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스푼을 깎으면 얻게 되는 것들

어쩌다 목공 ++ ⑥ 우드 카빙 스푼

by 황반장

목공을 시작한 첫날, 나무의 향에 놀랐다. 가끔 뭔가의 필요 때문에 톱질을 하거나 망치질을 할 때 느낀 고정된 나무의 냄새가 아니었다. 나무가 뱉어내는 역동적이면서 직관적으로 밀려오는 향은,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불쑥 솟았다가 다시 가라앉길 반복했다.


한동안은 이렇게 나무를 자를 때 뿜어 오르는 강한 나무향에 빠져있었다. 나무 종류마다 향이 다르니, 각각의 향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했다. 흔히 피톤치드라고 부르는 삼나무의 향은 강렬한 청량감이다. 편백나무의 향이 평온을 준다면 호두나무의 향은 불어오는 바람 같다고 느껴진다. 이 향기를 오롯이 더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더 없을까?


공방 회원 중 한 분이 작은 가방을 풀더니 조각도며 작은 칼 같은 것들을 꺼내 놓는다. 이내 작은 나무 조각을 깎아 나가기 시작한다. 공방은 상당히 시끄러운 곳이다. 나무를 재단하는 커다란 톱날이 굉음을 내며 돌고, 나뭇결을 다듬는 샌딩기의 소리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다 자동 대패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대화가 어려울 정도가 된다. 그런데 이런 소음 속에서 이분은 미동도 하지 않고 나무를 깎아 나갔다. 제법 시간이 흐르니 자투리 같아 보인 나무토막이 아주 근사한 수저가 되어 있었다. 깎아낸 솜씨도 솜씨지만 정신없이 돌아가는 공방에서 평온하게 작업을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간간히 인사만 나무는 분이라 작업에 대한 걸 자세히 묻지 못했지만 언젠가 나도 한번 해봐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나중이 이런 작업을 ‘우드 카빙’이라고 부른다는 걸 알게 됐다. 수공구를 이용한 목공예로 수저 같은 조리도구를 깎기도 하고, 장식이나 소품 같은 일상의 오브제를 만드는 걸 말한다. 오늘은 이것저것 피곤한 일도 많고 스트레스도 쌓인다. 나무를 깎아 볼까? 해보지 뭐!





다른 분들이 작업하는 걸 어깨너머로 본 것과 유튜브에서 눈으로만 배운 지식으로 무작정 나무를 깎아 나가기 시작했다. 일단 직사각형의 나무에다 밑 본을 그려보았다. 상하좌우에서 보이는 모습을 나무에 직업 스케치해 작업 준비를 하고 조금씩 조금씩 나무를 깎아 나갔다. 먼저 나무가 많이 잘려 나가는 좌우 홈을 깎고 나서 동그란 스푼의 머리 부분을 파내는 순서로 작업을 해나갔다. 덜 깎는 건 상관없지만 더 깎아 내게 되면 새로 작업을 해야 하는 일이라 꽤 신경을 쓰는 작업이다.


한참이 지나 사포로 다 깎은 스푼을 다듬어 주니 제법 그럴 듯 한 모양을 가진 나의 첫 우드 카빙 스푼이 완성됐다. 물론 카빙을 하는 작가들의 수준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이걸 내가 깎았구나 하는 만족감이 생겨났다. 다만 손가락이 좀 아프고 허리가 당긴다는 부작용도 함께 말이다.


스푼을 깎는 내내 다시 살아나는 나무의 향이 느껴졌다.

사각사각 나무가 내는 소리도 또렷이 들린다.

나무의 결이 손끝으로 미끄러지듯 흐르는 좋은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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