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은 없고, 리필만 있다
센터는 새벽, 아침, 저녁, 밤 타임까지 네 교대로 24시간 쉼 없이 돌아간다. 집을 구하려는 노숙자들이 지내는 곳이기 때문에, 주거복지사도 주기적으로 방문해 이들의 상황을 점검한다. 특히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엔 주거복지사와의 대면 상담이 있어 많은 사람이 상담을 받기 위해 센터를 찾는다.
오늘은 내가 아침에 출근해서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는지부터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아침 시간대는 밤새 발생한 일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하루를 준비하느라 더욱 분주하다.
센터의 하루는 기상 시간인 오전 7시를 기준으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침 프로그램은 9시에 시작되지만, 오전 근무자는 보통 그보다 한참 이른 6시에서 7시 사이에 출근해 근무 준비를 시작한다. 전날 밤새 있었던 특이사항을 확인하고, 아침 식사를 준비하며, 시설 내부의 청결 상태를 점검하는 것도 이 시간대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오전 근무는 보통 오후 3시에서 5시 사이에 끝나는데, 상황에 따라 퇴근 시간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센터에서의 근무는 계획대로 흘러가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유연한 대처가 필수적이다.
아침 근무자는 이용자 개개인이 어떤 서비스를 제공받았는지 컴퓨터 시스템에 기록한다. 이렇게 기록된 정보는 이후 주거복지사들이 집을 구할 때 유용하게 사용되기 때문이다.
퇴근하기 전, 하루 동안 있었던 중요한 사건이나 특이사항, 주의해야 할 점 등을 공용 근무노트에 상세히 적어 다음 교대 근무자에게 인계하는 것도 필수 업무 중 하나다. 기록을 명확하고 정확하게 남기는 것은 센터 운영의 효율성과 이용자들의 안전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센터의 아침 업무는 이용자들이 퇴실하는 즉시 시작된다. 이용자들이 모두 나가면 약 한 시간 동안 침대를 정리하고, 이동식 테이블과 의자를 세팅해 공간을 정돈한다. 이후 입실 시간이 되면 이용자들의 이름을 체크하며 차례로 들여보낸다.
아침 근무자의 구체적인 업무는 다음과 같다
커피와 차 준비하기
커피를 내려 준비하고, 차도 마련한다. 설탕과 우유는 항상 준비해 놓는다.
식수 제공 준비
큰 물통에 깨끗한 물을 채워놓는다. 종이컵과 머그잔을 준비해 비치한다.
아침 식사 및 간식 준비
이용자들이 아침과 함께 먹을 간단한 간식거리를 준비한다.
화장실 청소
깨끗하게 청소하고, 휴지와 손 세정제를 채워 놓는다.
샤워 타월 준비
깨끗한 샤워 타월을 미리 준비하여 둔다.
샤워실 관리
샤워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명단에 기록하고 순서대로 호명하여 샤워실로 입실시킨다. 샤워가 끝난 후 샤워실 내부를 정리한다.
아이팟 관리
아이팟 사용을 원하는 사람의 명단을 작성하고 순서대로 아이팟을 배부한다.
화장실 관리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사람에게 열쇠로 문을 열어주고, 이용 상황을 확인하며 정리한다.
물품 지원
이용자들이 요청한 옷과 신발 등 필요한 물품을 찾아 제공한다.
근무일지 작성
당일 근무 내용을 오피스 공용 노트에 꼼꼼히 기록하여 전달한다.
커피는 주로 블랙커피로 내린다.
커피와 차는 이용자들이 자주 찾기 때문에 빠르게 소진되므로, 아침 근무자는 물론 점심 근무자도 계속해서 확인하고 부족하면 바로 리필해줘야 한다.
특히 날씨가 화창한 날이면, 종이컵에 커피를 담아 밖으로 나가 햇볕을 쬐며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여유로운 장면을 볼 때면 센터의 분위기도 잠시나마 한결 가벼워진다.
