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벨레매거진 May 17. 2021

애플의 역사가 인터페이스의 역사 (2)편

[애플의 역사가 인터페이스의 역사 (1)편 에서 이어집니다]



애플 인터페이스 6. 디지털 크라운

Digital Crown

애플 워치에 처음 적용된 인터페이스는 포스 터치와 디지털 크라운 2종류다. 애플 워치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와 비교하면 화면이 작기 때문에 두 손가락 이상으로 제어하는 멀티터치 제스처를 사용하기 힘들다. 그래서 추가된 게 디지털 크라운이다. 포스 터치는 터치 외에 클릭 같은 느낌으로 더 깊은 단계의 명령으로 넘어가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애플 워치 시리즈 6와 SE부터 애플 워치의 압력 감지 센서가 빠지고 WatchOS 7부터 포스 터치를 OS단계에서 지원하지 않게 되었다. 아이폰 XR에서 간보기가 끝나고, 아이폰 11 시리즈에서 전부 사라진 3D 터치 이후에 애플 워치의 포스 터치마저 사라졌다. 포스 터치와 3D 터치가 기기 사용을 더 복잡하게 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애플 워치의 디지털 크라운은 애플 워치를 익숙한 손목시계처럼 보이게 만드는 디자인적 요소이자, 애플 워치의 인터페이스를 완성시켰고 포스 터치가 사라지고 역할이 더 커졌다. 디지털 크라운을 돌리면 조그만 화면을 가리지 않고 화면 스크롤과 확대 등을 할 수 있고, 누르면 홈버튼이 되고, 시리를 호출한다.


애플 워치 외엔 적용될 곳이 없었던 디지털 크라운은 에어팟 맥스가 품게 되었다. 디지털 크라운을 돌리면 음량 조절이 된다. 디지털 크라운을 한 번 누르면 음악 재생 / 일시 정지 / 전화받기, 두 번 누르면 앞으로 건너뛰기, 세 번 누르면 뒤로 건너뛰기, 길게 누르면 시리를 호출한다. 기본 이어팟 리모컨과 비슷한 인터페이스라 꽤 직관적이다.



애플 인터페이스 7. 터치 아이디

iPhone 5s

터치 아이디가 제일 먼저 적용된 애플 제품은 아이폰 5s다. 아이패드에는 아이패드 에어 2와 아이패드 미니 3부터 적용되었다. 이후 터치바가 적용된 맥북 프로에 터치 아이디가 적용되고, 맥북 에어도 터치 아이디를 품게 되었다. 최근에 출시한 애플의 이동형 제품 중에 페이스 아이디가 없는 애플 제품은 터치 아이디를 품고 있다고 보면 된다.


아직 구입할 순 없지만 2021년 4월 애플 스페셜 이벤트에서 새로운 디자인과 M1을 품은 아이맥과 함께 터치 아이디를 적용한 매직 키보드도 등장했다. 게다가 7가지 색상을 적용한 아이맥 M1과 깔맞춤도 가능하다. 터치 아이디는 애플의 생체 보안 기술의 시작으로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곳에 타이핑 없이 홈버튼 위에 손가락만 얹으면 사용자 인식이 된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적용한 터치 아이디는 원형이고, 맥북에 들어간 터치아이디는 모서리가 둥글게 깎인 정사각형이다. 새로운 폼팩터로 다시 태어난 아이패드 에어 4가 품은 터치 아이디는 전원 버튼에 이식되어 버튼이 이전보다 커졌다. 아이패드 에어는 지금의 아이패드 프로와 비슷한 디자인으로 원형 터치 아이디가 사라졌다.


맥북프로와 맥북에어의 전원 버튼, 아이패드 에어 4의 전원 버튼에 적용된 터치 아이디 또한 동일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터치 아이디에 익숙해지면, 터치 아이디가 없는 애플 제품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매우 훌륭한 인터페이스라고 할 수 있다. 이제 터치 아이디가 매직 키보드에도 적용되었다. 어떤 제품까지 호환이 될지 꽤 궁금하다.



