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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Oct 08. 2021

물회

소통의 부재


올해 여름도 뉴스 속 헤드라인은 익숙하기만 하다.

‘역대급 더위’

‘혹독한 여름’

‘역대 0위’

‘00년 만의 폭염’     


역대 최악의 수준이었던 2018년과 비교하면 그 강도가 약하다고는 하지만 매년 찾아오는 계절의 변화에도 여간 적응하기 쉽지 않다.      


역대급 폭염이라는 올해, ‘COVID-19’ 대유행과 겹치면서 사람들의 짜증은 더 늘어만 간다.      

그나마 대구시는 폭염지진대응팀이 있어 타지역보다는 폭염에 대한 대비가 잘 되어 있는 편에 속하지만 최근 뉴스를 보면 폭염이 대구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단순히 기온으로만 따졌을 때 대구보다 더 기온이 높은 곳이 많다.)     


야외 노동자들은 어떨까?

대표적으로 택배 노동자와 건설 현장의 노동자들은 더위와 사투를 벌인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나는 더위를 피할 수 있는 환경에서 근무해서 다행이다 싶은 이기적인 생각이 든다.      

고작해야 차에서 내려 직장으로 걸어 들어가는 아주 짧은 시간 정도만 더위를 피하면 되니 말이다.    

 

계절의 변화마저 무심케 하는 'COVID-19' 유행에도 붉게 물든 단풍을 기다리게 되는 계절이 왔다.


‘COVID-19’ 대유행으로 외출마저 자유롭지 않아 특별한 것은 없지만, 직장인이라면 퇴근 시간이 가장 기다려지지 않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하는 퇴근, 출퇴근 거리는 차로 40분 정도 걸린다.

화물차량의 통행이 잦은 곳이라서 퇴근 길목에는 어림잡아 6~7개 정도의 주유소가 밀집해있는 곳을 지난다.       

쭉 뻗은 길을 앞차만 바라보며 달린다.

그날은 왜 그랬는지 반대편에 보이는 ‘물회’ 현수막이 눈에 띈다.


그날따라 물회가 무지하게 먹고 싶었나 보다.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고 와이프에게 “주말에 한번 가볼까?”하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 날 아침 출근길에 아무리 찾아봐도 ‘물회’를 판매한다는 음식점이나 현수막은 보이지 않았고 ‘물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출근길, 허탈한 웃음으로 시작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말이 남 일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는 종종 소통의 장애를 겪는다.

“대화가 안 통해”, “말이 안 통해”, “왜 그렇게 답답해”라는 말을 쉽게 한다.

말하는 사람의 문제 일수도, 듣는 사람의 문제일 수도 있다. 반대로 전혀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다른 상황, 다른 가치관을 따르고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쉽게 겪는 일이다.      


작은 오해로 시작하지만 결국은 파국으로 치닫기도 하고, ‘이 사람과는 말이 안 통해’라는 선입견을 품게 되면 입을 닫게 된다. 대화할 의욕이 사라지는 것이다.   

   

괜한 승강이로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고, 장황하게 설명하자니 점점 늪으로 빠져드는 기분이다.      


서로 잘 알고, 이해한다고 생각되는 관계에도 예외는 없다.      


‘내 맘 같을 것’이라는 오해는 소통의 부재를 가져오고, 답답한 심정으로 방어하고 비난하는 말은 관계악화의 골을 더 깊게 판다. 답답함과 스트레스가 감정으로 폭발하기도 한다.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출판되는 수많은 책만 봐도 우리가 얼마나 소통하고 싶어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소통에 대한 욕구가 있고 더 잘 소통하고자 하는 바람이 있다.     

 

소통의 방법론만 익히면 소통이 될까?      


이전의 상식은 지금의 상식이 아닐 수 있고, 이전의 정답은 지금의 정답이 아닐 수 있다.

어느 하나가 정해져야 하는 정답을 찾기보다 적당한 해답을 찾는 것으로 양보하면 되지 않을까?     

 

소통의 기본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다.


상대를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사실 다 이해한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적어도 관계가 상하는 일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적을 만들기 위해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공유하고 싶기 때문에 소통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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