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모두 장애가 있다.

아동방임이나 학대의 의심

by 여행자

14세 환아는 두통과 어지럼증으로 동네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상급병원으로 진료를 권유받았고 검사 결과 고혈당증으로 진단되었다.


아이의 건강은 좋지 않았고 위생 상태도 엉망이다.

입원 후 의사는 아동방임이나 학대를 의심했고 가정환경 등 실태 파악을 위해 사회복지팀에 의뢰했다.


환아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눈만 감고 있다.

병상에서 뒤척일 뿐 대답이 없다.


어머니는 아이 건강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고 병원에서 보호자로 남아 있으라니 옆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아이가 뭘 안 하려고 해요."

"예전에는 미술치료도 받고 했는데 지금은 하지 싫다고 해서 안 시키고 있어요."

"학교 수업을 마치면 집에만 있어요."

"친구도 없어요."


병간호 중인 어머니는 보호자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만 만지고 있다.

어머니와 깊이 있는 대화는 어려웠다.

대화는 단조로웠고 위기의식이나 적극성은 보이지 않았다.


무감각하게 말하는 어머니의 표정은 심지어 해맑기까지 하다.

아이가 치료를 잘 받고 있는지 확인하러 왔다며 둘러대고 병실을 나왔다.


초등학교부터 특수학급(요즘은 도움 학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에 재학하며 인지치료와 미술치료 등을 받았다고 한다.

지적장애가 의심되어 장애 등록 신청을 해놓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환아가 재학 중인 학교의 교육복지사(학교사회복지사)에게 연락했다.

지금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환아의 오빠는 지적장애가 있고 어머니는 장애 등록까지 하지는 않았지만, 이해력이 낮다고 한다.

위기의식도 적극성도 보이지 않아 학교에서는 특수교육과 장애 등록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최종 결정과 실행은 보호자의 몫이기에 진행이 더디기만 했다.

한부모 가정이기에 다른 보호자도 없었다.


대인관계를 어려워해 또래 친구도 없다고 한다.

부적응 행동이 눈에 띄게 늘었고 하교 후에는 집에서만 지낸다.

인지치료도 중단했다.

여느 부모님이었다면 유명하다는 치료센터를 매일 같이 찾아다닐 것이다.


장애아동을 양육하기는 매우 어렵고 모든 관심을 아동에게 둬도 모자란다는 것을 안다.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관심을 기울이지만 부모가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아동보호에 대해 보호자 및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가 강화되기는 했지만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이나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학대 행위자의 30% 이상이 양육 태도와 방법 부족으로 나타났지만, 교육현장에서 사례관리의 중심은 학생이기 때문에 부모까지 어찌하지 못한다.

부모까지 보살피기 어렵고 부모의 동의 없이는 공공기관에서조차 아이 양육에 개입하기 어렵다.


비위생적인 가정환경이나 계절에 맞지 않는 의복 착용, 부족한 영양공급 등도 넓게는 아동방임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부모와 분리하는 조치 또한 아동과 가족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부모 교육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고 하지만 부모 교육을 강제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정상적인 가족기능 회복이 우선이기에 아동방임이나 학대로 판단하고 쉽게 분리하거나 강제하지 않는다.


장애아동은 조기교육과 사회성 훈련이 필수적이지만 부모가 움직이지 않는다.

교육 현장이나 행정복지센터에서도 아이의 발달 지연이나 어머니의 양육 태도를 잘 알고 있다.

어머니의 양육 기술과 이해력 부족을 아동방임이나 학대로까지 판단하기에 부족하다.


의도적인 방임이나 학대는 아니라고 하지만 아이의 성장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교육복지사(학교사회복지사)와 행정복지센터 담당자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돌봐달라는 요청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의뢰는 받았지만, 각 기관에서도 답답한 건 마찬가지다.


장애인 가족 대상 지원사업은 대부분 장애 자녀와 비장애 부모에 대한 지원과 정책에 한정되어 있다.

반대로 비장애인 자녀가 있는 장애인 부모에 대한 지원과 정책도 부족하다.

장애인 가족지원은 장애인 당자사에 초첨이 맞춰져 있지만 가족 모두 장애가 있는 경우 혼란스럽다.


아직 장애 등록이 되지 않아 장애아 가족 양육 지원사업 등을 신청할 수 없지만 이마저도 서비스를 거부하면 방법이 없다.

아이의 사회성은 결여될 것이고 성인이 되어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아동 방임이나 학대로 판단하기에 무리가 있고 부모의 양육 태도와 기술 부족으로 판단된다는 회신(답변)을 하고 종결했다.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에도 한계가 있고 치료가 끝나면 퇴원할 것이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삶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큰 문제, 큰 사고가 없다면 사회에서 소외된 채 생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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