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노트북 거치대

어쩌다 목공 ⑦ 노트북 거치대 만들기

by 황반장

일주일째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단다. 해가 지니 저녁이고 해가 뜨니 아침일 뿐, 찜통 같은 더위는 24시간 가시지 않는다. 이런 더위는 목공 생활에도 영향을 준다. 무거운 목재를 나른 다거나 크기가 있는 작업을 하기 어렵고 의지도 많이 꺾이기 십상이다. 계획은 무슨 계획, 일은 무슨 일, 더위나 피해 가자는 생각이 앞선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 복중에는 노트북을 펼쳐 놓고 있는 것도 쉽지 않다. 이것저것 시원해질 방법이 있나 인터넷 정보를 기웃거리느라 연신 자판을 두드려 본다. 이게 다 기후변화 때문이라는데 일단 노트북 자판을 온돌처럼 달구는 열기이라도 피해보고 싶다. 노트북 거치대를 장만해 볼까? 쿨러가 달려있는 거치대에 노트북을 올려두고 블루투스 키보드를 이용하면 이 발열을 피해 갈 수 있을지 모른다. 검색을 해보니 일단은 가격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디자인이 밉상이다. 뭔가 기계장치를 연상시키는 금속과 플라스틱 재질도 취향이 아니다, 좀 더 단순하고 가볍고 안 쓸 때는 보관하기 편리한 건 없을까?


직접 만들어야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일단 필요한 기능은 단순 명료하다. 노트북을 올려두는 거치대. 그리고 이 기능만 수행된다면 작으면 작을수록 좋다. 재질은? 당연히 나무이고. 작업 난이도도 낮고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아야 한다. 이걸 만드느라 땀을 한 바가지 씩이나 흘릴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대략 생각이 여기까지. 핵심은 디자인이다. 참고할 만한 디자인을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 찾아본다. 눈에 들어오는 것을 골라 놓고 다시 마음에 드는 것으로 몇 개 추려본다.


스케치북을 펼쳐 놓고 연필로 얼기설기 그림을 그려본다. 설계도도 아니고 스케치도 아닌 그냥 나만 알아볼 수 있는 그림이다. 스케치북과 4B연필은 아들 것인데 묶음으로 사놓다 보니 내게도 차례지게 되었다. 만드는 시간도 좋지만 이렇게 연필로 끄적이며 구상해보는 시간이 나는 제일 재미있다.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그림 그리는 것처럼 작품이 쌈박하게 나오는 일은 없다. 앞으로는 있을 수 있을까? 사실 별 관계는 없다. 현재로서는 과정도 충분히 재미있기 때문이다.


13418444_1604686806271779_502925264237107940_o.jpg 원목을 모양애 맞게 자르는 것 만으로 충분한 노트북 거치대


노트북 거치대는 별도의 연결 없이 두께 24mm의 나무를 이용해 만들기로 했다. 핵심을 노트북이 고정되는 각도를 만들기. 일단 판재 두 개를 사각형으로 잘랐다. 자른 판재는 각도 지그(Jig)를 이용해서 한쪽 면을 잘라냈다. 지그는 특별한 모양이나 작업에 필요한 보조 도구를 말한다. 목공 선생님은 이 지그를 잘 이용하는 것이 목공 실력을 좌우하는 것이라고 누누이 말을 하셨다. 난 잘 못쓴다. 이렇게 각이 있는 나무판 2개를 새워 놓기만 해도 노트북을 거치할 수는 있다. 하지만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큰소리를 쳤으니 뭔가 디자인적 요소를 줘서 만족도와 쓸모를 높여야 한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블루투스 키보드를 올려 둘 수 있는 작은 빈틈을 만드는 것이다. 작업은 땀 한 바가지를 흘리기 전에 마무리됐다.


디자인과 기능이 나름 흡족한 상태로 작업이 된 것 같다. 이제 실전 테스트다. 노트북을 올려놓고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결했다. 딱 좋아 딱 좋아를 연발하는데 이게 웬일. 노트북이 슬금슬금 미끄러져 내려온다. 각은 사용하기 딱 좋은데 이걸 고정해줄 장치가 없었던 것. 뭔가 걸릴 수 있는 쐐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 더위에? 처음부터 다시? 그럴 수야 없는 노릇이다. 가장 간단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어쩐지 한 번에 너무 쉽게 되더라니.


13442504_1604686906271769_551020100084321326_o.jpg 목심을 이용한 기능 보강. 늘 뜻밖의 일이 생긴다.



장고 끝에 악수 두게 된다고 이걸 너무 크게 생각하면 안 된다. 이전의 생각은 싹 잊고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해보자. 8mm 비트로 구멍을 파고 목심을 꽂아 주면 될듯했다. 목심의 원래 사용 용도는 목재와 목재를 연결하는 것이지만 외부로 조금 노출된 듯 어떠랴. 심지어 품이 가장 적게 든다. 이렇게 완성.


이제 노트북이 미끄러지지 않는다. 작은 목심 하나가 역할을 해준다. 노트북을 거치 부분 아래에 만든 틈으로 블루투스 키보드를 수납해 둘 수 있다. 구상단계에서 스케치북에 연필로 끄적여 보는 유사 디자인 작업의 힘이다. 말하지 않은 비밀 기능도 있는데 거치대를 90도 세우면 태블릿을 올려 유튜브 시청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13443118_1604687106271749_8025818542297859650_o.jpg 하단에 키보드를 수납하는 것이 디자인 포인트



여담 하나

이 거치대를 만든지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한 여름에 꺼내 쓰곤 한다. 소소한 생활 소품을 만드는 작은 목공은 만족도가 높다. 일단 자주 손에 들고 만지게 되니 손때 묻어 애정도 생기게 되고, 무엇보다 스스로 만드는 나무 제품이 주는 일상의 작은 변화가 꽤나 긍정적인 방향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도 줄이고 에너지도 사용하지 않았으니 더운 지구에 덜 미안해 진다고 할까.


여담 둘

지그의 사전적 의미 : 기계 기계의 부품을 가공할 때에 그 부품을 일정한 자리에 고정하여 칼날이 닿을 위치를 쉽고 정확하게 정하는 데에 쓰는 보조용 기구.

도구를 만들어 쓰는 게 인간이라는데 아직 멀었나 보다. 작업을 위한 준비로 적절한 지그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13458582_1604687126271747_1499641152620869788_o.jpg 사용하다 보면 몰랐던 기능이 생기는 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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