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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엔젤 Mar 08. 2024

마약중독자는 어떻게 살아갈까

한국인은 술중독, 캐나다는 마약중독




몇 달 전 기생충에 나온 영화배우 이선균이

마약투약 의혹에 휩싸여 자살했다


한국에서도 유명연예인들의 잇단 마약 스캔들이 일어나고 청소년들의 마약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약물중독:  위해한 결과를 알면서도
 약물에 사로잡혀서 강박적으로 약물을 갈망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하도록 만드든
뇌 구조와 기능이 변화되는 만성적 뇌 질환


약물중독자들을 영어로는 drug addiced라고 불린다.

나는 실제로 매일 같이 약물중독자들과 마주한다.

모든 병이 그렇듯 어느 한 가지 이유만으로 약물중독이 된 건 아닐 것이고. 유전적 이유, 우울증, 강박증, 트라우마 등 약물중독의 이유는 사 람마 다를 것이다.


캐나다는 선진국이므로 정신병이나 중독 문제가 별로 없을 것 같지만 대마초가 합법이기 때문에 많은 캐나다인들은 마약이나 대마초에 중독되기 쉬운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이곳에서 일하려면 응급 기사 자격증을 필수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나도  이곳에 일하기 전에 응급 기사 자격증 취득을 해서 제출을 했다.


약물에 중독되면 정상적으로 사고할 수 없고 감정기복이 심하고 정신이 오락가락하게 된다. 그래서 그들을 상대할 때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수많은 약물중독자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 나름대로의 뿌듯함이 느껴지는 일이다.


얼마 전 슈퍼바이저로 승진한 사라도  알고 보니 약물중독자였다고 한다. 불과 1년을 걸쳐 완치가 되었다고 하는데 약물중독자로 사람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지 알기 때문에 더 열정적으로 돕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이 일을 시작했고 그 열정이 팀장의 자리까지 이끌었다고 한다.



금단현상은 지옥의 고통
적당량의 술을 먹고 알딸딸한 기분으로는
버티기 힘든 아픔이었을까.


수많은 마약 중독자들을 만나지만 나는 특히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당해 심각한 우울증에 걸려 약물중독자로 살고 있는 20대  어린 친구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더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어린 나이에 얼마나 힘들었으면 약물 손대게 되었을까. 의지할 곳 없이 약물에 기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생긴다.


통제기능을 하는 전두엽이 망가져서 이미 판단력이 떨어질 때로 떨어진 사람들.
자기 이름도 오락가락 기억을 못 해서 이름을 물어볼 때마다 다른 이름을 말하는 TJ

 올해 28살이 된 청년. 습관적으로 손을 쪽쪽 빨면서 다닌다. 기분이 좋을 땐 자주 바닥에 드러눕는데 침대로 가서 누우라고 하면 자기는 아기라고 아기처럼 대해달라고 하면서 기저귀를 달라고 애걸복걸한다. TJ는 6살 때 양아버지한테 신체적 학대를 당한 끔찍한 기억 속에서 살고 있다.


뇌기능이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자주 공격성을 보이기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을 유지하면서 그들을 우호적으로 대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마약 중독자들은  쉽게 흥분했다가 금세 가라앉는다.


자아통제력을 상실한 사람들은 엄격한 톤으로 단호하게 지시해야 한다.


기상시간은 아침 7시. 청소를 시작하려면 8시 안에는 모두 다 내보내야 한다. 겨울이 다 지나가는 듯했더니 한밤 중 눈이 내린 날이었다. 오늘의 예상 기온은 영하 7도.  날이 추우니  다시 하나둘씩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가서 8시가 훌쩍 지나가는데도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이미 깊은 잠에 다시 빠지면 깨우기가 쉽지 않다.


여기 우리 센터의 문제 반항아 르네라는 남자애가 있다.

오늘 날씨를 확인하더니 갑자기 나한테 F*** 욕을 하면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넌 누군데  자꾸 나를 깨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이건 나의 일이야.
지금 너네들을 위해서 우리가 일하고 있잖아


나는 좋게 말을 하고 르네를 겨우겨우 침대밖으로 나오게 만들었다.

빌딩 밖을 나간 줄 알았더니 화장실로 들어가서 숨어있었다. 그 후 20분 이 지나도 나올 생각을 안 한다. 원칙은 10분 이상 사용을 못하도록 되어있다.  당장 나오라고 노크를 시작했다. 짜증이 나는지 화장실 문을 확 열나한테 버럭 화를 낸다.


돈 때문에 일하는 거잖아!
우리를 위해 일한다고? 웃기고 있네!


