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책꽂이를 만든 사연

어쩌다 목공 ++ ⑤ 맞춤 책꽂이

by 황반장

‘쌍둥이 책꽂이?’

쌍둥이 아빠 아니다.

그런데 왜 이름이 ‘쌍둥이 책꽂이’냐고?


필요한 가구나 작품을 상상하고 계산해 도면을 만들고, 스스로 나무를 자르고 깎아 쓸모 있는 것을 만드는 재미가 목공을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다 내 작품이 어디에 놓여서, 어떻게 쓰일 것인지 기획하고 하나하나 맞춰나가는 일은,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작은 도전이자 행복이다. 게다가 이렇게 머리로 생각하고 손으로 만들어 낸 작품이 안성맞춤으로 딱딱 맞아 들어갈 때의 쾌감이란! 이런 경험을 하면 목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기어이 중독되고야 만다. 이런 목공의 모든 걸 표현하는 적합한 한마디가 바로 ‘맞춤’이다.


‘맞춤’은 사전적 의미로 ‘서로 떨어져 있는 부분을 제자리에 맞게 대어 붙임’이나 ‘일정한 규격으로 물건을 미리 주문하여 만듦. 또는 그렇게 만든 물건’을 뜻한다. 여기에 근거 없는 뇌피셜을 더한다면 ‘현재의 조건을 극복할 행동을 더함’이라고 하고 싶다. 무언가가 맞춰진다는 말에서는, 긍정적으로 발전해나갈 여지가 더 많아진다고 느껴지니 말이다.


책꽂이가 그렇다. 시중에 흔하디 흔한 것이 책꽂이인데 이걸 뭐 애써 만드는가 싶을 수 도 있다. 심지어 가격도 아주 싸니깐. 하지만 집에 들일 책꽂이를 구하려고 하면 이게 참 마땅치가 않다. 색상이 마음에 안 들기도 하고, 필요한 모양도 아니다. 결정적으로는 크기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딱 이 자리에 들어가야 하는데 왜 그런지 크거나 작거나 그렇다. 책꽂이가 이렇게나 많은데 왜 우리 집에 맞는 크기는 없는 것일까?


아이가 크는 만큼 책이 늘어났다. 아이들이 보는 책은 왜 다 전집으로 되어 있는지 그 양이 만만치 않다. 아이가 크는 만큼 책꽂이도 커져야 했다. 딱 맞춤한 크기의 책꽂이는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 늘어날 만큼 늘어난 책을 다 수납할 맞춤 책꽂이를 만드는 것. 목표는 정해졌다. 그럼 만들자.


나무는 18t 두께의 ‘레드파인'을 사용하기로 했다. 가공하기 쉬운 ’ 소프트우드‘이고 가성비가 좋아 두루두루 많이 사용하고 있는 나무 종류다. 책꽂이야 모양이 다 비슷하기 마련인데 아이가 자신의 책꽂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애플그린 색을 포인트로 칠해주는 걸 구상했다. 마지막 조립 단계에서 상판 하나에만 색을 입혀줄 생각이다. 아이가 스스로 책을 꺼내 읽고 다시 수납할 수 있도록 높지 않은 3단으로 설계하고, 맨 윗단은 장난감이나 예쁜 미니어처를 올려놓을 수 있도록 턱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한 칸의 높이는 아이의 책 크기를 재서 딱 맞춤하게 정했다. 높지는 않은데 수납해야 할 책의 양이 있으니 옆으로 길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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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북에 개략의 모양을 쓱쓱 그려보았다. 옆으로 길어야 하니깐 나무 재단도 신경 써야 한다. 길면 길수록 오차가 많아진다. 나무의 이 끝과 저 끝이 2mm 정도만 차이가 나더라도 모양이 뒤틀리기 때문이다. 설계는 마쳤고 다음 순서는 나무의 재단이다. 커다란 원장을 ‘테이블쏘’를 이용해 자르는데, 원형 톱날이 장착된 큰 테이블에 나무를 올려놓고 자르는 작업이다. 목공은 이 기초적인 작업이 이후의 모든 걸 좌우하니 꽤 신경을 써야 한다.


‘테이블쏘’에 나무 원장을 올려 제일 긴 부분 하나를 재단했다. 설계도면을 아무리 잘 그렸어도 실제 재단을 하면 느낌이 다르다. 크기도 크기지만 나무의 색, 질감, 옹이의 유무 등이 실제 작품의 느낌을 많이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크기다. 책꽂이 크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차의 크기. 갑자기 자동차의 크기? 그렇다. 다 만들면 실어 집으로 가져가야 하는데, 이걸 누가 배송해 주는 게 아니어서 싣고 가는데 문제가 생긴다. 어쩔 수 없는 크기와 무게는 트럭을 불러야 하지만 어지간하면 차량 트렁크나 뒷좌석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그래서 완전히 조립하지 않고, 가조립을 해본 후 집으로 옮겨서 조립하는 경우도 많다. 이번에는 이걸 깜박하고 고려하지 않아서 승용차에는 들어가지 않는 크기가 된 것이다. 트럭이냐 다시 재단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사실 고민하기에는 너무 늦은 일이었다. 그래서 잘랐다. 재단된 나무를 다시 반으로 뚝 잘라서 똑같은 크기의 책꽂이 두 개를 만들기로 했다. 이러면 자동차 뒷좌석에 들어갈 수 있다. 일은 조금 번거로워지고 나무도 약간 더 들어가게 됐지만 실어 옮기는 가능한 것을 택했다. 일이란 게 처음부터 끝까지 맞춤하게 진행되게 하는 게 이리 어렵구나 싶었다.


그렇게 우리 집에 아주 맞춤한 쌍둥이 책꽂이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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