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의자, 이제는 반려 가구

어쩌다 목공 ++ ⑧ 식탁의자

by 황반장


기어이 사달이 났다. 5년 넘게 잘 사용해오던 식탁의자가 삐그덕 소리를 내기 시작하더니 등을 기대는 뒤판의 이음새가 벌어져 버린 것이다. 이건 예견된 일이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덩치가 커지고 움직임이 많아진 아들 녀석은 식탁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의자에 앉은 채 몸을 좌우로 들썩이거나, 의자 뒷다리를 지렛대 삼아 뒤로 젖히기를 수십 번. 결국 식탁 바닥이 구멍이 나 버렸고 의자는 삐걱대기 시작한 것이다.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녀석은 의자 뒤판이 빠지면서 꽈당! 자빠져 버릴 것이다.


이제는 흠집 투성이가 된 이 의자를 만든 건 벌써 5년 전 일이다. 아니 해가 바뀌었으니 벌써 6년 전이 되었다. 함께하는 식사 시간에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아이가 자라고, 이런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아이에게도 자기에게 맞는 의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전에는 2인용 세트 의자에 간이 의자 하나를 더 놓고서 사용했었는데, 간이 의자를 빼고 새 의자를 장만하기로 한 것. 그런데 사용 중인 의자가 아주 심플한 디자인이어서 그런지 비숫한 것을 찾기가 어려웠다. 인터넷 쇼핑몰에 진열되어 있는 의자들은 꽤 화려했다. 그런데 또 가격은 수수하다. 이를 어쩐다? 사는 게 더 실용적이라는 결론인데 그래도 만들어? 왜? 아이의 첫 의자니깐!


인터넷 여기저기에서 디자인을 참고해 보고, 현재 사용하는 의자와 비슷하게 만들 계획을 세웠다. 의자의 다리와 앉는 부분은 사각형 박스를 만든다고 생각하니 어려울 게 없어 보였다. 문제는 등을 받쳐주는 부분. 이를 위해 참고한 사진들은 꽤나 화려했다. 인터넷 속 사진들처럼 둥글게 휘어진 등판을 만든다는 것은 현재 조건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각도를 주고, 등이 직접 닿은 부분도 조금은 비스듬하게 만들기로 했다.


수종은 레드파인 집성목 60 각재로 정했다. 소나무 계열로 가공이 쉽고 무늬도 좋아서 목공에서 많이 사용하는 나무다. 이걸 60 mmm 두께로 길게 만든 사각기둥 형태를 흔히 60 각재라고 부른다. 의자 다리는 모두 이 60 각재를 사용하고 엉덩이가 닿는 부분과 등이 기대지는 부분은 18mm 레드파인 판재를 잘라 사용하기로 했다. 특이한 점은 의자의 뒷다리에서 등 부분까지 한꺼번에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니깐 뒷다리와 등판으로 이어지는 부분, 앉으면 엉덩이가 닿은 평평한 부분, 그리고 앞다리. 이렇게 세 부분을 만들어 서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2022-01-05 (20).jpg


각재를 비스듬하게 가공하게 위해 각도 지그를 사용했다. 목공은 지그를 얼마나 잘 사용하는가에 따라 결과물이 상당히 달라진다. 지그라는 건 작업을 돕기 위한 여러 가지 보조 도구를 말하는데 흔히 사용하는 것들은 시중에서 팔기도 하지만 작업자가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만약 이 지그가 없었다면 각재를 비스듬히 잘라 내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 뚝딱이 목공방에 각도 지그가 있어서 쉽게 작업할 수 있었다. 각재들을 비스듬하게 잘라놓고 보니 제법 그럴듯해 보였다. 이걸로 1차 관문 통과.


이제 서로 잘 연결하면 되는 것인데 이게 또 난관이었다. 사각의 각재를 각각 두 군데씩 구멍을 뚫어 도미노라는 나무 핀으로 연결하는 것인데 이게 늘 좌우가 헷갈린다. 연필로 미리 잘 표시를 한다고 해도 오른쪽, 왼쪽 한 번씩은 꼭 실수를 하게 된다. 잘못 뚫은 곳을 메꾸고 작업해서 이번에는 절반의 성공으로 2차 관문 통과.


20180503_173950.jpg



이렇게 만들어 식탁의자를 몇 년간 잘 사용해 왔다. 다리가 너무 얇으면 무게를 견디지 못할까 봐 60 각재를 사용해 조금 무거운 듯 하지만, 튼튼해 보여서 좋은 면도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세 식구가 함께 음식을 나누며 모여 앉는 소소한 일상에 늘 함께 하는 의자가 되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아이가 커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다리에서 등으로 이어지는 부분과 앉는 부분을 연결한 이음새의 접합 부분이 떨어진 것이다. 한동안 삐걱 거리는 걸 방치하다가 다시 고쳐 쓰기로 했다. 물론 같은 방식으로 수리하면 언젠가 같은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건 그때 가서 다시 구조적으로 보강하는 걸로 하기로 한다. 목공풀을 넣고 클램프로 다시 단단하게 조여 주었다. 이렇게 하루쯤 지나면 이전만큼 튼튼한 의자로 돌아올 것이다.


새해 들어 소소한 일들을 이어가고 있다. 상판에 사용감이 생긴 노트북 사이드 테이블과 화분 받침대에 바니쉬를 칠하거나 의자의 나사를 조여 놓는 일, 서랍 레일에 미싱 오일을 뿌려 잘 여닫히게 하는 일 따위다. 그리고 아들의 인생 첫 의자인 식탁의자를 다시 고쳐 놓았다.


새것으로 바꾸는 것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게 있다. 살아낸 흔적, 느슨해진 틈, 그래서 나이테처럼 켜켜이 쌓인 시간들 같은 것이다. 별일 없는 듯 닦고 조이며 틈을 메꿔 간다. 이젠 반려 가구라 해도 좋겠다.



img_xl (1).jpg



2022-01-05 (21).jpg
20181214_085703.jpg
KakaoTalk_20220105_172408426_06.jpg
KakaoTalk_20220105_172408426.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