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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레매거진 May 10. 2021

애플의 역사가 인터페이스의 역사 (1)편

헤엘로우?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는 테크를 고민하는 벤야민이다.


어릴 적 우리 집에서 처음 구입한 컴퓨터는 노트북이었다. 검은색의 묵직한 486 프로세서 노트북. 키보드 사이에 빨간 포인팅 스틱이 있었고, 3.25인치 플로피디스크를 사용했다. 


운영체제는 도스였다. 윈도우가 있긴 있었다. 3.1 버전을 도스에서 따로 실행하는 거였다. 전혀 쓸모가 없었다. 노트북은 아버지 MBA 논문 작성 용으로 구입한 거다. 

Word Processor

노트북을 구입하기 전, 아버지는 워드프로세서라는 전자 타자기 같은 걸 사용했다. 노트북보다 거대하지만, 조그만 흑백 디스플레이에 타자를 칠 수 있는 접히는 키보드가 달려있었다. 


3.5인치 플로피디스크 슬롯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3.5인치 플로피디스크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보인다(기억에만 있고 전혀 건드려 본 적이 없는 물건이다).


나는 사실 컴퓨터란 기계 자체엔 큰 관심이 없다. 컴퓨터 학원을 다녀본 적도, 컴퓨터 조립을 직접 해본 적도 없다. 컴퓨터를 잘 아는 동네 동생이 있어 어깨너머로 필요한 것만 배웠던 거 같다. 


이랬던 내가 컴퓨터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애플의 디자인 때문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다시 돌아와 애플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시기일 거다. 

Mac OS X v10.0 Cheetah

아이팟의 아름다움에 빠져 애플 공식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하니 파워북과 파워맥이 눈에 들어왔고, OSX의 늪에 빠져 버렸다. 마치 종교에 깊이 심취되는 거랑 비슷한 수준이었다. 


심심하면 블루스크린이 뜨고, 시간이 지나면 골골 대던 그때의 윈도우와 비교하면 OSX는 안정적이고 바이러스도 없고, 특히 인터페이스가 매우 아름다워 보였다.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와 마우스를 최초로 보급한 게 매킨토시니 그래픽 인터페이스에 대한 고민과 이해의 폭이 다른 운영체제에 비해 남다를 수밖에 없을 거다. 


내가 애플의 인터페이스를 본격적으로 경험한 제품은 아이팟이다. 처음 눈에 들어온 아이팟은 2세대, 만져본 건 3세대부터다. 실제 구입은 영상까지 재생할 수 있는 5.5세대였다. 

iPod 1st Generation

이후 멀티터치 인터페이스가 적용된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만족하며 사용 중이다.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고 디자이너로 일도 했던 터라 OSX와 애플 마우스, 매직 마우스, 트랙패드 등 다양한 애플의 인터페이스를 경험했다. 여기에 지문을 인식하는 터치아이디, 얼굴을 인식하는 페이스 아이디 등은 제품 사용을 더 편하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애플의 디자인은 단순히 겉모습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애플은 사람이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운영체제와 다양한 인터페이스, 그리고 서비스의 조합이다. 


그래서 애플 워치의 포스 터치와 아이폰의 3D 터치가 그립다. 잘 사용하면 편한 인터페이스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고, 원가 절감의 이유로 더 이상 OS에서부터 지원하지 않는다.


애플은 매킨토시와 마우스로 시작해 아이팟과 아이폰으로 이어져오며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아이팟 클릭휠, 아이폰 멀티터치, 애플 워치 크라운, 아이패드 애플 펜슬 등 다양한 인터페이스가 새로운 기기에 적용되고, 사라지고, 다른 인터페이스를 대체하기도 한다. 애플 제품에 적용된 다양한 인터페이스에 대해서 알아보자.



애플 인터페이스 1. 마우스

Apple Mice

앞서 맥과 마우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었다. 마우스는 애플을 대표하는 인터페이스다. 지금의 마우스는 모든 컴퓨터와 뗄 수 없다. 또, 마우스는 아이패드의 인터페이스로도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애플의 마우스는 매직 마우스 2세대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품고, 충전방식이 맘에 들지 않지만 사용감은 매직 마우스 1세대와 동일한 멀티터치다.


매직 마우스는 매우 얇기 때문에 마우스를 쥐기보다는 손을 마우스 위에 얹는다는 느낌이다. 손가락이 닿는 상단 부위는 멀티터치를 인식하기 때문에 다양한 제스처를 사용할 수 있는 마우스다. 


