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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Dec 29. 2022

"보호자가 없으면 입원이 안 되나요?"

입원 환자의 지속 돌봄에 대한 생각

"보호자가 없으면 입원이 안 되나요?"


요즘은 수요와 공급만으로 병원(기업) 경영을 할 수 없다. '고객 경험' 경영을 통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병원(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 고객의 욕구는 더 구체화하고 경험을 통해 구매 의사가 결정된다. 최신장비와 쾌적한 환경을 마련하는 물리적인 변화를 시도하지만 결국은 인적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인력을 충원하려는 노력은 있지만 채용공고를 한다고 해서 인력을 충원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지방의 병원은 더 심한 인력난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지방의 병원에서는 의사와 간호사도 정원을 채우기 쉽지 않고 의사는 특정 진료과에 몰리는 현상까지 보인다. 상대적으로 비인기 진료과는 의사를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인구 동향에 따른 문제이기는 하지만 최근 뉴스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구하기 어렵다는 소식도 들을 수 있다.


입원 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끝나는 문제도 아니다. 현재 의료기관에 배치된 간호인력 수준으로는 입원환자의 간호 요구와 간병 수요를 모두 만족시키기 어렵다. 간호사는 과다한 업무량과 시간적 압박으로 약물 투여, 간호기록과 같은 필수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바쁘고 고된 업무로 숙련되었다 싶으면 이직을 하는 현상도 발생한다.


당연히 일상생활 보조, 정서적 돌봄은 보호자나 간병인의 몫으로 남게 된다. 과거에는 주로 가족 내 여성이 병간호를 담당해왔으나 가족 구성원의 감소와 독거인의 증가 등 가족기능이 약화하여 점차 유급 병간호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유급 병간호를 통해 가족들의 신체적, 정신적 부담은 경감할 수 있으나 과도한 간병 비용은 가계에 부담이 된다. (24시간 기준 간병 비용이 12~15만 원 수준이라고 했을 때 환자나 보호자에게는 가계에 상당한 부담이 있으나 간병인의 입장에서는 최저시급 조차 되지 않는 수준이다)


이 또한 간병인을 구할 수 있었을 때의 문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갑작스러운 공급부족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일상생활 의존도가 높은 환자의 경우 간병인조차 꺼리는 경우가 생긴다. (동일한 비용에 일상생활 의존도가 낮은 경증의 환자를 담당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또 병간호 중 감염으로 인해 근로일수가 줄게 되면 간병인에게도 상당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


정부에서는 2015년 보호자나 간병인이 상주하지 않고 포괄적인 간호를 제공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를 출범했지만, 병상수 증가는 정체된 상황이며 일상생활 의존도가 높은 환자는 여전히 일반병동에 배정하고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서는 간호업무의 부담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간병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수술이 필요한 독거노인이나 낙상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 불가피한 경우 지원하고 있으나 그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을 체감한다.


간호사와 환자의 만족도는 높지만 그만큼 사업비용에 대한 부담이 발생하고 때에 따라서는 환자의 입원 생활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간병 비용 지원을 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는 재입원 시에도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잦다)


1년 동안 간병 비용을 지원한 환자의 대부분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보호받는 독거노인이었으며 입원 준비를 할 여유가 없는 소화기질환이나 뇌혈관질환의 환자가 많았다. 공적으로 간병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는 제한적이고 생계비지원에 의존하여 생활하고 있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사실상 간병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보호자가 없으면 입원이 안 되나요?"라는 환자의 물음에는 다양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치료과정에 보호자들의 동의 여부와 병원비에 대한 문제일 수도 있고 입원 중 병간호에 대한 문제일 수도 있다.


보호자가 없어서 혹은 간병을 구할 여력이 되지 않아 치료받지 못하거나 치료 시기를 놓치는 상황을 종종 목격한다.


간병인은 환자 회복을 돕는 인력임에는 분명하나 의료 관련 법령에는 간병인의 역할이나 의무가 규정되어 있지 않고 신분보장이 되지 않는다. 치료과정에 필요한 의료서비스라는 인식은 있지만 제도권 밖에 있는 간병 서비스는 환자와 보호자, 의료기관에도 상당한 부담이 된다.


최근에는 간병인조차 고령화가 진행되고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외국인을 고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환자 안전이나 의료지식 등 교육은 미비하여 양질의 간병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간병의 수요는 증가할 것이고 인력을 확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회복에 대한 기대가 있는 환자도 간병의 문제로 요양병원으로 입원하게 되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우려된다.


앞으로도 "보호자가 없으면 입원이 안 되나요?"에 대한 물음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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