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3대 모녀 여행 준비기를 이어 말하기에 앞서 왜 우리 가족은 그동안 함께 여행을 떠나지 못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부분의 가족은 종종 여행을 함께 하니까.
나의 부모님은 사람들의 만남과 이별이 만들어지는 공간에서 일했다. 부모님은 새벽이면 공항으로 출근했으나 한 번도 떠나지 못한 채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을 반복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수많은 만남과 이별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간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이 늘 관리되어야 하기에.
그래서 부모님은 늘 사람들이 떠나고 돌아오는 날 일했고,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되어야 쉴 수 있었다. 늘 비행시간에 맞춘 일, 종종 발생하는 긴급한 문제들… 쉬는 날 전화를 받고 공항으로 떠나던 아빠의 뒷모습을 보면 자라온 나는, 어린 날의 가족여행이 아빠 없이 떠나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었다. 특이한 가족여행이었다. 초등학생이던 동생과 나는 가족여행으로 떠난 여행에서 엄마의 전화기를 빌려 아빠에게 여행지의 즐거움에 대해 조잘대던 기억이 더 생생한 이상한 가족이었다.
이상한 유년 시절을 지나 엄마가 다시 일을 시작한 시점부터는 아빠와 엄마의 휴일은 맞추어지지 않는 톱니바퀴처럼 흘러갔다. 그렇게 우리 가족의 여행은 마치 해리포터의 볼드모트처럼 그 누구도 꺼낼 수 없는 이야기가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앞선 1박2일의 짧은 남해 여행조차 나는 엄마의 일정을 확인해 석 달 전부터 일정을 조율해 간신히 이루어진 여행이었다.
그렇게 나의 부모님은 늘 떠나고 돌아오는 사람들을 위한 삶을 살았으나 그들은 그 공간에 메여버린 채 떠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부모님을 떠나지 못한 채 머물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