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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Jun 14. 2023

"당신은 마피아입니까?"

보호자 중 '마피아'가 있다.

요즘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마피아 게임'이라는 것이 있다.

파티게임으로 M.T 같은 곳에서 해본 기억이 있다.

최근에는 예능프로그램에서 간혹 볼 수 있다.


서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선량한 시민과 그 속에 숨은 '마피아'를 찾는 게임이다.

'마피아'는 정체를 숨기고 교묘하게 진행을 방해하면서 선량한 시민을 제거한다.

반대로 선량한 시민은 최대한 빨리 '마피아'를 찾아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 요즘은 '어몽어스'게임이라고 하더라.




예전처럼 대가족이 많지는 않지만, 환자가 입원하면 직계가족부터 친척들까지 많은 가족이 모이는 경우가 있다.


가족들은 치료 과정에 의사결정을 하고 의사와 함께 치료계획에 참여한다.

경황이 없는 중에 다수의 가족은 치료계획에 도움이 되는 결정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치료 과정 중 우선순위는 환자의 의사결정임은 변하지 않는다.


환자와 가족들은 의사와 함께 치료 과정에 참여하고 치료계획을 세운다.

대부분은 무리 없이 치료가 진행되고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 가족 중에도 '마피아'가 있다.


가족들이 협의하여 이미 결정한 사항에 대해서도 갑작스럽게 딴지를 건다.

다수의 의견이 항상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견 없이 결정된 사항에도 결정을 번복하고 돌변한다.


어디서 어떤 이야기를 들은 건지 모르지만, 주변인의 이야기, 각종 민간요법의 사례, 부작용에 대한 심각한 우려 등으로 결정을 번복하고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한다.


때론 동일한 내용을 다양한 루트를 통해 재확인하고 재확인하면서 치료를 지연시키기도 한다.


결과에 대해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하는 행동이다.

스스로 죄책감이나 책임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는 행동이다.

어떤 결정도 잘될지 잘못될지를 예상할 수 없고 옳은 판단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상황에 맞는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다.




한 명 또는 여러 명의 '마피아'로 인해 가족 간 갈등이 생기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이때부터는 누구도 쉽게 결정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혹시 모를 후유증이나 부작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기 시작한다.


전염이나 되듯 가족 전체가 가면을 쓴 '마피아'가 된다.

이쯤 되면 누가 진짜 '마피아'인지도 헷갈린다.


객관적이라고 말하는 '마피아'의 말은 대부분 주관적인 말이다.

의료지식이 부족하고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에서 '마피아'의 말이 곧 정답처럼 들리기도 한다.


확인되지 않은 각종 정보로 인해 보호자들은 더 혼란을 겪는다.


결국 피해자는 환자가 된다.


환자가 잘 치료받을 수 있도록 '마피아'를 찾는 게임부터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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