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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엔젤 Jul 31. 2023

INTP 라서 죄송합니다

왜 꼭 말을 해야할까

모든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다.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할까? 고민을 안 해본 사람은 아마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초등학교때 학교에서 많이 쓴 도장들


나는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하다. 내가 글이란 것을 처음 쓴 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였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3학년  담임 선생님은 아주 잘 쓴 일기에는 별도장 세 개를, 잘 쓴 일기에는 두 개를,  쓰려고 노력한 에는 별도장 한 개를 찍어주셨는데 선생님께 일기장 검사를 받을 때마다 '참 잘했어요' 도장과 함께 별세개를 받으면 정말 정말 좋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일기장을  보면서 별도장 세 개만 받아 온다고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글을 잘 쓴다고 반 아이들 앞에서 칭찬을 받거나 학년 대표로 글짓기 대회에 나가서 상을 타온 날에는 온 세상이 내 것이 된 마냥 하루 종 어깨가 으쓱거렸다. 6학년이 돼서는 학급 문집에  내가 쓴 글이 실린 적도 많았다. 꼬마 기자로서 사람들에게 내가  글을 처음 선보이는  순간들이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숙제처럼 써왔던 일기는 내가 언어적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고 내 험난 했던 사춘기 시절도 무사히 지나갈 수 있게 해 주었다. 힘든 하루를 보낸 후 하루의 끝에서 끄적끄적 써나간 일기장들은 몇 권의 노트로 남아있고 지금은 누가 돈을 준 산다고 해도 팔지 못할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일기를 쓰면 하루를 뒤돌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마음이 복잡할 때 내 감정과 상황에 대해서 글을 써보면 감정이 정리가 되고 스트레스가 해소가 된다. 객관화된 감정은 내면의 상처까지도 치유하기 때문에 나는 지금까지도 매일 글쓰기를 하고 있다.

 

소심한 성격도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다.  가끔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꾹꾹 가슴에 담고 있다가 한순간에 속 마음을 털어놓게 되는데 술기운을 받지 않고서는 도저히 내 속 깊은 이야기를 하기가 힘들다. 사람들과 말을 주고받을  때에는 '내가 이 말을 하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면서 끊임없이 눈치를 보게 되고 남의 기분을 살피고 결국 말을 아끼게 되지만 글 쓸 때에는 남의 생각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게다가 글쓰기에는 시공간의 제약이 덜 하다. 글은 쓰기 전에 내 생각을 한번 더 정리할 수 있고 어디서든  마음껏 표현할 수 있으니 사람들의 반응에 지나치게 민감한 나 같은 사람에게는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자기 해방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말주변이 없는 나와는 달리, 개그맨들은 대부분 말을 잘한다. 화려한 말발로 관객들을 압도하고 행사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한다. 작가는 글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지만 개그맨은 순발력 있는 농담과 진정성 있는 멘트로 청중들을 울고 웃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말을 재미있게 하는 사람의 주변엔 항상 사람이 많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말주변이 좋은 사람을 보면 어쩜 저렇게 말을 잘할 수 있을까? 부러운 마음에 왠지 모를 관심이 가게 된다.

 

" 말 잘한다고 글까지 잘 쓰는 것은 아니고  글 잘 쓴다고 말까지 잘하는 것은 아니래요.

   저는 글쓰기보다는  말하는 것을 더 잘하는 것 같아요. "


수많은 스타강사들 중에서 세바시로 잘 알려진 유명한 소통전문가 김창옥 강사가 어느 강연에서 한 말이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을 계속하는 또 다른 이유는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김창옥 강사의 말대로 말하는 실력과 글 쓰는 실력은 비례하지 않으니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는 게 점점 더 재미있어지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글을 쓰면서 쾌감을 느끼는 변태적인 성향이 내가 글 쓰는 걸 멈출 수 없게 하는데 나는 그 이유가 내 MBTI 에도 있다고 본다. 얼마전 해본 MBTI 테스트에서 나는

일기 쓰기를 취미로 가진 INTP가 나왔다.


 INTP 인 사람들은 사람 만나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사람과 수다 떠는 것보다는 혼자 도서관 가서 음악이나 들으며 관심분야 책 한 권 읽는 걸 더 선호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문자나 카톡 등 글자를 선호하는 이유도 사람들과 있으면 외적인 표정이나 말투, 목소리 등 신경 써할 게 너무 많아서 기 빨리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나를 잘 아는 지인들은 나를 평소 과묵하고 조용한다고 한다. 사실 사람들이랑 같이 있어도 꼭 해야 하는 말이 아니면 잘 안 하게 된다. INFP 들 중에서는 남한테 공감을 잘 못해서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맞는 것 같다.


내가 평소 관심분야에 대해서는 말을 잘해도 친구들과 만나 공감이 잘 안 되어서 수다 떨 시간에 글 한편이라도 더 쓰는 것을 더 좋아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스타강사, 인기유투버등  수려한 말발로 이미 사회적으로 유명세를 얻은 많은 셀럽들의 최종목표가 책을 출간하는 것인 것을 보면 한 사람이 쓴 '글'이라는 것이 얼마나 우리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지를 느낄 수가 있다.  이처럼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많다.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진정성 있는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 있는 글은 타인들 앞에 서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내 마음을 온전히 드러냈을 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기 위해선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 30년 인생을 살면서 과거에 집착하면 할수록 힘든 건 나였기에 지나간 과거에 연연 말고 현실에 충실하자 다짐했건만 결국 글을 쓰면 서 내가 살아온 과거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어떤 과거든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현재는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영원한 과거로 남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은 내 글에 내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야 하는 부담감도 있었고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들킨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에 내가 쓰는 글을 공유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지만 이제는 나의 감정과 생각들을 사람들과 함께 마음껏 나누고 싶다. 이제는 누구도가 아닌 나 자신의 상처 치유 목적으로 글을 쓸 것이다. 솔직담백하글글로 표현한 내 진심이 누군가에게 전달될 수만 있다면 나는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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