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에이프런 책상

어쩌다 목공 ⑤ 다목적 테이블

by 황반장

어릴 적 나는 아주 신기한 책상을 가지고 있었다. 움직이는 발판이 달려있는 책상이었다. 발판을 구르면 벨트와 연결된 동그란 휠이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천천히 발을 구르면 ‘휘잉 휘잉’ 하는 소리가 났고 세게 발을 구르면 ‘힁힁힁휭’ 하며 아주 빠르게 돌아가는 소리를 냈다. 책을 보다 심심하면 발을 굴러 보곤 했다.


이 책상은 사실 어머니가 오래 동안 쓰시던 재봉틀이었다. 좌식 책상에 올려놓는 포터블 재봉틀이 아니라 의자에 앉아서 작업하는 커다란 재봉틀이었던 것이다. 전기모터가 달려서 페달을 밟으면 작동하고 한번 더 밟으면 멈추는 전동형도 아니고 발을 이용해 동력을 만들어야 하는 완전 수동식이었다. 마치 시소처럼 발판을 밟으면 벨트에 연결된 휠이 돌고 이게 기어를 작동시켜 바늘을 상하로 움직이게 하는 원리였다. 몸체가 모두 쇠로 되어있어서 무척 무겁고 튼튼해 보였다. 어머니의 결혼 혼수였다는 것인지 중간에 할부로 장만했다는 것인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이 재봉틀을 책상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건 숨겨진 트랜스포머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하단부는 발판과 벨트, 휠과 기어로 이루어져 있다면 상단부는 작업을 하는 재봉기계로 이루어져 있다. 마치 말의 등처럼 날렵한 곡선이 있는 몸체에 왼쪽으로는 바늘이 달려있고 오른쪽으로는 손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동그란 손잡이가 달린 모습이다. 이 몸체를 들어 올리면 뒤로 젖혀지면서 아래쪽으로는 수납공간이 열려 이리로 본체를 집어넣을 수 있는 구조였다. 이렇게 변신시키면 상판 위로는 아무것도 없는 평평한 책상처럼 되었다. 어머니는 이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이 재봉틀에 붉은색 체크무늬 천을 깔아서 내가 쓸 수 있는 책상으로 바꿔주셨다. 이 재봉틀 책상이 초등학생인 내가 책을 보고 숙제를 하던 내 인생 최초의 내 책상이다.


초급과정을 끝낸 목공교실은 이제 중급 단계가 시작되었다. 새로 도전하는 과제는 테이블 만들기. 식탁이나 탁자로 쓸 수 있고, 서랍이 없지만 책상으로도 사용 가능한 다목적 테이블이다. 서랍이 없으니 다리 부분만 잘 만들어 상판을 위에 얹으면 되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책상다리를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고정해야 해서 꽤 집중해 작업을 해야 한다.


그래서 고안된 것이 에이프런(apron)이라는 구조다. 처음에는 선생님이 에이프런을 이용해서 책상다리를 고정시킨다고 해서 도대체 ‘앞치마 (에이프런, apron)’를 가지고 어떻게 하라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적잖이 당황했지만 모르는 티는 내지 않고 주변의 눈치를 보니 다들 알고 있는 건지 아니면 나처럼 이해 못한 것인지 알 수 없는 표정들이다. 베테랑 안경점 사장의 표정도 알듯 말듯해 보이고 부부 목공단은 이해했다기보다는 눈치챘다는 듯이 작업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다른 분들은 일단 나무 재단 먼저 시작을 하는 중이었다. 나도 눈치를 챈 듯이 움직였다. 실은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았지만 말이다. 앞치마와 영어 철자도 같은 에이프런(apron)은 가구를 만들 때 수직 방향의 지지대, 그러니깐 책상다리 같은 것을 고정시켜줄 수 있는 틀을 말한다. 원목 테이블을 보면 상판 아래쪽, 다리와 다리 사이에 약 10cm 정도가 되는 긴 목재로 사방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게 에이프런이다.


12823406_1510757012331426_1317290697915440271_o.jpg 에이프런을 짜고 여기에 책상다리를 연결해 주었다.



일단 직사각형으로 에이프런을 짜고 다리 네 개를 달고 상판을 얹는 순서로 작업을 했다. 에이프런에 딱 맞도록 다리로 쓸 각재 끝부분을 기억자(ㄱ)로 파내고 끌을 이용 해 다듬어 냈다. 수공구인 끌을 처음 사용해 보았는데 상당한 숙련이 필요해 보였다. 가끔 방송에서 보면 장인들이 끌을 가지고 목재를 사악 사악 다듬는 모습을 보았었는데 실제 해보니 그렇게 쉬운 게 아니었다. 나름대로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에이프런에 다리를 달고 상판은 올리브 그린으로 칠을 해서 고정시켰다. 고정시킨 후 색을 칠하면 에이프런이나 다리와 닿은 부분을 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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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83795_1510757032331424_2571169501451784658_o.jpg 다리를 흔들림 없이 결합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전에 쓰던 MDF에 시트지를 입힌 덩치 큰 책상을 치우고 내가 만든 책상으로 그 자리를 채웠다. 아니 새로운 것으로 채웠다기보다는 몸에 잘 맞지 걸 비워냈다는 게 맞을 것 같다. 방이 가벼워졌다. 그렇게 어릴 적 숙제를 준비하듯이 책 몇 권, 연필 몇 자루를 올려놓고는 한참을 앉아 있었다.


12806024_1516607978412996_5806112547194534411_n.jpg 오래 쓰고 있는 나의 에이프런 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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