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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Mar 09. 2022

잃어버린 지갑이 부른 나비효과-불편한 편의점

베스트셀러와 소설 장르는 거르고 보는 편이지만 동료의 추천으로 읽기 시작한 ‘불편한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

대부분은 노숙인의 삶에 관심이 없을 것이다. 

거리에 떠도는 부랑인으로 나와 엮일 일이 적고 굳이 엮이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더군다나 요즘은 내 삶을 살기도 힘에 벅차다.      


과거가 없는 노숙인은 없지만, 소설에서 ‘독고씨’라고 불리는 노숙인에게는 조금 더 특별하다 싶은 과거(신분)를 부여한다. 노숙인마저도 부류를 구분하는 느낌이어서 불편하기는 했지만 이 소설의 주요 내용은 아니니 넘어가도록 하자.     


지갑을 잃어버린 전직 교사, ‘염여사’(지금은 퇴직 후 편의점 사장)와 노숙인의 인연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노숙인이 만나는 각각의 사람들이 연결고리처럼 엮인다.      



우리는 가끔 혼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노숙인이 혼자인 것과는 다르다.      

우리는 언제나 돌아갈 곳이 있고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안도감이 있다.

혼자여도 불안하지 않다는 것이 차이다.      


노숙인은 다르다. 

고립된 속에 혼자다. 

주변에 노숙인 동료(?)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사회와 고립되어 살아간다. 

먼 미래를 내다볼 겨를도 없이 오늘 하루를 버틴다.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 할 수도 있겠다. 

공중질서를 무시한 채 술에 취해 독고다이로 살아가는 노숙인에게 무슨 기대를 할 수 있느냐? 

사회 부적응자들 아니냐? (사회 부적응자라는 낙인은 누가 찍는 것인가?)

눈앞에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부는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전부가 그렇지도 않고 처음부터 그렇지도 않다. 

단지 비주류이기 때문에 우리가 보기에 불편하다. 

누구에게나 과거는 있고 그 과거를 우리는 전부 이해할 수 없다. 

경험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말은 함부로 하는 말이 아니다.      


소설 속 인물이기는 하지만 노숙인에 대해 이렇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던가?

‘독고씨’의 과거를 빨리 알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처럼 책을 읽어 내려간다.      


‘염여사’는 고립된 ‘독고씨’에게 손을 내민다. 

중략하고 ‘염여사’의 편의점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독고씨’와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려운 뇌 속을 긁어주는 것 같다.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고 갇혀있는 나의 모습이 투영된다.      


‘염여사’의 잃어버린 지갑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나비효과처럼 퍼져나간다.      

‘독고씨’의 말처럼 “들어주면 풀려요”

우리도 주변의 말과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내가 만드는 나비효과를 상상해보자.     


‘독고씨’의 과거가 대부분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독고씨’가 과거를 희미하게 떠올리는 장면에서 글이 마무리되었다면 독자들의 상상력을 더 자극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마도 더 희망적인 상상을 해보지 않았을까? 

아주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간만에 감성 돋게 하는 소설임에는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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