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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May 16. 2023

흉중생진(胸中生塵) : 심중(心中)에 고통이나 비애

취약계층 이주민 이야기

2023년 1월, 방글라데시인 아이와 처음 만났다.


아이는 가벼운 감기 증상으로 알고 병원에 오게 되었지만 폐렴 진단을 받아 입원 치료가 필요했다.

국민건강보험 자격도 있었고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부모는 입원 치료를 거부했다.


가끔은 종교적인 이유나 문화적인 이유로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부모를 만나 입원 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치료받고 싶지만, 병원비를 마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부모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고 엄마는 곧 울음이라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

내 아이가 아픈데 치료를 받을 수 없다면 부모는 어떤 심정일까?


아이의 아빠는 1년 전 입국하여 대학교에서 석사과정으로 재학 중이고 연구비 지원으로 받는 90만원이 소득의 전부였다. 월세와 식비, 국민건강보험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것은 고사하고 모자랄 수밖에 없다.


최저생계 이하의 생활을 했고 최근 물가 상승으로 더 어려워지기만 했다.

그렇다고 소득이 늘어나지도 않았고 유학비자로는 다른 소득 활동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병원비 마련을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빌린다고 해도 갚을 길이 없다.


부모를 설득해 아이가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도왔다.

입원 중에도 혹여 병원비 납부 독촉을 받을까 부모는 조마조마하며 퇴원 날만 기다렸다.


아이의 아빠는 번역기를 이용해 한글 편지를 써왔다.

틀린 단어도 있고 앞뒤가 뒤죽박죽이기도 하지만 심정은 충분히 이해된다.


친애하는 선생님께요.

우선, 저는 당신의 모든 지원에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그런 위급한 순간에 넌 내 곀을 지켰어.

여러분의 소중한 지원이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 저는 단지 석사학생입니다.

먹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재정 지원을 받습니다.

나는 최근 가족을 한국에 데려왔다.

지금까지 그들은 영주권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처리 중입니다.

두사람 모두 영구 비자가 발급되는 즉시 건강보험이 적용됩니다.

하지만 이런 위험에 직면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친애하는 선생님, 오늘은 매월 17일입니다.

매월 내 월급은 그 달의 마지막 날입니다. 그 후 나는 주택, 공과금 및 기타 비용에 지출합니다.

이제 내 손은 현재 0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나는 내가 아는 몇몇 방글라데시 사람들로부터 돈을 모았다.

따라서 현재 이금액을 전액 지불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위의 모든 문제를 고려하고 추가 재정지원을 통해 저를 지원해주시기 바랍니다.


부모는 병원비 마련을 위해 손 놓고 있지 않았지만, 병원비를 전부 마련하는 것은 무리였다.

친구들에게 병원비를 빌렸고 일부는 사회복지팀을 통해 도움을 받아 퇴원할 수 있었다.


퇴원 후 몇 번의 외래진료를 받았고 재입원을 하기도 했지만, 사정을 고려하여 병원비를 지원했다.

그렇게 치료받고 어렵지만 무리 없이 생활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최근 몇 번의 외래진료 때 아이의 엄마가 사회복지팀을 방문했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 표정이었지만 별다른 말은 없었고 아이가 건강하다는 말을 했다.

더군다나 나의 짧은 영어 실력을 아는 탓에 하고 싶은 말을 못 했을 수도 있다.


며칠 뒤 이메일이 도착했다.

도움을 구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은 알지만 나라고 항상 방법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난감한 상황이다. 아이가 먹을 음식이 없다는 말에 내 마음은 더 조급해진다.


긴 유학 생활에 가족이 함께 오는 것이 못마땅한 게 아니라 왜 준비 없이 오게 되었는지 부모를 다그치고 싶다.


지침이 있고 기준이 있지만 아픈 아이를 대함에 있어 관대한 결정을 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진다.


지역사회 복지단체에도 도움을 요청하겠지만 시일이 걸리고 모금도 시작했지만, 외국인에 대한 모금은 비교적 지지부진하게 끝이 난다.


조급한 마음에 생계비를 지원하기로 하고 사회복지팀에 방문할 수 있도록 연락했다.


일시적인 도움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아이만은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바란다.


병원 내 사회복지팀에서 의료상의 사항 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보통은 지역사회 복지기관에 의뢰한다. 하지만 외국인에 대한 서비스는 매우 제한적이라 의뢰하는 입장에서도 의뢰받는 입장에서도 난감하다.


일시적인 도움으로 사정이 나아질 리 없기에 또다시 도움을 요청할 것을 미리 걱정한다.

앞으로 몇 년은 유학 생활을 더 하게 될 것이고 그때마다 내가 도울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계속해서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나와,

앞으로도 생계와 양육에 어려움을 겪게 될 부모의 마음에 비애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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