애플 인터페이스 8. 페이스 아이디

iPhone X

아이폰 X에 처음 적용된 페이스 아이디는 터치 아이디를 대체하는 애플의 새로운 생체 보안 기술이다. 이론적으론 터치 아이디보다 안전하다고 한다. 아이폰 X이 처음 나왔을 때, 애플을 비판하기 좋아하는 매체들은 대부분 M자 탈모라고 조롱하곤 했다. 하지만 페이스 아이디에 적용된 생체기술을 이해하고 있다면 절대 그 말이 안나 올 거다.


페이스 아이디가 안전한 이유는 사람의 얼굴을 입체적으로 읽기 때문이다. 도트 프로젝터로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점을 사람 얼굴에 쏘면 사람 얼굴의 윤곽을 따라 다양한 모양의 타원으로 변형되는데, 이 정보를 사용해서 사용자를 구분하고 사용할 때마다 학습한다. 결국 페이스 아이디가 넓은 노치를 차지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보안 때문이다. 


삼성의 얼굴 인식과 애플의 페이스 아이디가 별로 다르지 않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내버려 두자. 어차피 대화가 안 통하는 사람일 게 분명하다. 페이스 아이디가 편리하고 놀라운 보안 인터페이스긴 하다. 하지만, 요즘 같은 때엔 불편할 때가 많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으면 인식을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거 보면 완벽한 기술이란 없다.


페이스 아이디는 아이폰뿐만 아니라 아이패드 프로에도 적용되었고, 앞으로 맥북 프로에도 넣어줄 수 있다는 희망적인 루머가 돌고 있다. 하지만, 2021년 4월 스페셜 이벤트에서 아이맥 M1과 함께 등장한 터치 아이디를 품은 매직 키보드를 보면 원가 높은 페이스 아이디를 맥북 프로에서 만나는 건 먼 미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애플 인터페이스 9. 터치바

MacBook Pro Touch Bar

터치바는 애플 제품 중 맥북프로에만 있는 독자적인 인터페이스다. 보통 노트북 키보드 첫 번째 행에 줄 지어 있는 ESC키, 펑션키, 전원키 등을 대체하여 OLED 터치 디스플레이와 터치 아이디 버튼이 자리 잡았다. 터치바는 ARM 아키텍처 T 시리즈 칩과 watchOS를 개조한 BridgeOS로 동작한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아 문제다.


맥북프로에 적용된 터치바는 언뜻 보기에 꽤 편리한 인터페이스처럼 보인다. 터치바는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 꼭 필요한 버튼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보조 제어장치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애플에서 직접 개발한 로직과 같은 프로그램 외에는 터치바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건 보기 드물고, 개발자들은 사라진 ESC키에 불만이 많았다. 


이후, 물리적인 ESC키를 부활했지만 이미 터치바 자체가 자잘한 오류가 많다. 애플의 독자적인 macOS의 ARM 아키텍처 M1을 품은 13인치 맥북프로에는 물리적인 ESC키와 터치바가 적용되어 나왔다. 하지만 다음 세대 맥북프로는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뀐다는 소식과 더불어 터치바를 제거한다는 루머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터치바를 적용한 맥북프로는 2016년에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대다수의 전문가에게 외면을 받았다. 단순히 터치바만 문제가 아니라, 이전 버전에 있던 맥세이프, HDMI 포트, SD카드 슬롯 등이 전부 사라지다 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2021년에 새로운 맥북프로는 맥세이프 등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적용한다고 하니 개인적으로도 기대가 크다.



애플 인터페이스 10. 맥세이프

iPhone 12 MagSafe

아이폰 12 시리즈에 맥세이프가 적용되었다. 아이폰 후면에 링 모양으로 자석을 배치해서 무선 충전이 효율적으로 되게끔 한다. 에어파워의 개발이 중단되면서 대체재를 찾은 느낌이다. 아이폰 시리즈에 맥세이프가 적용되면서 애플이 개발한 가죽 카드지갑을 부착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서드파티 업체에서 개발한 액세서리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맥세이프가 최초로 적용된 건 아이폰이 아닌 맥북 시리즈다. 맥북에 맥세이프가 적용된 이유는 맥북을 충전할 때, 맥북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맥북이 충전 중일 때 케이블이 걸려 힘을 받으면 충전 포트가 망가지거나 심하면 맥북이 케이블에 끌려가 추락할 수도 있다. 맥세이프는 충전 포트가 포고핀과 자석의 조합이라 쉽게 분리된다. 


