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지난 외국인 노동자

이주노동자 이야기

by 여행자

E-9 비자는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의해 일정 자격이나 경력 등이 필요한 전문 직종이 아닌 제조업체, 건설공사 업체, 농업, 축산업 등 비전문 직종에 취업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발급하는 비자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사업주와 계약에 따른 대우를 받으며 월급을 받고 초과수당도 인정된다. 물론 연차 휴가도 발생한다.

전부가 그런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고 노동법을 잘 모른다고 해서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비자가 종료된 시점부터는 월급이 아닌 시간제 또는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전환되어 소득이 줄어드는 수순을 밟게 된다.


본국의 가족을 위해, 입국 시 브로커(중개인) 비용 등을 갚기 위해 한국을 떠나지 못한다.

때로는 한국이 익숙해져 버려 떠나지 못한다는 외국인도 있다.


2011년 E-9(비전문취업) 비자로 입국한 스리랑카인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남았다.


몇 개월 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근로일수가 줄었고 병원에서 위암 진단을 받는다.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에 병원비 걱정이 앞서 이주민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


수중에 600만 원이 있었지만, 국민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아 수술비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수술받지 않고는 일상생활도 어려울 뿐 아니라 근로활동은 더 불가능하다.


병원비 도움을 주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수술받기 전까지도 환자는 걱정했다.


병원 사회복지팀을 통해 수술비를 지원받았다.

하지만 앞으로 12회의 항암치료가 남아있고 또 병원비를 걱정해야 한다.


평균적으로 한 달에 1~2회, 2~3일의 짧은 입원을 통해 항암치료를 받는다.

적게는 100만 원부터 많게는 300만 원에 이르는 항암치료 비용이 발생한다.

(국민건강보험 자격이 없기 때문에 병원비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지 내국인은 이만큼 발생하지 않는다.)


겪어보지 않아도 항암치료가 힘들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환자 또한 포기하고 싶은 생각을 했었고 항암치료 후 퇴원하면 며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몸도 지치지만, 매번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는 것도 부담이다.


몸도 마음도, 경제적으로도 너무 힘들다고 한다.


항암치료를 받을 때마다 일부 도움을 줬지만, 환자가 납부한 병원비는 1,500만 원에 이른다.


오늘이 마지막 항암치료를 위해 입원하는 날이다.

환자의 표정이 밝아졌음을 느낀다.


치료종료 후에도 당분간은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빌린 병원비를 갚아야 하고 본국에 있는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다행인 것은 평소 환자의 성실한 근무태도를 좋게 봐온 사업주가 치료가 끝난 후 계속 일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것이다.


최근 미등록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많은 인권 단체에서 반인권적 단속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하고 농민들과 제조업체에서 조차 일손 부족의 사유로 단속을 반대한다.


미등록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단속은 늘 있었고 출입국관리법 위반자는 2021년 기준으로 12만 명에 이른다.

이중 매년 2~3만 명이 추방(강제퇴거)된다고 한다.

최근에는 더 늘었을지도 모른다.

유통기간이 지난 제품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


지금까지 단속과 추방(강제퇴거)이라는 결과로 정부에서 말하는 체류질서 확립이 이루어졌는지 의문이 든다.

강압적인 단속으로 사상자가 발생하는 일도 빈번하다고 한다.


외국인노동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고 국민 정서에도 영향을 미쳐 외국인노동자를 혐오의 대상으로 만든다.


성매매, 마약류 유통 등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 전체를 범죄집단으로 몰아가는 것은 색깔론에 지나지 않는다.


단속과 추방(강제퇴거)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수록 그들은 더 어두운 곳으로 숨어버릴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인권은 더 무너져 내릴 것이다.


적어도 내가 만난 많은 외국인은 범죄자도 아니었고 혐오의 대상도 아니었다.

누구보다 어렵게 생활하는 성실한 사람들이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먼 이국땅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미등록 외국인 단속으로 인한 일손 부족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인권과 체류 안정화를 고려한 이민정책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불법체류가 아니라 미등록 외국인이라고 하자, 인권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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