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 떼는 인간이 아닐까?
기후위기에 대한 생각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입추(立秋)가 지났지만 더위는 가실 줄 모른다.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기운으로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處暑)를 기다려봐야겠다.
그나마 요 며칠 미지근한 바람이라도 불어 한결 나아진 느낌이다.
해가 져도 땅은 식을 줄 모르고 잠깐이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오는 시간조차 땀이 흐른다. 집 밖을 나가기 싫어 가능하면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으려 노력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환경보호를 하는 샘일까?
요즘 ‘날씨’라는 말보다 ‘기후’라는 말이 더 많이 들린다.
‘날씨’는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기온, 바람, 비 등의 대기 상태를 말하며, ‘기후’는 수십 년 동안 한 지역의 날씨를 평균화한 것이다.
전 세계 뉴스에는 ‘기후위기’ 소식이 빠지지 않고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상황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기후위기가 아니더라도 극단적인 더위와 추위는 항상 존재하지만 수십 년 동안의 평균을 해봐도 지구가 온난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온난화라고 해서 폭염만 지속하는 것은 아니고 이상 한파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을 보고 지구 온난화는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기후변화에도 일어나는 한파가 아니라 기후변화 때문에 일어나는 한파다.
사실 자연재해라는 말도 깊이 생각하면 어폐가 있는 듯하다.
인간의 욕심으로 만들어진 결과를 자연의 탓으로 돌리는 듯한 느낌이다.
숲이 지구 환경에 적응하는 속도보다 인류가 숲을 파괴하는 속도가 더 빠르고 더 빨라지고 있다. 인간의 모습이 보이는 대로 다 먹어 치우는 메뚜기 떼와 다를 바 없다.
약 100년간(1912-2008년) 한국의 평균 기온 상승률은 1.7℃로 전 지구 평균기온 상승률에 비해 높다. 기후 위기가 다른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기후 위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생태계가 없듯 인간도 안전할리 없다.
대응이나 적응을 아무리 한다 해도 기후 문제가 해결될까 싶은 생각이 든다.
‘노아의 방주’가 있다한들 전 세계 어디에도 피할 곳은 없다.
신 개념 ‘노아의 방주’라면 화성으로 가는 방법이 있으려나?
병원에 근무하다 보니 기후위기로 인한 건강 문제에 더 관심이 생긴다.
폭염으로 땅은 불타오르고 온열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었다.
당연히 심혈관 질환 사망자수도 늘어날 것이고 과다한 자외선 노출로 인한 건강의 문제도 생긴다. 전염병의 확산이나 호흡기 질환도 환경오염과 기후위기로 증가하지만 당장은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더 눈에 띈다.
농업 종사자는 시기를 놓칠 수 없고 건설 현장 근로자는 마냥 더위를 피해 휴식할 수도 없다.
시간이 곧 소득이고 생계기 때문이다. 저소득 계층이 기후변화 영향에 더 취약하지만 어느 한 부류에만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다. 기후위기는 건강과 직결될 수밖에 없고 경제적 수준에 따라 체감하는 속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지구가 보내는 수많은 경고를 무시했고 이미 지구와 공존을 논하는 시기를 놓쳤다는 생각이 든다.
지구는 쓰고 버릴 수 있는 일회용이 아니며 대체제도 없다.
지금 세대야 어찌 버틴다지만 다음 세대는 더 답이 안 나온다.
병원에서 전기세와 수도세는 수십억 원에 이르고 수많은 일회(의료) 용품이 사용된다. 결코 풍족해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환경에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환자를 위해 냉·난방을 하지 않을 수 없고 감염의 우려로 일회(의료) 용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을 살리기 위한 조치가 결국 환경에 영향을 주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덥거나 추운 계절의 영향을 덜 받는 병원에 근무(환경)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만 들지는 않는다.
나 때문은 아니니까 시원하게 지내고 따뜻하게 지내는 것에 죄책감이 크지 않지만 전혀 죄책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기후위기로 인한 질병을 호소하는 환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기후위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