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 검사는 없는 병을 만들지 않아요.

MRI 검사에 대한 기대

by 여행자

MRI 검사만 받으면 완치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는 환자가 있다. 특히 비급여(비보험)로 처방되는 경우가 많은 MRI 검사를 만능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치료에 꼭 필요한 비급여(비보험) 처방이 있지만 환자의 질병이나 치료 방법에 따라 다른 것이지 비급여(비보험) 처방이라고 해서 무조건 최상의 치료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MRI 검사는 큰 병이 의심되어서 하는 검사가 아니라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사용하는 의료기기다. 진단을 위한 검사나 체내 병변 위치, 특히 암이나 뇌질환을 밝히기 위해 검사를 하기도 한다.


질병이 없으면 좋겠지만 이미 증상은 있으나 병명을 알지 못하니 답답한 환자는 여러 곳의 병원에 다니며 에너지를 소비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MRI 검사에 대한 환상이 스멀스멀 올라와 환자가 직접 MRI 검사를 요구하기도 한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비급여(비보험) 검사나 치료를 권하는 병원이 없지 않다지만 보통은 환자가 원한다고 해서 검사 처방을 하지 않는다. 환자가 강력히 요구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처방한다.


대형병원에는 주로 3.0T(테슬라), 3.5T(테슬라) MRI 기기를 사용하고 동네병원은 비용이나 설치 공간의 제약 등으로 도입하기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동네 병원에도 ‘대학병원급 MRI 도입’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어 좋은 의료기기를 보유하고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홍보를 하기도 한다.


“MRI 검사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큰 병일까요?”

“동네병원에서 이미 MRI 검사를 했는데 또 해야 하나요?”


T(테슬라)는 자기장의 세기를 말하는 것이고 자기장의 세기에 따라 영상의 해상도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병원에 따라서 다시 MRI 검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같은 검사 결과에도 의사마다 처방은 다를 수 있고 의사의 판독과 처방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좋은 의료 장비를 보유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검사비가 부담되어 도움을 요청하는 환자는 많지만, 꼭 필요한 검사인지 아닌지 내가 판단하기는 어렵다. 먼저 환자의 요구에 의한 검사인지 의사의 권유에 의한 검사인지부터 확인한다. 단순히 환자의 요구에 의한 검사의 경우 지원을 우선 고려하지 않는다.


"검사도 못해보고 죽으라는 말이오!"


뭐, 그런 의미는 아니지만 검사비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는 환자가 워낙 많아 전부 감당하기 어렵고 불필요한 검사나 치료는 하지 않도록 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내가 필요한 검사인지 아닌지 전부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특히 국민기초생활수급자가 수십만 원이나 하는 검사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안 입고 안 먹으며 검사비를 모으는 방법밖에 없다. 검사도 못 해보고 치료를 포기할 수 없으니 가능하면 분할납부나 검사비의 일부를 지원하기도 한다.


검사받을 수 있도록 도와줬을 뿐인데 완치라도 된 것처럼 환자의 표정은 기대로 가득 차 있다. 여기까지만 순조로울 뿐 검사 결과에 따라 환자의 태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검사 결과 수술까지 필요한 질병이라면 더 불안해하고 수술비를 마련하는 것까지 걱정해야 한다. 반대로 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거나 경미한 질병이나 병변일 경우 민원 아닌 민원에 시달리기도 한다.


“검사 결과 아무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수술까지 필요하지는 않고 약물 치료로 조절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아니 그러면 검사를 왜 한 거요!”

“아무 이상이 없는데 왜 검사를 했냐 말이오!”

“과잉 진료 아니오? 검사비 다시 돌려주시오!”


의사도 신(神)은 아니고 검사를 해봐야 알 수 있는 건데 검사 결과에 이상이 없다니 오히려 역정을 낸다. 다행이라는 생각보다 수십만 원을 들여 받은 검사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다니 환자는 불필요한 검사를 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X-ray나 CT 검사만 해도 될 것을 돈 벌려고 과잉 진료를 했다느니 오진이라느니 환자의 목소리가 커진다. 연신 고개 숙여 고맙다고 했던 환자의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MRI 검사는 만능이 아니다. 없는 병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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