행동에 대해 사람들은 종종 걱정 섞인 말을 건넨다.
“너무 자주 헌혈하면 빈혈 생겨.”
“몸 생각 좀 해.”
“차라리 몇천 원이라도 받고 팔지, 왜 그냥 줘?”
물론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마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좋다고 믿는 일에 자꾸 의문을 던지는 말들이 조금은 서운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내가 ‘나눔’이나 ‘좋은 일’에 의미를 두게 된 건 20대 후반, 인생이 조금씩 무거워지던 시기였다. 그때 나는 사람들로부터 받은 실망과 상처로심한 대인기피증까지 겪었다.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혐오가 마음 깊이 자리 잡았던 그 시절, 우연히 보게 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영상이 꽉 막혀 있던 나의 마음에 작은 바람을 불어넣어 주었다.
“사는 게 힘든데,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누군가의 질문에 스님은 이렇게 답했다.
“어떻게 살긴 뭘 어떻게 살아. 태어난 김에 사는 거지.”
그 말이 이상하게 가볍고도 묵직하게 마음에 박혔다. 삶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말에 조금씩 마음이 풀렸다. 그 후 나는 자연스럽게 불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불교대학에도 입학해 졸업까지 하게 됐다.
불교를 배우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공(空)’과 ‘연기(緣起)’라는 개념이었다. 내가 지금 집착하고 있는 것들도, 사실은 모두 변하고 흘러가는 것들이고, 결국 내 것이라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배웠다.사람과의 관계가 힘들었던 이유도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내 기준으로 먼저 판단해버린 탓이었음을 그제야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
그래서 지금은 내가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나누며 살아가고 싶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다면, 정보든, 물건이든, 마음이든 나눌 수 있는 건 나누면서 살고 싶다. 스님이 될 수는 없겠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보시’를 일상 속에서 실천하며 살아가고 싶다. 물론 좋은 일을 한다고 모두가 박수 쳐주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의심받고, 타박 듣고, 아깝다는 소리를 들을 때도 많다.
불교에서는 이런 걸 두고 ‘호사다마’라고 한다. 좋은 일에는 방해가 따른다는 뜻이다. 안중근 의사도 주위 사람들 말을 들었다면 지금처럼 길이 남을 위인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당근마켓에 물건을 나눌 때, 친구들이 “왜 공짜로 줘? 아깝게”라고 해도 “그래, 그런 말도 할 수 있지” 하고 넘기려 한다.
덕을 쌓는다는 건 누가 뭐라고 해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공덕을 쌓는 길은 생각보다 단단하고 조용하다. 신념이 있어야 하고, 작은 비난에도 휘둘리지 않는 배짱이 필요하다.
좋은 일을 하면서도 욕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그조차도 나라는 사람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과정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