맥세이프는 일반적인 충전 포트처럼 삽입형이 아니다. 맥세이프가 안전을 위해 개발된 인터페이스지만 실제 사용할 때도 편리하다. 맥북 시리즈를 충전할 때 전원 충전 포트 주변에 맥세이프를 가까이 대면 탁 달라붙어 충전이 쉽다. 하지만 자석을 이용하는 물건이라 철가루가 붙고, 포고핀으로 직접 전류가 흘러 위험할 수도 있어 사라졌다.


현재 맥북 시리즈는 맥세이프가 사라지고 USB Type-C / 썬더볼트 포트로 통합되었다. 맥북의 맥세이프와 비슷한 방식은 흥미롭게도 아이패드용 매직 키보드에 적용되었다. 아이패드용 매직 키보드 USB Type-C 포트로 전원을 공급하면 자석으로 붙은 아이패드 프로가 포고핀을 통해 충전이 된다. 역시 맥북프로에서도 맥세이프를 보고 싶다.



애플 인터페이스 11. 애플 펜슬

Apple Pencil 1st Gen & 2nd Gen

애플 펜슬처럼 등장할 때 논란이 많았던 인터페이스가 있었던가 싶다. 화근은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처음 선보이는 키노트에서 손가락이 최고의 스타일러스라는 발언 때문일 거다. 하지만 애플 펜슬은 아이패드 프로에 처음 적용되고 몇 년이 지난 후에나 다른 아이패드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아직까지 아이폰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아이패드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아이폰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다른 게 있다면 상대적으로 커다란 디스플레이 크기와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지 않기 위해 상하좌우로 두터운 베젤이 있었다는 거다.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스티브 잡스의 처음 목표는 아이패드고, 아이폰은 아이패드를 개발하면서 만들어진 부산물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패드는 아이패드용 전자책을 만들기 위한 맥용 앱도 따로 있을 정도로 초창기엔 전자책을 위한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사용자들의 손에 들어간 아이패드는 소비형이 아닌 생산형 기기로 거듭나고, 노트북 만한 화면과 애플 펜슬이 더해진 아이패드 프로는 전문적으로 드로잉, 캘리그래피 등 다양한 디자인 작업에서 사용하고 있다.


아이패드는 디자인 작업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 중이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두꺼운 전공책을 아이패드에 PDF로 담고, 애플 펜슬로 직접 필기를 하는 건 상상 속의 미래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애플 펜슬은 3세대 버전에서 다양한 모양의 펜촉도 지원할 예정이라는 루머가 있다.


마치며

인터페이스라는 단어는 꽤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전기가 들어오고 들어오지 않는 걸 1과 0으로 인식해 2진수로 모든 걸 표현하는 컴퓨터와 인간이 상호작용을 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모든 것들을 인터페이스라고 한다. 애플이 모든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 건 아니다. 개발된 기술이 있으면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연구하고 제품에 적용한다.


스티브 잡스가 강조하는 기술과 인문학의 만남이 애플의 핵심이다. 지금도 애플에서는 다양한 기술을 적용시키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페이스가 없어지기도 하고, 다시 적용하기도 한다. 애플에 더 이상 혁신이 없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본래 애플에 혁신이란 없다. 새로운 기술을 녹인 디자인이 있다.

매킨토시와 마우스가 GUI를 처음 보급시킨 것도 스티브 잡스의 확신과 고집을 적용시킨 결과다. 스티브 잡스가 그리운 이유다. 애플 제품에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시작이 스티브 잡스의 확신과 고집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요즘 식당에서 점점 늘어나는 키오스크 때문에 주문이 힘들다는 사람이 많다. 인터페이스가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 등장 이후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편한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애플 글라스와 애플카에 대한 루머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애플글라스, 그리고 이미 익숙한 자동차의 재해석인 애플카에 앞으로 어떤 종류의 인터페이스가 적용될지 기대된다. 지금까지 애플에서 보여준 인터페이스를 살펴보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by 벨레 매거진



[지난 콘텐츠]

타인의 취향을 엿보는 공간, <벨레 매거진>
매거진의 이전글 스벅, 왜 성공했을까? 그 세 가지 비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