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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Jul 01. 2023

"환자 모르게 죽는 주사 한 방 놔주세요."

통제불능 70대 환자

사별을 한 것인지 이혼을 한 것인지 아니면 이혼 후 배우자가 사망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여러 번 입원 치료 중에도 자녀들이 보호자 역할을 한 것은 본 적이 없다.

나 같아도 관계를 끊고 싶겠다는 생각이 든다.


2017년 위암 진단으로 수술을 받았고 2022년 직장암으로 다시 수술받는다.

이후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도 받았지만, 입원치료를 할 때마다 환자는 단 한 번도 치료 과정에 협조적이지 않았고 폭언과 욕설을 하며 형제들과 간호사를 괴롭혔다.


치료 과정에 불만이 있겠구나 생각도 해봤지만 화를 내는 이유조차 알 수 없었다.


요양보호사가 집을 방문했을 때 평소와 다르게 말수가 줄고 기력이 없는 모습을 보고 급하게 응급실로 이송했다.


지병이 있음에도 투약을 거부할 정도로 평소 건강관리에 소홀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환자는 응급실 입구에서부터 큰소리를 치며 들어왔다.

기력이 없는 중에도 쥐어짜 내며 큰소리를 치는 모습에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환자라는 생각이 든다.


여동생은 "환자 모르게 죽는 주사 한 방만 놔주세요."라고 의사에게 말했다.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여동생도 잘 알고 있지만 "죽었으면 좋겠다. 죽었으면 좋겠다." 주문을 외듯 중얼거린다.

다른 때 같으면 노인학대의심으로 신고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형제들도 환자를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환자의 형과 여동생이 응급실 입구에 서서 옥신각신한다.


평소 동생 하나 통제하지 못하는 무능한 형이라고 환자의 여동생이 다그친다.

형도 할 말은 있다.

"동생이 나를 죽여버리겠다는데 나라고 겁이 안 나겠냐!"


뇌경색 진단을 받고 입원 처방이 났다.

환자가 70대이니 환자의 형과 동생들 또한 노인이다.

이렇게 보호자 역할을 하고 뒷바라지하는 것이 진절머리 난다.


국민기초생활 수급자로 보호받고 있어 병원비는 둘째 치더라도 간병 비용은 또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걱정이다.


때론 간병인조차도 더는 못하겠다고 손사래 치며 떠나는 경우도 있다.


병원에서는 환자를 중심에 두고 치료계획을 할 수밖에 없지만 환자의 이런 태도를 보면 정말이지 답답하다.


건강이 좋지 않은 환자가 제일 답답하기는 하겠지만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힘들어진다.

대부분은 성장배경과 사회환경이 문제의 원인이라고는 하지만 위급한 상황에 조차 협조가 안 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왜 스스로 고립되는 선택을 하는 것일까?


얼마나 더 건강이 안 좋아져야 치료 과정에 잘 따라오시려나?

건강이 악화할 대로 악화해야 따라오시려나?


협조가 잘 안 될 수 있으니, 응대에 주의해 달라는 안내를 하고 입원 조치를 했다.

아마 하루도 지나지 않아 병동에서는 다이내믹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가장 힘든 사람은 환자일까? 보호자일까? 의사일까? 간호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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