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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엔젤 Nov 19. 2023

그 중국인 이혼녀가 사는 법

오늘도 수고했어요


내가 근무하고 있는 노숙자 지원센터 일어나는 일상 이야기이다.

오후 근무는 3~4시에 시작되어서 밤 10~11시에 끝난다.


오후에는 이것저것 치워야 하는 아침보다는 할 일이 줄어든다. 오전에 입실한 사람들은 오후 4시 반이 되면 퇴실을 했다가 저녁이 준비가 되면 다시 입실을 해서 밥을 먹는다.

밖에서 노숙자들이 저녁식사 시간을 기다리는 모습


오늘 단 호박찜 이랑 라자냐, 코슬로우, 그리고 빵이 저녁으로 나왔다. 분명 개수에 맞게 준비를 하는데도 워낙 라자냐가 인기가 많아서 음식이  금방 떨어져서 잔뜩 기대하고 왔다가 메인 음식을 못 먹고 나가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나오면  내가 더 슬퍼진다.


매주 수요일은 제빵사로 일하고 있는 지역 자원봉사자 Jenna가  직접 구운 빵을 만들어서 가지고 온다. 

향긋한 냄새와 쫄깃한 식감의 시나몬 롤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군침이 돌기 시작했다.


맛있는 시나몬 롤


대량 50~60명 분에게 저녁을 대접하고 나면 접시들이 수북이 쌓이는데 저녁을 거의 다 나눠주고 나면 대망의 설거지 타임.


람들이  6시에 퇴실을 하고 나 1시간 동안 바닥청소, 테이블 정리, 간이침대 설치를 한다.


침대를 만들고 개인 물품 보관 상자도 침대 옆에 준비해놓아야 한다.  목발 없이 못 걷는 Josh 할아버지특별히 안에서  앉아서 기다릴 수 있게 해 주었다.


어느덧 오후 7시.  입실시간이 되었다.


입실 준비가 완료 된 1층의 모습
2층의 내부 모습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그런지 문 앞에서 일찌감치 입실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입실을 기다리는 사람들



오늘은 전날 많이 남은 파스타  그릇을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먹으면서 이런저런 나누면서 입실 시작 전 10분 동안 휴식을 가졌다. 이런 게 소소한 행복인 듯싶다.




오늘 간식은 치토스, 도리토스 같은  chips와 캐나다의 국민 간식 바나나 브라우니다.


입실시간과 침대 번호 체크를 하면서 사람들을 안으로 들여보낸다.



화장실 사용을 기다리는 Jamie와 그 옆에서 게임을 하는 Bone.

화장실은 두 개인데 화장실 안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약물을 하는 사람이 많기도 하고 사용 인원이 많아서 일일이 열쇠를 가지고 다니면서 문을 열어주어야 한다.


밤 사이에는 도난사건이 일어나기도 하고 노숙자들끼리 싸움도 일어난다. 치안 목적을 위해 범죄사건  발생 시 경찰 부르는 것도 오후& 새벽 근무자가 하는 일이다 약물중독이 심해서 갑자기 심정지, 호흡곤란을 겪는 상황도 종종 있다. 위급상황 발생 시 응급차를 부르기도 한다.


 우리 센터에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다. 동네가 아시안은 별로 없는 곳이라 그런지 중국인여자와 한국인 여자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여자방은 따로 있다. 한 번은 중국인 여자 상미가 매일 헤드폰을 끼고 무엇을 하나 봤더니 박신혜, 장근석 주연인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를 보고 있었다. 상미 씨는 중국에서 이혼을 두 번이나 한 이혼녀이다. 중국에서 스무 살 때 혼전임신으로 이혼 후 새 출발을 하려고 2004년에 5살 아들을 데리고 캐나다에 왔다고 한다. 이곳에서도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서 온라인 데이팅앱에 중독되어서 이 남자 저 남자와 원나잇을 했다고 한다. 몇 번의 데이트 끝에 ' 이 사람이다' 하는 동갑인 돌싱 백인남자와 눈이 맞아서 결혼을 했지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철석같이 믿었던 남자조차도 바람을 피우고 전재산을 가지고 미국으로 도망가는 바람에 졸지에 홈리스가 되었다고 한다. 아들은 어디 있냐고 물어보는 나에게 아들은 자기를 떠난 지 오래되어서 소식이 끊겼다는 소식을 듣고  어안이 벙벙해지면서 몇 분 동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죽도록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그 두 번의 결혼의 끝은 모두 참담했던 것이다.


그 남자가 그 남자라며 앞으로 두 번 다시 남자랑 결혼하지 않을 거라는 상미 씨. 어른들이 흔히 남자는 정말 애 아니면 개라고 고놈이 고놈이여 하는데 그 소리를 우스갯소리로 기엔 결혼생활은 정녕 현실일까?




11시에는 최종 입실완료된 침대번호와 이름을 보드에 적는다. 통금시간인 10시를 어긴 사람들은 3번의 경고가 주어지고 계속해서 통금시간을 어길 강제 추방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저녁식사 준비부터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11시의 통금시간이 지나 사람들이 잠들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침이 찾아온다. 

기상시간이 되면 이불과 담요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서 들어와 지내는 사람들도 각자의 다양한 사정을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


내가 그들의 슬픔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노숙자로서 살아가게 된 이유가 어찌 되었든 나는 모든 이들이 행복하길 바라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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