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목공을 접하고 재미를 붙여 나가던 목공수업 3개월 동안에 만든 가구들을 5년이 지난 지금도 거의 다 사용하고 있다. 지금 다시 보면 허점투성이인 것이 눈에 들어오지만 당시 애써 배워가며 작업했던 시간이 묻어있어서 그런지 최근 작업한 것보다 오히려 애착이 가곤 한다. 하지만 세상 어느 한 군데, 난관이 없는 곳이 있겠는가? 그것도 초보자에게. 하나하나 배워가는 재미가 있고 직접 만드는 성취감도 있었지만 만만치 않게 어렵다고 생각된 작업도 있었다. 이 정도면 돈 주고 사는 게 낫겠다고 말한 작업도 있었는데 나에겐 ‘협탁’ 이 어려운 숙제 같은 그런 작업이었다.
이 협탁이란 것이 수평 맞추기 어려운 다리도 달아야 하고 서랍도 따로 만들어 부착해야 한다. 다리를 사방에 두고 판재로 막고 붙이고 해서 완성해야 하는데 이게 다른 작업처럼 순서대로 조립해 들어가는 것이 아니었다. 다리 네 개를 기준으로 한 번에 사방에서 조여서 맞추어야 하는데 이게 정말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오른쪽을 맞추면 왼쪽이 안 맞고, 아래쪽을 맞추면 위쪽이 안 맞았다. 겨우 겨우 다 맞춰져 완성인가 싶으면 수평이 안 맞아 삐걱삐걱거렸다. 최후에는 따로 만들어 레일로 연결하는 서랍이 맞지 않아 넣고 빼고 가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초보자의 영혼을 탈탈 털어내게 하는 게 이 협탁이었다.
우여곡절 많은 협탁 만들기
사실 나는 이런 게 예전부터 어려웠다. 뭔가 입체적인 걸 만드는 것 말이다. 이건 작업 기술이나 숙련도의 문제가 아니라 머릿속 사고에 대한 부분이다. 작업을 하면서 3D 프린터가 생각나곤 했다. 3D 프린터라는 걸 처음 접했을 때 제일 어려웠던 것이 프린터로 ‘출력’을 한다는 개념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이 ‘출력’이라는 개념은 그동안 내가 경험해 왔던 바로는 종이 위에 잉크로 인쇄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평면에 그려지는 것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러니 3D 프린터에서 입체적인 물건이 조각처럼 ‘출력’ 되어 나온다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왜 이렇게 평면적인 사고를 하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아마도 목공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살면서 이것 때문에 답답하거나 불편한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머릿속으로 작업 과정을 그려보고 손으로 작업을 해서 협탁을 ‘출력’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협탁 만들기는 기둥으로 사용하는 사각 각재에 판재를 연결할 구멍을 뚫는 것으로 시작한다. ‘패스툴 도미노’라는 장비를 사용하면 넓적한 핀처럼 생긴 ‘도미노’를 끼울 수 있는 구멍을 가공할 수 있다. 마치 권투 경기를 하는 링을 것을 연상하면 된다. 이 링을 위에서 내려다본다 생각하고 사각기둥을 네 군데 세운 후에 도미노 핀이 들어갈 구멍을 뚫어 사방을 연결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헷갈림이 시작된다. 위쪽의 왼쪽 기둥은 동쪽과 남쪽으로, 오른쪽 기둥은 서쪽과 남쪽으로 도미노 구멍을 뚫어야 하고, 아래쪽 기둥들은 북쪽으로만 구멍을 뚫는다, 여기는 서랍이 들어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작업을 기둥의 하단부에도 해서 책이나 간단한 물건을 올려둘 수 있는 받침을 부착할 수 있도록 작업한다. 전체 구조에 연결할 구멍을 다 뚫은 후에 도미노 핀을 끼우고 조금씩 맞춰나가면 되는데 이게 생각처럼 잘 안된다는 게 함정이다. 서쪽에 뚫어야 할 구멍은 동쪽에 뚫었으니 이게 맞을 리 없었다. 용케 맞추고 보면 아래쪽이 맞지 않아 조립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지금 어떤 부분을 작업하는 중인지도 헷갈리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나도 모르게 '어이구야' 하며 고개를 들었는데 여기저기서 비슷한 탄성이 들린다. 딱딱 들어맞게 작업이 진행된 사람이 아무도 없는 듯했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든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랄까,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 같은 걸 뱉어 냈다. 우리 반 에이스 안경점 사장님도 시간 안에 반 정도 작업을 한 모양이다. 작업을 정리하고 다 같이 뒤풀이 장소로 나왔다. 각자 진행한 작업은 어려웠지만 함께 마시는 맥주는 시원하고 달았다. 이 맛에 안 돠는 작업을 버텼지 싶었다.
레일로 연결하는 협탁의 서랍
한주가 지나서 다시 협탁 만들기를 이어갔다. 입체적인 구조를 잘 조립하기 위해 연결되는 부위에 △, ⃞, ○, 를 그려 놓고 헷갈리지 않도록 장치를 해두었다. 도미노칩을 넣을 구멍도 한 개는 정확한 크기로, 다른 하나는 조금 여유 있는 크기로 작업해 놓으니 유격이 생겨서 오차가 나는 부분을 조정할 수 있었다. 그래도 생긴 오차는 인정하고 그냥 사용하기로 하니 머릿속도 한결 가벼워져서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2주간에 걸쳐 어렵고 어려웠던 협탁을 겨우 완성했다. '아이고야' 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반복되는 실수의 시간을 쌓아서 긴 여정의 한 고개를 넘어왔구나 싶었다.
초보들의 혼을 빼놓는 협탁 만들기
여담 하나
처음부터 협탁 없이 살아와서 별다른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지금은 이 협탁을 침대 옆에 두고 사용하는데 편백나무로 만든 원목 스피커를 올려두고 스마트폰을 사용하기도 하고, 읽던 책을 놓아두기도 한다.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생활가구가 되었다.
여담 둘
‘출력’의 사전적 의미.
1) 어떤 일에 필요한 돈이나 물자 따위를 내놓음.
2) [기계 ] 엔진, 전동기, 발전기 따위가 외부에 공급하는 기계적ㆍ전기적 힘.
3) [물리 ] 원동기, 펌프 따위 기계나 장치가 입력을 받아 외부로 해낼 수 있는 일의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