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맞은 여자의 남친

성질있는 여자의 연애 구인 공고

by K 엔젤


: 단단한 멘탈 필수


사진출처- 신동아 2019년 9월호


서른살을 찍고 나니 주변에서 하나둘씩 결혼 소식이 들려온다. 사실 나는 지금까지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누구를 좋아해본 적은 있었지만, 그 감정이 '결혼'이라는 단어로 이어진 적은 없었다. 그런데도 친구들이 청첩장을 건넬 때면 괜히 마음이 이상해진다. 나도 모르게 ‘나는 과연 결혼을 하게 될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결혼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남자와 여자가 함께하는 거라고 어릴 때부터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여왔던 나의 기준도 요즘은 시대의 흐름 속에서 많이 흔들린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 안 어딘가에서는 그 관념이 ‘당연한 것’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틀렸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분명히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결혼에 대해 고민하게 될수록 먼저 ‘나’라는 사람을 관찰해보게 된다.


나는 일단, 감정이 예민한 사람이다. 작은 말에도 상처를 받기 쉽고,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도 높게 반응한다. 그래서 나 스스로가 예민한 사람이라고 단정을 짓는다. 타인의 감정을 빠르게 눈치채지만, 정작 내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건 서툴다. 이런 내가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 살아간다는 것, 그건 생각보다 더 큰 용기와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래서 아직은 결혼이라는 단어에 쉽게 마음을 내어주지 못하고 있다. 그게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이제는 나 자신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나는 내 안에 꽤 강한 소유욕이 있다는 걸 안다. 특히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때, 그 감정은 훨씬 더 짙어진다. 처음엔 별로 티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사람은 내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면 그때부터 소유욕은 폭발적으로 드러난다. 내가 너무 집착하는 걸까 싶다가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는 감정 아닐까 싶다. 내가 가진 물건에도 애착이 있고, 누군가가 함부로 만지는 걸 싫어하는데, 하물며 마음을 주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더 큰 소유욕이 생기겠는가. 만약 내가 결혼을 한다면, 아마 남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지나치게 신경 쓰게 될 것 같다. 그냥 흘려들을 수도 있는 말인데, 나는 아마 그 말의 의도, 말투, 감정까지 하나하나 해석하려 들겠지. 그러다 혼자 삐지고, 괜히 서운해하고, 조용히 마음이 복잡해질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자주 묻는다. 나는 사랑보다 소유를 더 원하는 건 아닐까? 이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아직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결혼이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쉽게 마음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문득 상상해본다. 이런 내가 결혼을 하게 되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누구 인생을 망치려고 결혼을 하려는 걸까. 그건 나 자신에게 꼭 던져야 할 질문이었다.


혼자는 외롭고, 둘이 되면 또 그만큼 힘들어진다. 혼자 살면 적막하고, 결혼하면 서로에게 상처 줄 수도 있다. 그래서 결혼이란 걸 꼭 해야 하는 건지 요즘 들어 자주 생각하게 된다. 지금 이 정신없는 나를온전히 챙기기도 버거운 마당에 아기까지 낳고 기르게 된다면? 신경 써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을까. 감당할 수 있을까? 결혼이라는 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사람’이 ‘하고 싶어서 선택하는 일’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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