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놈 건져 놓으니 봇짐 내라 한다.'
심장질환으로 입원한 환자
건강보험료 체납으로 건강보험 자격이 없다.
병원에서 치료는 진행하겠지만 건강보험 자격이 없는 상태로는 환자도 병원도 부담된다.
(환자가 더 걱정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도움받을 방법이 있는지 먼저 물어본다)
환자는 이혼 후 독거생활을 했다.
남동생 명의의 집에 거주했지만 갈등이 있었고 남동생은 집을 임대해 버렸다.
집에서 나와야 했던 환자는 모텔에 투숙했고 2개월째 임대료를 납부하지 못해 퇴거 안내를 받았다.
그나마 남동생이 건강보험료는 납부하고 있었지만 3개월 전부터 중단했다.
연락처를 확인하고 남동생에게 입원 사실을 알렸다.
꾀병이라며 아무 치료도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남동생의 도움으로 생계를 유지했고 돈이 필요하면 병원에 입원하는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스스로 생계를 꾸려나갈 의지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하고 건강보험이라도 살려달라고 사정했다.
마지못해 건강보험료는 납부하겠지만 더는 도와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래도 형제라고 수년째 도움을 줬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이제는 못 하겠다고 한다.
옥바라지까지 했다며 되려 남동생이 내게 하소연한다.
일주일 정도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병원비는 고스란히 병원의 몫으로 남았다.
한 달여가 지나고 길가에 쓰러진 채 발견되어 다시 응급실을 통해 입원했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었으나 다행히 소생할 수 있었고 중환자실에서 한동안 치료를 받았다.
남동생과는 연락이 끊어졌다.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이동한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혼자서는 거동이 어려워 간병 서비스까지 지원하고 있다.
치료경과는 어떤지, 입원생활은 잘 하고 있는지 확인을 위해 병실을 방문했다.
대뜸 퇴원하겠다고 한다.
보행도 어려워 재활치료가 더 필요하고 퇴원 후 생계도 어려워 기초생활수급 신청도 필요하다.
진료협력센터를 통해 전원 할 병원을 알아보고 기초생활수급 신청도 도와드리면 안 될지 물어봤지만 듣지 않는다.
퇴원 후 경찰서에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한다.
남동생과 결판을 봐야 할 일이 있어 고소할 예정이란다.
지금까지 도와준 고마움은 안중에 없다.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모르는 가족 간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혼자 퇴원계획을 하기 어려울 것 같아 안내했지만, 결정은 환자가 하는 것이기에 강요할 수 없다.
잘 알아보고 퇴원 준비하시라고 말하고 병실을 나섰다.
간병인이 나를 따라나서며 붙잡는다.
환자는 병원도 고소하겠다고 했단다.
무슨 연유인지 감도 못 잡겠다.
"병원비는 얼마나 나왔나요?"
"병원비 무서워서 빨리 퇴원해야겠습니다."
보통은 환자와 이런 대화가 일반적이다.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왔고 간병 서비스까지 지원했다.
환자는 이전 입원 때도 병원비를 한 푼도 납부하지 않았다.
지금도 700만 원 이상 발생한 병원비에 관심도 없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사정이 어려워 병원비를 지원했더니 의료과실이 있어 병원비를 지원한 거라며 생트집을 잡고 신고하는 환자도 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받는 돈으로 충분할 텐데 왜 환자가 병원비를 더 내야 하냐고 따지기도 한다.
환자 죽일 거냐고 당장 간병인 지원하라고 윽박지르기도 한다.
'물에 빠진 놈 건져 놓으니 봇짐 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