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인터넷 없이 사는 사람들

by 명희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없이 살 수 있을까? 힘들 거다. 그런데 미국에서 19세기나 20세기 초처럼 사는 아미쉬(Amish)나 메노나이트(mennonite)라는 기독교인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인터넷은 고사하고 전기조차 없이 사는 사람도 모두 행복해 보였다. 이들만 그런 게 아니다.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하시드(Hasidic) 유대인들도 옛날 방식을 고수하며 살고 있었다. 이웃에 사는 일반 미국인은 이들이 그곳에 살지 않았다면 범죄 거리가 연장되었을 텐데 이들이 있어서 살기 좋다고 했다.


이들 공동체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공동체에서 쓰는 언어가 따로 있었다. 아미쉬나 메노나이트의 경우 집이나 동네에선 펜실베이니아 네덜란드어로 말하며 외부인과 말할 때만 영어를 사용했다. 재미있는 건 외부인은 어느 나라 사람이건 모두 "잉글리시"라고 불렀다. 하시드 유대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두 블록만 내려가면 모든 간판이 히브리어로 바뀌고 사람들은 이디시어를 쓴다. 이들은 세계 이차 전쟁 때 우크라이나에서 살던 유대인의 후손으로 홀로코스트로 인해 이디시어를 쓰던 유대인이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는데 미국으로 건너와 이디시어를 부활시켜 지금은 약 60만 명이 이디시어를 사용한단다.


두 번째 비슷한 점은 아미쉬나 메노나이트, 하시드 유대인 모두 정규 교육은 중학교 2학년으로 끝난다. 아미쉬나 메노나이트의 경우 학교에서 읽기 쓰기 산수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성경공부를 한다. 하시드 유대인도 비슷하다. 모세 오경을 공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학교에 가기 전까지 아이들은 집에서 공동체에서 쓰는 언어만 사용한다. 그리고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영어를 배운다. 그래도 양쪽 언어를 다 잘하는 것 같다. 아마도 가족이 하루종일 함께 생활하며 공동체 언어로만 대화하고 티브이나 인터넷 등 외부 세계와 접촉할 통로가 없어서 그럴 거라고 짐작했다.


정규 교육이 끝나면 부모가 하는 일을 배운다. 메노나이트 공동체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보니 어떤 집에서 큰 딸이 농기구를 고치는 아버지 일을 돕고 있었다. 원래 남자는 농사나 대대로 내려오는 일을 하고 여자는 집에서 가사를 돌보지만 큰 아이가 딸이라서 아버지 일을 배우게 되었다고 했다. 하시드 유대인도 비슷했다. 정규 교육이 끝나면 대부분 부모의 일을 물려받는 것 같았다. 전문직을 위해 더 공부하는 사람도 있지만 개인의 명성이나 부가 아니라 공동체에 돌아와 일하는 게 최종 목표인 것 같았다.


이들 공동체의 기본 성향은 평화주의다. 아미쉬나 메노나이트는 재세례파교단의 교파로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에서 개신교 개혁의 좌익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다른 개신교와 가장 다른 점은 전쟁을 포함한 모든 폭력을 반대하는 평화주의자고 어른이 되어 세례를 받는다는 거다. 마찬가지로 하시드 유대인도 평화주의란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무력으로 나라를 세운 걸 반대했다. 아직 메시아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나라를 세운 게 교리에 맞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거리 어디에도 이스라엘 국기가 걸려있지 않았다.


이들은 누가 강제로 시키거나 감시하고 있어서 이런 삶을 사는 게 아니었다. 그들이 선택한 삶이다. 아미쉬의 경우 16살이 되면 혼자서 1년간 바깥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90%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계속 아미쉬로 살아간다고 했다. 전기도 안 들어오는 집에서 이륜마차를 끄는 생활을 선택한 거다. 메노나이트는 아미쉬보다 좀 더 개방적이어서 인터넷을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자동차를 운전하지만 여성들은 집에서 옷을 만들고 음식을 만들며 많은 자녀를 돌보면서도 만족스러워 보였다. 대부분 가족이 가까이 살아서 식사를 함께 하고 아이들은 주로 바깥에서 자연을 벗 삼아 뛰어다니며 놀았다. 미국 시골 저렴한 땅에 스스로 지은 집은 약 3억 원이 들었다고 했는데 대저택이었다. 이렇게 집이 큰 이유는 아이들이 많아서다. 아미쉬, 메노나이트, 하시드 유대인 모두 평균 자녀가 8~10명 정도 된다.


가만히 보니 이들은 아이들에게 돈 들어갈 일이 많지 않을 것 같았다. 옷은 집에서 만들어 입히고 학교는 8학년까지만 다니고 음식은 모든 가족이 함께 농사지어 자급자족한다. 그리고 없는 식재료는 마을 공동체 안에서 사고 판다. 아파도 큰 걱정이 없다. 마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병원이 있다. 하시드 유대인의 경우 공동체 안에 제법 큰 병원이 있어서 위급한 상황이 발생해도 911(미국의 119)을 부르는 게 아니라 자기네 응급차를 불렀고 모든 게 무료란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종교의 가르침대로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무엇보다 부에 대한 욕심이 없어서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코로나 때 아미쉬나 메노나이트도 다른 미국인과 마찬가지로 재난 기금을 받았는데 노동을 해서 번 돈이 아니라고 모두 기부했단다. 결혼해서 나가 살다가도 부모가 연로하면 집으로 돌아와 부모를 돌보고 그 집을 물려받아 또 부모처럼 산다고 했다.


유튜브에서 에이아이가 선택해 준 콘텐츠 덕분에 흥미로운 종교 집단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처럼 과학의 발달로 정보도 빨리 찾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혜택을 누리면서도 '은둔형 외톨이' '게임 중독' 등 전에 없던 정신적 문제부터 전에 있던 사회악이나 범죄도 기술과 접목해 진화하는 게 우려스럽다. 과연 이렇게 무한 경쟁 사회에서 계속 기술의 발달만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나? 분명한 건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나 사회에서 무엇이 가치 있는지 정립할 필요가 있다. "정말 의대에 가고 싶었어요." 밤잠을 설치며 의대에 간 학생의 말이다. 그러나 이유가 의외였다. "남들이 알아주잖아요." 우리는 누구나 남의 인정을 받고 싶다. 아미쉬, 메노나이트, 하시드 유대인은 성경이나 토라를 읽고 실천하는 삶이 가치 있다고 인정했다. 나는 열심히 사는 주변 사람을 인정해 주는 말을 건네는 게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자주 기계를 끄고 사람과 얼굴을 보고 대화를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고자료>

https://youtu.be/FpuE_ZZCo3s

https://youtu.be/yWfGXOjBF2E

https://youtu.be/MClv6aL7TEw

https://youtu.be/EgY1SVXiB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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