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연휴마다 반복하는 퇴원 행렬

by 여행자

개천절을 시작으로 추석, 대체 휴일, 한글날까지 이어지는 긴 연휴가 다가온다. 토요일까지 이어진다면 꼬박 7일의 쉼이 된다. 반가워야 할 붉은 숫자들이 내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병실 부족으로 입원을 기다려야 했던 환자들이, 이제는 하나둘씩 병실을 비우기 시작했다. 출근하자마자 확인하는 퇴원 환자 리스트는 평소보다 두 배는 많은 보인다. 마음은 벌써 분주해지고, 어쩐지 불안감이 밀려온다.


연휴를 앞둔 환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내고 싶은 마음, 혹은 병원에서 무료한 연휴를 맞이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환자뿐 아니라 의사를 포함한 병원 직원들에게도 똑같다. 연휴 동안은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숨을 고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퇴원 환자가 늘어나는 만큼 사회복지팀의 업무도 늘어난다. 진료비 지원을 위한 서류를 서둘러 작성하고, 퇴원 이후의 삶을 대비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연휴 기간에는 간병비가 올라 환자와 가족의 부담도 커지기에 상담과 안내는 더 세심해져야 한다. 시간에 쫓겨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병실을 오가는 발걸음은, 연휴라는 달콤함보다는 무거움에 더 가깝다.


이런 상황은 명절이나 연휴 때만의 일은 아니다. 매주 금요일, 연휴 전후, 그리고 연말마다 병원은 퇴원을 준비하는 환자로 더 바빠진다. 환자들에게 달력의 붉은 숫자는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자극하는 신호가 된다.


병원은 언제나 같아 보이지만, 환자들의 마음은 달력의 색에 따라 달라진다. 연휴 전까지 나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환자의 뒷모습이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도록, 연휴가 환자와 가족에게 짧은 휴식이 되었으면 한다.


연휴 전 퇴원 계획을 마무리한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연휴가 지나면 다시 새로운 환자들이 병실을 채우고, 나는 다시 분주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이 반복되는 분주함 속에서 ‘내가 해야 할 일’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확인하며 다시 걸어갈 힘을 얻는다.


달력의 붉은 숫자는, 나에게도 쉼을 알리는 신호이자 다시 시작할 힘을 불어넣는 또 하나의 신호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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