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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Oct 21. 2022

반포지효(反哺之孝)로 답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교통사고로 외상성 뇌출혈 진단을 받은 청년

건장했던 20대 청년은 외상성 뇌출혈로 재활치료를 위해 입원한다.

국내기업 해외법인에 입사하게 되어 가족들의 기대가 컷던 청년은 입사 5개월만에 눈길에 미끄러지는 교통사고로 외상성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에 부모는 당장 현지로 달려갔고 아버지는 1개월 동안, 어머니는 3개월 동안 해외에서 생활하며 아들의 치료상황을 지켜봤다.


현지 국립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병원비는 지원이되었으나 적극적인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언어도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어머니는 COVID-19에 감염되는 경험을 하면서까지 아들의 치료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병원에서는 회복에 대한 기대가 낮고 급성기 치료가 종료되었으니 우리나라로 치면 요양병원으로 병원을 옮기라는 통보를 했다.


사지마비가 있고 의식이 없는 상황에도 부모는 희망을 놓을 수 없었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항공편을 알아봤으나 중증환자를 어떤 항공사에서도 받아주지 않았다.


에어엠뷸런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1억원이 훌쩍 넘는 비용을 감당해야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의 병원으로 오게된 청년은 COVID-19 격리기간을 거쳐 치료가 시작된다는 기대감을 가졌으나 의사의 말은 모질기까지 했다. 더는 치료할 것이 없으니 퇴원하라는 통보였다.


상급 종합병원에서 조차 해줄 것이 없다는 말에 부모의 마음은 무너졌고 20여곳의 병원을 수소문했지만 요양병원 2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입원이 거부되었다. 퇴원할 수 있는 병원을 빨리 확인하라는 의사의 다그침은 계속되었다.


치료를 포기할 수 없었던 부모는 지인을 통해 나와 연락이 닿았다. 내가 입원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은 없지만 의사와 상의 후 외래진료를 본 후 결정하기로 했다.


다행히 재활의학과로 입원결정이 났고 56일의 입원치료기간 동안 사지마비가 완화되고 환자의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사고 후 어머니는 단 한 번도 집에 가보지 못했다. 병원에 지내며 아들의 곁을 기켰다. 아들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에 집으로 갈 수 없다는 의지가 완고했다. 간병 경험이 없어 병실에 있는 다른 보호자들에게 하나씩 배워가며 정성을 다했고 그나마 쉴 수 있는 (아들이 재활치료 받는)시간에는 기절하듯 잠에 취해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해외에서의 진료기록을 모두 구할 수는 없었지만 사고정도에 비해 초기 대응이 미흡했던 것 같다는 의사의 말에 부모는 억울하고 분하기까지 하지만 하소연할 곳도 없다.


"처음이라 생각하고 치료해봅시다."라는 의사의 말에 안도가 되었지만 억울한 감정을 쉽게 가시지 않았다.


증상은 조금씩 나아졌고 이제는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이 더 많아졌다. 상급종합병원 재활의학과로 입원하여 3개월, 다시 병원을 옮겨 1개월이 흘렀다. 사고 후 1년여 만에 의식을 회복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직도 어머니는 집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고 한다. 의식을 회복하며 부모의 기대감은 더 커졌고 치료는 현재까지도 진행형이다.


더디게 회복되고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 치료기간은 더 길어진다. 뇌혈관질환은 회복 후에도 후유장애로 사회나 가정에서의 역할에 크게 제한을 받기도 한다.


요양병원을 알아보라는 의사의 권유에 적극적인 치료를 포기했다면 환자와 가족의 삶은 현재 어떤 모습일까?


치료의 지속여부는 타인의 권유나 강요가 아니라 환자 본인이나 가족들의 몫이다. 어떤 결정도 잘한 것인지 잘 못한 것인지 미리 알 수 없고 그에 따른 책임과 죄책감도 가족들의 몫이 된다.


치료를 지속하고 싶지만 가족관계나 경제적 사유 등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반대로 회복에 대한 기대는 낮지만 입원치료를 지속하는 경우도 있다.


나을 것인지 그렇지 못할 것인지 어떤 것도 예상할 수 없기에 기대와 개인이나 가족의 사정에 따라 결정한다. 한정된 의료자원에서 다양한 개인사정과 사회적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마지못해 치료중단을 결정하기도 한다.


질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해마다 증가하고 국가에서 질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질병의 예방과 관리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라도 아프면 치료를 받고 빨리 회복되기를 기대한다. 누구도 치료를 중단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경험해보지 못한 힘든 상황에도 자식을 대하는 부모의 마음을 간적접으로나마 곁에서 볼 수 있었다. 이런 부모의 마음을 알고 더 빨리 회복하고 더 빨리 집으로 돌아가 반포지효(反哺之孝)로 답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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