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FJ 라서 미안해

말대신 글로 사는 사람들

by K 엔젤
내가 초등학교때 학교에서 많이 받은 도장들


모든 사람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다.

나는 언제 가장 행복한가?

아마 이런 고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나에게는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하다.


처음 글을 쓴 건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특히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내가 제일 좋아했던 분이었는데, 일기를 잘 쓰면 ‘별 도장’ 세 개를, 잘 쓴 일기에는 두 개를, 잘 쓰려 한 노력에는 한 개를 찍어주셨다.

일기장을 펼쳐 보여드릴 때마다 ‘참 잘했어요’ 도장과 함께 별 세 개를 받으면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친구들 중에는 내 일기장을 부러워하며, 왜 너는 맨날 별 세 개 받냐고 묻기도 했다.


글을 잘 쓴다고 칭찬을 받던 날, 학년 대표로 글짓기 대회에 나가 상을 받은 날, 그럴 때면 하루 종일 어깨가 으쓱했고, 마치 세상이 내 편인 것처럼 느껴졌다.

6학년이 되자 내가 쓴 글은 학급 문집에 실리기도 했다.

어린 꼬마 기자로서 처음 세상에 내 글을 선보이던 순간이었다.


그때부터 일기는 내 일상이 되었고, 글쓰기를 통해 나는 언어적인 재능이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사춘기의 험난한 시간을 무사히 지나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글쓰기 덕분이었다.

힘든 하루가 지나고, 고요한 밤에 끄적이던 일기장들은 지금도 소중한 몇 권의 노트로 남아 있다.

누가 돈을 준다 해도 절대 팔 수 없는, 나만의 보물들이다.


일기의 가장 큰 장점은 하루를 돌아보게 해준다는 것이다.

특히 마음이 복잡한 날, 감정과 상황을 글로 풀어내다 보면 마음이 정리되고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글로 표현된 감정은 어느 순간 객관화되며, 내면 깊은 상처까지도 다독여준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거의 매일 글을 쓴다.


소심한 내 성격도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잘 꺼내지 못하고 꾹꾹 가슴에 담아두는 편이다. 술기운 없이는 속마음을 털어놓기 어려운 날도 많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는 “이 말을 해도 될까?”, “상대가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끝없이 눈치를 보고, 결국엔 아무 말도 못하게 된다.


하지만 글을 쓸 땐, 그런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주어지고, 시공간의 제약도 적다.

누구의 반응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롯이 내 속 이야기를 자유롭게 꺼낼 수 있다. 그래서 글쓰기는 나에게 일종의 ‘자기 해방’이 된다.


말 주변이 없는 나와 달리, 개그맨들은 말을 참 잘한다.

순발력 있는 입담과 진정성 있는 멘트로 분위기를 이끌고,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래서일까, 말 잘하는 사람은 늘 사람들 사이에서 빛나 보이고, 그런 이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에 자꾸 눈길이 간다.


“말 잘한다고 글까지 잘 쓰는 건 아니고,

글 잘 쓴다고 말까지 잘하는 것도 아니에요.”

세바시로 잘 알려진 김창옥 강사가 강연에서 했던 말이다.

그 말을 들은 뒤, 나는 글을 쓰는 자신에 대해 좀 더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말이 아닌 글로 사람과 소통하는 나만의 방식, 그것도 참 괜찮은 것 같다고.


또 하나, 내가 글쓰기를 멈출 수 없는 이유는 그 과정에서 느끼는 쾌감 때문이다.

조금은 변태적일지 몰라도, 내 감정이 언어로 정리되어 하나의 글이 되어갈 때, 나는 진심으로 짜릿하다.


얼마 전 해본 MBTI 테스트에서도 나는 ISFJ가 나왔다.

일기 쓰기를 취미로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이 유형은,

사람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혼자 도서관에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걸 더 선호한다고 한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표정, 말투, 목소리까지 신경 써야 할 게 많아 금방 지치지만, 글을 쓸 때는 그런 에너지 소모 없이 나답게 머물 수 있다.


지인들은 나를 과묵하고 조용하다고 말한다.

실제로도, 꼭 필요한 말이 아니라면 잘 하지 않는다.

특히 감정에 공감하는 일이 쉽지 않아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일까, 친구들과 수다 떠는 시간보다 글 한 편을 더 쓰는 시간이 훨씬 즐겁고 의미 있게 느껴진다.


생각해보면, 수많은 인기 강사나 유튜버들도 결국은 책을 출간하는 것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완성하곤 한다.

말을 잘하는 사람들조차 ‘글’을 통해 영향력을 넓히고, 자신의 메시지를 기록으로 남긴다.

그만큼 글이라는 것은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고, 사회에 울림을 줄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다.


글을 잘 쓴다는 건, 단지 문장을 예쁘게 꾸미는 게 아니다.

진정성 있는 글은, 나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때 완성된다.

그것이 쉽지는 않다.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들키는 것 같은 두려움이 들기도 했고,

그래서 한동안은 내 글을 사람들과 나누는 게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내 감정과 생각들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다.

누군가를 감동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먼저 나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글을 쓸 것이다.


그리고 그 진심이, 어쩌면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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