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병동 전담 사회복지사
짧은 기간 대체업무
병원 사회복지팀에서 일반사회사업 업무를 하고 있다.
상담과 각종 지역사회연계, 진료비지원 등 업무는 다양하다.
사회복지팀의 업무뿐 아니라 병원 차원의 업무도 많아 하루가 정신없이 돌아간다.
소속은 다르지만, 병원에 사회복지사가 또 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근무하는 전담 사회복지사다.
같은 분야라고 하기도 뭣하고 다른 분야라도 하기도 뭣하다.
서로 바쁘다 보니 교류가 그렇게 많지도 않고 업무도 상당 부분 차이가 있다.
호스피스 병동을 전담하는 사회복지사는 대부분 나 홀로 사회복지사로 근무한다.
호스피스 병동의 취약한 수익구조 상 인력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고 항상 Full Bed를 유지한다는 보장도 없다.
호스피스 병동을 전담하는 사회복지사가 긴 휴가를 냈다.
보름 정도 빈자리를 채워줄 사회복지사가 필요했지만, 대체인력을 채용하기도 애매한 기간이다.
결국 호스피스 완화의료 표준교육을 이수한 내가 대체인력이 되었다.
대체인력이기 때문에 프로그램 운영이나 자원봉사자 관리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호스피스 병동 전담 사회복지사는 겸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잠시지만 인사이동이 되었다.
기간이 끝나면 복귀할 것이다.
매주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영양사, 원목실 등 담당자가 모여 회의한다.
말기 환자와 가족의 요구를 파악하고 최선의 치료 방법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존엄하고 편안한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지지한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환자나 보호자가 있는가 하면 부정하고 불안해하는 환자와 보호자도 있다.
다른 병동과 비교하면 호스피스 병동은 적막하리만큼 조용했다.
말기 암과 죽음에 대한 수용, 치료에 대한 기대, 가족의 지지, 임종 준비 등에 대해 상담한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은 없지만 대부분 큰 문제없이 평범한 삶을 살아왔던 사람이다.
상담 중에도 많은 보호자가 눈물을 보인다.
가족 간의 애착과 상실에 대한 아픔은 이런 것이다.
원해서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했든 다른 방도가 없어 입원했든 결국 임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살았던 평범한 삶과 임종을 준비하는 환자와 보호자의 모습이 간접적으로 내 정서에 이입된다.
일반사회사업 업무를 할 때면 다이내믹한 상황이 많고 업무가 정신없이 돌아가다 보니 소진을 느낄 틈도 없었던 것 같다.
보름이라는 휴가는 1개월이 연장되었다.
호스피스 병동 전담 사회복지사로 한 달 반이 되어 간다.
죽음이 인간 삶의 한 부분이고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을 세뇌해 보지만 왠지 모를 기운 빠짐이 느껴진다.
우울감이 느껴진다.
조만간 원래 업무로 복귀한다는 예정이 있지만 소진이 오는 것 같다.
호스피스 병동의 직원들은 사명감으로 근무한다는 말을 들어봤다.
짧은 경험상 사명감과 신념이 없다면 버티기 힘들다.
내가 호스피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호스피스 병동에 이직률이 높다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나만 힘든 것은 아니다.
환자도 보호자도, 의사도 간호사도 힘들다.
이제 일주일 남았다.
남은 일주일을 환자도 보호자도 나도 잘 버텨야 한다.
주말이 지나면 비어있는 Bed가 생겼을 것이고 또 다른 환자가 입원할 것이다.
반복하는 상황에도 내 가슴은 단련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