아침 시간에는 보통 과일과 빵류가 많이 제공된다.
간단하면서도 속을 든든히 채울 수 있는 메뉴로, 바나나, 사과 같은 손쉽게 나눌 수 있는 과일과 머핀, 베이글, 식빵, 크루아상 등이 준비된다.
간식용으로는 그래놀라 바나 요거트, 작은 케이크류가 나올 때도 있다.
모두가 빠르게 식사할 수 있도록 포장된 제품이 많으며, 커피나 차와 함께 간단한 아침을 해결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정해진 시간마다 연계된 봉사 단체나 지역 푸드뱅크 팀이 트럭으로 음식들을 센터에 운반해 온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빵, 과일, 음료, 통조림, 간식류 등 다양한 식료품을 제공하며, 센터에서 제공하는 아침이나 간식에 큰 도움이 된다.
음식이 도착하면 스태프들이 함께 박스를 옮기고, 유통기한이나 상태를 확인한 뒤 정리한다.
이렇게 도착한 식료품은 그날 배식에 바로 사용되거나,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데 쓰인다. 연계 기관들의 지원은 센터 운영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가끔은 이웃 주민들이 정성껏 만들어 온 샌드위치가 센터로 전달되기도 한다.
포장지 하나하나에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고, 메모나 짧은 응원 문구가 적혀 있는 경우도 있어 이용자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
샌드위치는 보통 점심이나 간식 시간에 나눠주며, 재료는 햄, 치즈, 달걀, 야채 등 다양하다.
이웃들의 자발적인 나눔은 센터의 분위기를 한결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존재다.
단순한 한 끼 이상의 의미가 되어, 누군가가 여전히 자신들을 생각해주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준다.
센터에는 종종 기부받은 과자, 과일, 크로와상, 바게트 등이 들어온다.
푸드뱅크나 지역 빵집, 슈퍼마켓에서 남은 물품들을 정기적으로 기부해 주는 덕분에 이용자들은 간식이나 아침 식사로 다양한 먹거리를 접할 수 있다.
크로와상과 바게트는 따뜻한 커피와 함께 아침 시간에 인기가 많고, 과일과 과자류는 간식용으로 나눠주기도 한다.
이런 기부물품들은 식사의 질을 높여줄 뿐 아니라, 누군가의 배려와 관심이 담긴 선물로 느껴지기도 한다.
센터의 하루가 조금 더 풍요로워지는 순간들이다.
주말 아침 메뉴는 땅콩버터와 베이글이다.
간단하지만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조합이라 인기가 많다.
베이글은 갓 구운 것처럼 쫄깃하고 고소해, 금세 동이 날 정도로 잘 나간다.
특히 땅콩버터를 넉넉히 발라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먹으면 그 자체로 작은 휴식 같은 시간이다.
주말 아침의 이 조촐한 한 끼는, 센터 이용자들에게 편안함과 일상의 안정감을 전해주는 소중한 루틴이 되기도 한다.
날씨가 좋아 비교적 한가한 날의 센터 실내는 평소와는 다른, 조금은 느긋한 분위기가 감돈다.
햇빛이 창문 너머로 조용히 들어오고, 몇몇 이용자들은 종이컵에 커피를 담아 밖으로 나가 벤치에 앉거나 햇살 아래서 여유를 즐긴다. 실내에는 따뜻한 커피 향이 퍼지고, 이동식 테이블에는 책을 읽거나 조용히 앉아 쉬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앉아 있다.
샤워실 앞에는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명단이 놓여 있고, 스태프들은 그날 들어온 기부물품을 정리하거나 간단한 청소를 하며 바쁘지 않게 하루를 정돈한다.
TV가 조용히 돌아가고, 벽에 걸린 시계 소리조차 유난히 또렷하게 들리는 날.
이렇게 평화로운 날의 센터는 고단한 일상 속에서 잠깐 숨을 고를 수 있는 쉼표 같은 공간이 된다.