제스처는 애플의 멀티터치가 적용되는 트랙패드나 아이폰, 아이패드에서 사용하는 방식과 동일하다. 다만, 마우스 위라 사용 제스처가 한정적이다. 


매직 마우스 전에는 마이티마우스가 있었다. 1 버튼 마우스에 2 버튼 인식을 위해 손가락이 닿는 부분에 터치센서를 넣은 게 특징이다. 검지를 떼고 클릭하면 오른쪽 버튼 클릭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가운데 돌아가는 콩알 같은 게 하나 있어 360도 스크롤이 가능했다. 꽤 독특한 기능은 스퀴즈(Squeeze)로, 마우스 몸통 양 옆에 딱딱한 버튼이 있었다.


마이티마우스는 개인적으로 매직 마우스보다 매력적인 마우스다. 가운데 스크롤 볼을 누르거나 스퀴즈 버튼을 꽉 쥐면 내장 스피커에서 클릭음이 나고, 스크롤 볼을 움직일 때도 드르륵 거리는 피드백을 제공한다. 


이런 아날로그 감성 인터페이스는 아이팟의 클릭휠, 애플 워치의 디지털 크라운, 아이폰의 햅틱 터치, 포스 터치 트랙패드까지 이어진다.



애플 인터페이스 2. 클릭휠

iPod mini 1st generation

아이팟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동그란 클릭휠을 품은 아이팟 클래식이 떠오른다. 클릭휠은 아이팟의 아이코닉한 인터페이스다. 직관적인 데다 매우 단순하다. 가운데가 선택 버튼이다. 


동그란 휠은 상하좌우 클릭이 되고 휠은 터치 방식으로 작동한다. 손가락으로 휠을 동그랗게 쓸어가며 돌리면, 드르륵거리며 아날로그 감성 피드백을 들려준다.


클릭휠은 아이팟을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느껴지게도 한다. 아이팟은 전원 버튼이 따로 없다. 가운데 버튼과 플레이 버튼을 동시에 꾹 누르면 재부팅이 되는데, 이 행위가 마치 CPR을 하는 느낌이다. 


클릭휠 인터페이스는 아이팟 미니부터 적용되었다. 이때의 아이팟은 3세대로, 화면 아래에 터치 버튼 4개, 그리고 그 아래 터치휠이 위치했다. 


최초의 아이팟은 터치 기반의 휠이 아닌 물리적으로 돌아가는 스크롤휠, 그리고 가운데와 휠 바깥 상하좌우에 물리적 버튼이 있었다. 2세대 아이팟은 동일한 디자인에서 물리적으로 돌아가는 스크롤휠을 터치휠로 변경했다. 


애플 제품을 많이 사용해봤다면 한 가지 사실을 눈치챘을 거다. 애플은 물리적 버튼을 필요 이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아이팟 미니 이후로 클릭휠은 아이팟 4세대와 아이팟 나노 시리즈 등 크기가 다양한 크기의 아이팟에 맞춰 아이팟 만의 디자인 요소이자 인터페이스로 자리를 잡았다. 아이팟 5.5세대 이후 풀 스크린 아이팟에 대한 루머가 돌았고, 등장한 건 멀티터치와 홈버튼을 적용한 아이폰이었다. 이후 아이팟 터치가 등장하고, 클릭휠은 클래식이 된다.



애플 인터페이스 3. 멀티터치

The Original iPhone

아이폰에 적용된 멀티터치는 매우 놀라운 인터페이스다. 당시에 보편적인 터치란 현재의 시점으로 되돌아보면 터치라고 하기엔 좀 애매했다. 화면을 꾹꾹 눌러야 반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면과 접촉할 때 정확도를 높여주는 스타일러스가 필수적이다. 괜히 스티브잡스가 자신감 넘치게 최고의 스타일러스는 손가락이라고 한 게 아니었다.


아이폰에 적용된 멀티터치는 지금은 매우 흔한 정전식이다. 딱딱한 디스플레이 위에 손가락을 갖다 대면 화면 상의 버튼이 눌러진다. 


게다가 손가락 하나로 스크롤을 한다던지, 손가락 2개로 화면을 키우거나 다음 화면으로 넘기는 행위는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놀라운 방식이었다. 애플은 이 모든 행위를 제스처라 칭하고 아이패드에도 적용했다. 


멀티터치 인터페이스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그치지 않고, 맥북의 트랙패드에도 적용하게 된다. 맥북의 멀티터치 트랙패드는 맥북을 전혀 다른 차원의 물건으로 진화시켰다. 


마우스가 없어도 될 정도로 기가 막힌 제스처 인터페이스를 구현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다른 제조사의 멀티터치를 맥북의 멀티터치와 비교하면 매우 형편없게 느껴진다.


