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뚝딱이들

어쩌다 목공 ⑧ 뚝딱이 목공 동호회

by 황반장

구로시장 가운데 큰 골목을 따라 배다리 교회가 있는 쪽으로 걷다 보면 왼쪽에 있는 ‘어부 만복’이라는 횟집 2층에서 목공 동호회 신입 회원 환영회가 시작됐다. 내가 속한 목요일 오후반은 이미 한차례 환영회를 가졌었는데 오늘은 월요일반, 목요일반이 모두 모이는 전체 환영회 시간이다. 술이 한차례 돌고 각자 간단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아직 분위기에 적응 중이지만 아무튼 환영회에 몹시 진심인 사람들인 것 같았다.


서교동에서 일을 보고 대림역에서 내려 목공방을 향해 가는 길이다. 한글 간판은 구로3동 주민센터 정도. 대부분이 중국어 간판들인데 어색하기도 하고 당최 읽을 수가 없다. 하지만 뭘 파는 곳이고,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다 알 수 있는 몹시 희한한 곳이다. 남구로시장 입구까지 다 와서 전봇대를 끼고돌면 구로시민센터가 있는데 이곳 지하층에 6개월간 목공을 배운 공방이 있다. 이제는 학생이 아니고 동호회 회원이다. 수업료를 내지 않고 회비를 낸다.


수업을 마치고 동호회가 되니 따로 공구, 기계 사용법이나 요령을 가르쳐 주는 선생님은 없다. 눈치껏 다른 고참 회원들의 작업을 어깨너머로 살펴보거나 용기 내서 물어보는 것이 요령이라면 요령이다. 같이 작업하던 분들이 하나둘 안보이더니 카톡이 울린다. ‘쌤. 아직 공방이신가요? 바로 옆에 양꼬치 집으로 오실래요?’ 영어 이름으로 불러주는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곳의 기본 호칭이 ‘쌤’이다. 황선생 보다 친근하다.


아직 날이 한참 밝은데 양꼬치가 숯불 위에서 돌돌 구르며 구워지고 있고 각자 취향대로 쏘맥, 참이슬, 처음처럼을 앞에 놓고 이야기가 한창이다. 아이들 키우는 얘기며 남편 얘기, 병원 다녀온 얘기 등등. 각자 다른 얘기들을 하시는데 신기하게도 대화가 된다. 마치 부분별로 목재를 작업해 놓고 나중에 한 번에 맞춰 조립하면 원목 가구가 완성되는 식이다. 역시 내공이구나 싶은 이 분들이 ‘뚝딱이 목공 동호회’ 회원들이시다.


도대체 21세기에 뚝딱이라니!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도깨비방망이도 아니고, EBS 방송 프로그램 ‘모여라 꿈동산’의 인기 캐릭터 ‘뚝딱이’와 ‘뚝딱 아빠’도 아니다. 보통 목공방, 목공 동호회는 ‘Wood Studio‘, ’‘우드 홀릭’ 같은 꽤 있어 보이는 이름이나 선생님의 이름을 붙인 ‘000 목공방’ 이 대부분이다. ‘뚝딱이’, 라는 이 정체성이 베일에 가려진 이름은 ‘나무의 귀환’ 이후로 가장 특이한 목공방 작명이라 생각되었다.


20280236_2126120710795050_3784490906699426340_o.jpg 벌목 동호회를 상상하게 만드는 뚝딱이 목공방 로고


구로시민센터에서 운영하는 ‘'DIY 목공교실'은 6개월의 제법 긴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 기간에 모니터 받침대를 시작으로 테이블 만들기까지 직접 작업하면서 기초적인 장비 사용법과 목공기술을 배우게 된다. 교실을 수료한 이후에는 전문가 과정 같은 것이 있는 것이 아니고 원하는 사람은 동호회에 가입해 공방을 이용할 수 있다. 목공 동호회 회원으로 가입하면 월요일, 목요일 오전, 오후, 저녁반 중에서 본인이 나올 시간을 선택하고 금요일 종일 자유 작업일을 이용할 수 있다. 월 1회 워크숍도 열리고 지역에서 개최되는 여러 행사에도 참여한다. 회원들이 내는 월 회비로 운영되지만 이걸로 어떻게 수지를 맞추지 싶을 정도로 저렴하다.


KakaoTalk_20210729_115517605.jpg 회원들 스스로 만드는 월례 워크숍


사실 목공교실을 막 마치고 나서는 ‘동호회’라는 모임에 별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이제 막 목공에 맛을 들인 데다가 앞으로 작업해야 할 계획이 창창하니까 작업 계획 세우기에도 바쁘기 때문이다. 식탁 의자도 하나 만들어야 하고 책꽂이도 필요하다. 현관에 놓고 쓸 수납함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요청도 있다. 도마도 만들고 싶고 수저도 깎아보고 싶은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시간을 이리저리 쪼개서 목공 시간을 만들어야 하니 당연히 ‘작업’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런데 초보 시절에는 마음만 앞서지 실제 혼자서 작업을 완료할 만큼 능력이 뒷받침되기는 어렵다. 일단 성인 키를 훌쩍 넘어서는 목재 원장을 자르는데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작업도 미숙하다 보니 주변에 계신 고참 회원들로부터 지적과 도움의 중간 정도쯤 되는 조언이 날아온다. 험난한 길이 펼쳐지나 보다 싶었는데 정신 차려보면 나도 모르게 뒤풀이 자리에 앉아 있다. 이분들 가르침의 길에는 따로 시간표가 없고 자리를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 신기하게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듣다 보면 꽤 귀동냥이 되니 마다할 이유도 없다.


동호회다 보니 모든 일을 함께 알아서 해야 한다. 목재도 같이 나르고 작업도 서로 도와가며 한다. 소모품이 떨어지면 빌려 쓰고 청소도 같이 한다. 그리고 이 동호회의 가장 큰 장점은 실수도 같이 한다는 것이다. 이상한 말 같지만 내가 한 실수를 다른 회원이 반복하지 않도록 조언과 도움을 나누면서 실수는 경험으로 바뀐다. 모두의 실수가 모두의 경험이 되어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다. 물론 사람 사는 일이니 어찌 다 순탄하겠냐마는 그래도 뚝딱 거리며 14기를 맞이하는 관록의 동호회가 되겠다.





여담 하나

동호회를 소개하는 첫 번째 글이다. 마음은 동호회의 사람들을 잘 소개하고 싶지만 능력은 한참 따라주지 못한다. 그래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여담 둘

코로나로 동호회의 활동이 사실 많이 어렵다. 그래도 언제가 이 글을 다시 꺼내보면서 '라떼는 말이야~' 하는 날이 어서 빨리 오길. 코로나 시절을 살아내는 동네 사람들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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