하다 못한 매니저가 나와서 난동 부리는 르네를 진정시켰고 내부시설 이용 제한 조치(service restriction)가 내려졌다.



이곳 사람들은 단호하게 딱 잘라서 얘기하면 또 말을 곧 잘 수용한다.  



사과를 하는 건 난동 부리는 쪽이다. 욕을   이내 일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긴 하지만 사과를 받아서 기분이 좋기보다는 순간의 화를 절제하지 못해서 이성을 잃는 사람들을 보면서 측은한 마음이 더 많이 든다.


물건을 여기저기에 놓고 기억을 못 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커피를 여러 개 타놓고도 고대로 어질러 놓고 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손떨림을 제어를 못해 커피를  엎지르고 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캐나다인들의 약물중독 과용방지를 막기 위해서 하는 다양한 일들


여기서는 노숙인들의 정신 건강 및 치유지원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나는 정신건강 지원 담당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CMHA는 캐나다 정신건강 협회인데  보건 및 사회복지 서비스와 연계되어 있어서 사람들의 약물중독을 방지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화장실에 들어가면  몰래 대마초를 피고 나오는 사람들도 많다.

마약이 불법인 한국에선 아직 생소한 단어이겠지만 약물과다복용 하는 사람들 중에 스스로 절제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harm reductiom kits도 제공한다.

사람들이 키트를 받아가면 수령지에 체크를 하고 나눠준다.

마약 중독방지 키트를 만드는 동료 엔젤라


키트는 총  가지 종류가 있다. 키트를 만드는 일도 우리가 하는 일이다.

사람들이 언제나 키트를 쓰고 버릴 수 있도록  화장실, 구석 곳곳에 노란 통을 배치해 두었다.  사용키트는 안전을 위해서 꼭 란 통에 버려야 한다.



약물 중독자들이 복용하는 약을 체크하고 일정시간에 배급한다
약물중독자에게 약을 체크하고 나눠주는 동료 Jillian


사망방지 용 날록손 키트

빌딩 안에서나 밖에서  몸을 추스르지 못하는 사람들을 항상 주시하고 관찰해야 한다.  

날록손 키트라고 불리는 이 스프레이와 주사는 오이오피드 중독을 역전시켜 뇌 손상 및 사망을 방지해 준다. 나는 호흡을 멈춘 사람의 정상적인 호흡을 회복시켜 주는 이 스프레이와 주사를 항상 가지고 다닌다.


 

날록손 키트도 무료배급을 한다




최근에는  호흡곤란을 일으켜 쓰러진 사람이 둘이나 있었다.

올해 65살인 그레그  할아버지는 화장실을 가려고 침대에서 일어났다가 갑자기 쓰러져 5분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이 할아버지 역시 40대부터 약물에 손대어 약물중독자로 살아가고 있다.


같이 일하는 동료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부축되어 안정을 찾고 침대로 옮겨졌다.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후 심각한 트라우마를 안고 살이 가는 Dawa. 결혼 후 두 번의 유산으로 인생에 대해 희망을 완전히 잃은 채로 심각한 약물중독자로 살고 있기에  이 여자가 화장실을 들어갈 때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곤 했다. 가방을 놓고 들어가라고 해도 완강히 거부하고 소리를 지르는  기이한 행동을 자주 하기 때문에  다루기 쉽지는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한 번은  화장실에서 몰래 마약을 해서 경찰이 찾아오게 만들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며칠 전에는  Dawa가 화장실에서 그대로 쓰러진 일이 있었다. 원인은 일시적 심장정지였고 전문 응급구조사들로부터 심폐소생술을 받고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서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그 후로 지금은 계속 병원에서 지내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한국인은 술에 찌들어 살고 캐나다인은 마약에 찌들어 산다.


오늘은 최근 새로 입사 한 레인이라는 친구와 같이 아침 근무를 했는데 

인도인 남자친구가 있다는 공통점으로 초고속으로 친해진 애다.

그런데 오늘 보니 뭔가 눈이 맹해서 졸려하는 게 내 눈에 딱 보였다.

피곤해 보인다고 요새 무슨 일 있고 물어보니 몇 달 동안  젤리로 된 대마초인  Weed를 소량 섭취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어제도 젤리 하나를 먹고 잤는데 깊은 잠을 잤는데 지금도 자고 있는 기분으로 일을 하고 있 중이라했다.


한국인들은  소주를 찾고 캐나다인들은 대마초를 찾는다.

국인줄만 알았던 캐나다가 마약에 쉽게 노출되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찌 보면  또 다른 지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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