센터에는 종종 옷과 신발을 기부받은 물품들이 들어온다.
기온이나 날씨에 따라 필요한 물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겨울엔 눈이 많이 와서 옷과 신발이 금세 젖기 때문에, 따뜻한 외투, 방수되는 신발, 장갑, 모자 등을 찾는 사람이 많고,
여름엔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반팔, 반바지, 얇은 운동복, 새 양말 등을 찾는다.
옷을 찾는 사람들은 스태프에게 자신의 사이즈나 필요한 품목을 말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맞는 옷을 제공받는다.
이런 기부 물품들은 단순히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넘어, 노숙자들에게 최소한의 존엄과 편안함을 회복시켜주는 중요한 자원이 된다.
화장실을 사용할 때는 외투나 가방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이는 센터의 엄격한 규칙 중 하나로, 이용자들은 화장실 입구에 외투와 가방을 모두 내려놓고 입실해야 한다. 간혹 외투나 가방 속에 금지 물품을 숨겨 들어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안전하고 쾌적한 센터 운영을 위해 꼭 지켜야 하는 규정이다.
샤워 시간은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정해져 있으며, 한 사람당 최대 20분씩 사용할 수 있다.
샤워실은 화장실과 마찬가지로 가방이나 개인 물품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이는 안전을 위한 중요한 규정으로, 가방 속에 마약이나 담배 같은 금지 물품이 숨겨져 있을 경우 사고나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샤워실 문 앞에 놓인 운반 상자에 자신의 소지품을 보관한 뒤, 샤워 타월만 들고 입실해야 한다.
스태프는 샤워 순서를 호명하며 이용자들이 정해진 시간 안에 샤워를 마치고 나올 수 있도록 관리한다.
이 모든 절차는 모두의 안전과 공정한 이용을 위한 필수 수칙이다.
샤워실 옆에는 양말, 샴푸와 린스, 면도기, 칫솔, 치약 등 개인 위생용품이 구비되어 있지만, 이용자들이 직접 가져갈 수는 없다. 이러한 물품들은 스태프에게 요청해야만 받을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물품의 분실이나 과도한 사용, 혹은 오용을 방지하고, 필요한 사람에게만 적절히 제공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이용자들은 샤워 전, 필요한 물품이 있을 경우 스태프에게 직접 말해 요청해야 한다.
인력이 부족한 날에는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눈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빨래 더미를 마주할 때도 있다.
이불, 타월, 베개커버 등 하루 만에 쌓인 세탁물이 너무 많아 정신없이 분류하고 세탁기와 건조기를 돌리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특히 주말이나 공휴일 다음 날, 또는 야간 근무자가 세탁 업무를 제때 처리하지 못했을 때는 아침 근무자가 그 모든 일을 감당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체력적으로도 만만치 않은 업무지만, 이용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꼭 필요한 일이다.
퇴근 전에는 반드시 그날 일어난 사건이나 특이사항을 공용 근무 노트에 기록해야 한다. 이 노트는 다음 교대 근무자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연속성 있는 업무를 이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록해야 할 내용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
-응급상황 발생 여부 (예: 싸움, 쓰러짐, 약물 관련 문제 등)
-특이사항 (예: 이용자 간 갈등, 규정 위반, 민감한 요청사항 등 물품 -소진 현황 (예: 커피, 타월, 생수 등 재고 부족)
-샤워나 화장실 이용 중 발생한 문제 새롭게 온 이용자나 퇴실자에 대한 간단한 정보
-기타 인계할 사항 (예: 특정 이용자에 대한 주의 필요 등)
기록은 간단명료하면서도 핵심을 빠뜨리지 않고 작성해야 하며, 실명은 가능한 한 피하고, 이니셜이나 특징만으로 표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노트는 단순한 메모를 넘어, 센터 운영의 연속성과 팀워크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