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발 나한테 찾아오지 마!

40대 뇌출혈 남성과 누나

by 여행자

40대 초반의 남성이 뇌출혈로 응급실에 실려 온다. 119 구급대원은 환자의 누나와 연락이 닿아 곧 내원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지만 이후 누나와 연락이 닿지도 병원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다른 보호자라도 찾기 위해 신분증을 확인하고 행정복지센터에 연락했지만, 다른 지역으로 주민 등록되어 있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고 ‘개인정보 보호’를 사유로 등록지를 알려주지 않았다.


‘개인정보 보호법’에는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대부분 소극적이다. 공문 결재를 받고 진단서를 첨부해서 다시 행정복지센터에 요청할 수 있지만 그럴 여유가 없어 환자의 휴대전화 속 사진첩을 뒤져 마침 주소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


누나 외에 가족이 없었고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지체할 수 없어 의료진의 판단으로 응급 수술이 진행되었다.


휴대전화 메신저 대화가 눈에 띈다.


'네 몸은 네가 챙겨'

'이제 이 세상에 널 위해주거나 챙겨줄 사람은 없으니까'

'찾아오지도 마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너한테 얼굴 붉히기도 싫고 싫은 말 하는 것도 싫다.'

'이제 제발 나한테 찾아오지 마!'


대화에서 깊은 갈등이 느껴진다. 3개월 전 메시지는 누나와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 이후에도 환자는 꾸준히 누나에게 메시지를 보냈으나 답은 없었다.


환자가 입원했으니 연락 달라는 메시지를 몇 번이나 남겼다.


환자와 대화는 불가능하고 퇴원계획을 함께할 가족도 돌아갈 집도 없다. 의사는 사회복지팀에 퇴원계획을 의뢰했고 지금 상황에 요양병원 전원밖에 방법이 없다.


전원이 가능한 요양병원을 찾던 중 누나에게 연락이 왔다. 적극적인 호소나 해명은 없었다. 짧은 시간 깊은 고민과 갈등이 느껴지는 숨소리만 들렸다.


“OOO 누나입니다.”


“지금이라도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환자는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의식이 없는 상태로 중환자실 치료 중입니다.”

“퇴원 계획을 하고 있고 곧 전원 할 요양병원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환자의 누나는 어떤 요구도 하지 않은 채 말을 뗐다.


“조현병으로 가족들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 아이만의 제3의 세계가 있었어요.”

“아마 부모님이 돌아가시고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충격이 컸었나 봐요.”


안타까웠지만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연락이 닿아서 다행이다. 희소식이라 할 수 없지만 환자의 치료 상황을 전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환자를 만나 볼 수 있냐고 물었다. 가족이 면회를 하는 것은 당연히 권해야 하지만 적극적으로 권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죄책감과 충격을 불러올 수 있다.


“면회는 언제든 가능하지만, 환자를 본 후 더 힘드실 수 있습니다.”

“소식은 계속 전하겠습니다.”

“마음의 준비가 되면 만나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힘들었지만 가족이었다. 감당할 수 없어 놓을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후회한다. 누나는 고맙다고 말하며 마음의 준비가 되면 다시 연락하겠다고 한다.


우리는 쉽게 누군가를 비난한다. 사정을 알지 못하고 섣불리 판단한다. 사정을 다 알지는 못하고 지레짐작하기 쉽다. 각자의 사정이 있지만 세심하게 살피지 않는다.


병원에서 환자가 중심이 되지만 가족의 아픔도 살펴야 한다.

나는 ‘의료사회복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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