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는 묻지도 않고 엄마와 여행을 가기로 혼자 결심했다. 이미 결정을 했으니 엄마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자 고민이 시작되었다.
언젠가 나는 회사동료들과 대만의 수도인 타이베이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여행을 다녀온 날 엄마는 나에게 여행사진을 보여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다 큰 딸의 말을 못 믿어 감시를 하나 싶었다. 사진으로 잔뜩 찬 카메라를 컴퓨터에 연결해 준 채 나는 냉장고에서 먹을 걸 찾고 있었다. 그러다 엄마가 무엇을 보나 싶어 컴퓨터의 모니터를 봤는데 엄마는 내가 막 찍어온 거리의 풍경을 한참이나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쩌면 사실 외할머니의 여행보다도 지금까지도 나의 뇌리에 박혀있는 모니터 앞의 엄마의 모습 때문에 이 여행이 출발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봄날 남해에서 내가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린 이유도 엄마를 옆에서 그렇게 오래 마주 본 게 처음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엄마는 어느새 내 생각보다 나이 들어 있었고, 내 기억보다 야위어 있었다.
나는 엄마와 함께 단둘이 대만으로 여행을 떠나야겠다 생각했다. 나는 아주아주 약간의 기본 중국어를 할 수 있고, 한번 방문해 본 곳이니 응급상황에서 안전이 확보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가 오랫동안 바라본 풍경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