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팀을 방문한 여성은 말을 꺼내기 어색한지 쭈뼛쭈뼛했다.
"여기는 사회복지팀이니 도움을 들어주시겠지요?"
"네, 어떤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안락사 시켜주세요."
"죽는 주사도 있다고 하던데요?"
"이마에 총을 쏴주세요."
안락사도 황당한 소리지만 총은 또 뭐란 말인가?
한국에서 총을 구하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어렵지 않나?
"죽음을 생각할 정도의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주변에서 너무 괴롭힙니다."
"여자다운 삶을 살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것이 낫습니다."
"누가 어떻게 본인을 괴롭히나요? 그리고 여자다운 삶은 어떤 삶인가요?"
"그냥 주변에서 괴롭혀요. 화장도 하고 남자친구도 사귀고 하는 것들이 여자다운 삶이에요."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심한 질병이나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
분명 정신병 삽화였다.
진료기록을 조회해 본다.
조현병, 편집증이라는 진단이 조회된다.
조현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망상과 환각이다.
최근 4년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지 않았다.
모른척하고 상담을 이어갔다.
"혹시 다른 병원에도 가보셨나요?"
"다른 병원은 다 돌팔이예요."
"다른 병원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안된데요."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요."
부모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여성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 사는 집과 방을 한번 그려보시겠어요?"
독립된 방이 있고 옷장, 서랍장, 화장대 등이 그려졌다.
그려진 그림으로 봐서는 가족으로부터 보호받고 있지 않다는 판단은 어려웠다.
자살 시도 경험은 없었다.
의사와 상담하고 가족들과도 대화해 볼 수 있도록 권했다.
정신건강증진센터에 자살 고위험군으로 의뢰했지만 본인 동의 없이는 상담조차 진행이 어려웠다.
진료기록을 뒤져가며 보호자 연락처를 확인했다.
어머니와 연락이 닿았고 최근 증상이 악화했다고 한다.
과거에도 '안락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당분간 외출을 자제하고 보호자가 함께 할 수 있도록 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도 받을 수 있도록 권했다.
진료 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그간의 사건들을 알렸다.
부모가 동행하여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았고 우울감이 있을 때 자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조현병은 약물치료가 중요하며 상담치료와 재활프로그램을 병행하기도 한다.
치료에 대한 가족들의 이해와 지지가 필요하며 일상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으며 사회복지팀에 몇 년간 여성이 방문하지 않았다.
작년부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중단된 것으로 확인했다.
다시 그녀가 나타났다.
"안락사 시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