이후 애플은 데스크톱 맥을 위한 매직 트랙패드도 출시하게 된다. 맥북에 달린 트랙패드보다 훨씬 넓은 영역의 매직 트랙패드는 아이맥, 맥미니, 맥 프로에서도 다양한 멀티터치 제스처 인터페이스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매직 마우스가 손가락 2개까지 인식한다면, 매직 트랙패드는 손가락 5개까지 인식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제스처가 더 많다.



애플 인터페이스 4. 포스 터치 & 3D 터치

Force Touch

정전식 멀티터치는 놀라운 방식이지만, 애플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애플 워치에 처음 적용된 포스 터치는 피드백을 위한 탭틱 엔진과 화면에 압력 감지 센서를 적용해 화면에 힘을 주면 탭틱 엔진이 물리적 버튼이 눌리는 듯한 피드백을 제공하고, 소프트웨어적으로 터치가 아닌 클릭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즉, 터치 다음 단계의 제스처다.


애플 워치의 포스 터치는 아이폰6s부터 한 단계 더 발전한 3D 터치로 적용된다. 방식은 비슷하지만, 3D 터치는 누르는 압력의 세기를 인식하기 때문에, 누르기와 세게 누르기를 구분한다. 


터치와 클릭, 외에 세게 누르기를 인식한다. 압력센서와 탭 틱 엔진의 조합은 맥북의 트랙패드에도 적용되는데, 물리적 버튼이 없는 포스 터치 트랙패드다. 


맥북 시리즈의 포스 터치 트랙패드는 아이폰의 3D 터치와 비슷한 방식이다. 다만, 애플 워치의 포스 터치와 아이폰의 3D 터치는 더 이상 지원하지 않는다. 


애플 워치는 시리즈 6와 SE부터, 아이폰은 Xr부터 압력 감지 센서를 없애 버렸다. 그리고 OS가 해당 인터페이스를 지원하지 않는다. 즉, 이전 모델도 포스 터치나 3D 터치를 사용하지 못한다.


맥북에 적용된 포스 터치 트랙패드는 매직 트랙패드 2부터 적용되었다. 멀티터치 트랙패드와 매직 트랙패드 1은 물리적인 판이 눌리는 구조다. 


포스 터치 트랙패드는 누르면 클릭이 되는데, 물리적인 클릭이 아니다. 압력센서가 인식하고, 탭 틱 엔진이 눌리는 듯한 피드백을 주는 방식이다. 클릭 후 더 누르면 세기를 인식하고 다른 명령을 내린다.



애플 인터페이스 5. 햅틱 터치 & 탭틱 엔진

Taptic Engine

햅틱 터치는 포스 터치와 3D 터치를 구현하는 요소 중 압력 감지 센서를 제거하고 탭틱 엔진만 적용한 터치 방식이다. 


압력 감지 센서는 디스플레이 밑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제품의 전체적인 두께가 두꺼워지고 생산 단가가 올라간다. 대다수의 사용자가 애플 워치의 포스 터치와 아이폰의 3D 터치를 사용하지 않아 없애 버린 거다. 개인적으로 아쉽다.


햅틱 터치는 압력 감지 센서가 없기 때문에 디스플레이를 누르는 세기를 감지하지 못한다. 대신 화면 위에 손가락으로 터치하고 머무르는 시간을 계산하고 탭틱 엔진으로 피드백을 주는 방식이다. 


꾹 누르는 듯한 행동이 화면 위에 손가락을 두고 머무르는 시간을 늘리기 때문에, 탭틱 엔진의 피드백까지 받으면 화면이 눌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포스 터치, 3D 터치, 햅틱 터치를 구현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는 탭 틱 엔진이다. 물리적인 클릭이 된 듯한 피드백을 주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애플은 물리적인 버튼을 최대한 제거하는 편이다. 애플 마우스도 지독하게 1 버튼이고, 대부분의 애플 제품들의 발전 방향을 보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물리 버튼은 차근차근 제거하며 발전했다.


아이폰은 아이폰 X부터 페이스 아이디를 적용하며 홈버튼이 사라졌다. 하지만 홈버튼은 이미 아이폰 7부터 사라진 지 오래다. 


홈버튼이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홈버튼처럼 생긴 자리는 터치아이디가 자리 잡고 있을 뿐 물리적으로 눌리진 않는다. 탭틱 엔진이 눌리는 듯한 느낌을 만들 뿐이다. 아이폰의 전원을 끄면 눌리는 감각을 느낄 수 없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by 벨레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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