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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보이 Nov 28. 2023

신축아파트 입주 D+393

 이사 시퀄

직업 작가란 뭘까?

내 기준은 간단했다. 계약을 해 돈을 벌어본 적이 있으면 직업 작가, 그런 적이 없으면 그냥 작가 지망생.

나는 당장은 먹고 놀아도 왕년엔 글을 써서 돈을 벌었던 사람, 그리고 언제고 다시 일이 들어오면 글을 쓸 사람, 그러니 여전히 나는 직업 작가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얼마 전 책에서 본 어떤 (진짜 직업)작가의 말이 나의 이 생각을 한 순간에 뒤집어 놨다. 매일 쓴다고 해서 직업 작가라고 할 순 없겠지만, 최소한 매일 쓰지 않는 사람은 직업 작가가 아니라고.

당연하다. 직업이 회사원인 사람은 매일 출퇴근을 하고, 직업이 의사인 사람은 매일 진료를 보고, 직업이 카페 사장인 사람은 매일 커피를 파는데, 작가라고 예외일 수 없다. 매일 써야 작가다.   

간혹 창작의 영역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그 자체가 창작을 위한 예열이니 뭐니 말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보통 나처럼 잘 안 쓰는 사람들이 주로 둘러대는 핑계다.

글도 매일 써야 늘고, 노래도, 연기도, 그림도 모두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걸 잘 알면서도 왜 유독 나는 스스로에게만 이런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을까. 지금껏 잘 쓰지도 않았으면서 그래도 내심 작가라고 생각했던 건, 한 마디로 양심불량, 몰염치 그 자체다..

그래서 브런치를 시작했다. 조금씩이라도 매일 쓰는사람이 돼 보겠다고. 그래서 브런치의 내 소개도 가정식백반 같은 소박한 글, 매일 밥을 짓듯 글을 짓는 우리집 주부라고 한 것인데...    

문제는 늘 저녁 찬거리가 고민인 주부처럼, 나도 글감이 고민이다. 매일 쓰자니 나의 일상이 그리 스펙타클 하지도 재미있지도 않아, 쓸 게 잘 없다. 그렇다고 SNS 업로드를 위해 맛집 탐방을 하듯, 일부러 무슨 일을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며칠을 새로운 테마로 고민만 하다가, 겨우 잡은 오늘의 글감이 <신축아파트 입주 일년 후기> 다.

나의 브런치가 가정식백반 같은 소박한 한 상이고 나의 글들이 반찬이라면, 오늘의 주제는 그 반찬의 영양소 정보쯤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제(야) 본론으로 들어가면, 작년 10월 말 우리 부부는 처음으로 장만한 내 집에 입주를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일년이 조금 지나 지금은 2023년의 11월이다.

흔히들 이성 간의 교제도 최소 일 년, 사계절 정도는 겪어봐야 서로를 좀 안다고 하는 것처럼, 새 집 관리도 일 년쯤 되니 이제 좀 감이 잡히는 것 같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불쑥불쑥 겪어보지 못했던 일들로 우리를 난감하게 했던 이 집도 지금은 좀 안정기에 접어들었달까. 이제야 비로소 내 집 마련을 했다는 실감이 난다.

그래서 일 년전 우리처럼 입주를 앞두고 쓸데없는 고민들로 골치 아파하고 있을 예비입주자분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우리의 입주 후기를 정리해 볼까 한다.


우리는 2016년 8월에 결혼을 했고, 결혼과 동시에 전세로 얻은 신혼집에서 계약 갱신을 두 번하며, 약 6년 2개월 정도를 살았다. 그 사이 2020년 4월에는 운 좋게 청약에 당첨이 됐고, 2022년에는 사전점검을 시작으로 주택담보대출, 입주박람회, 이사업체계약 등의 굵직굵직한 이벤트를 거쳐, 마침내 작년 10월 지금 집에 입주를 했다.

입주한 집은 신도시에 있는 25평 신축 아파트다.


이건 당첨 사실 확인 후 아파트 계약을 위해 찾은 모델하우스 앞에서. 이때는 모든 게  다 V 였다.

사실 결혼 당시만 해도 나는 '이 남자와 함께 살 수만 있다면 원룸 월세 정도도 나쁘지 않다'며, 나이에 걸맞지 않게 부족한 예산과 비현실적인 생각으로 신혼집을 찾았더랬다. 그러다 운좋게 일이 잘 풀려 원룸 월세보다 좀 나은 17평 구축 아파트를 전세로 얻었고, 그곳에서 6년 2개월을 무탈하게 살았다.

서울만 아닐 뿐, 그곳은 역세권에 넘쳐나는 상업시설 등으로 우리 부부에겐 딱히 부족함이 없었던 곳. 게다가 전세 계약 연장도 남들보다 수월해, 내심 나는 이런 식이면 굳이 내 집 장만이란 걸 해야 할까 생각할 정도로 당시 우리 삶에 만족해 하고 있었다.

그러다 생각이 바뀌어 내 집 장만에 관심을 두게 된 건, 난임과 부부의 노후 때문! 물론 자식이 노후 보장의 전부는 아니다. 아니지만, 2세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자 나는 부부 둘만의 노후를 위해 집 정도는 있어야겠단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즈음 주택연금이란 것도 알게 됐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 게, 주택 청약. 우리는 두 번의 청약에 떨어졌고, 세 번째 청약 때 지금 집에 운좋게 당첨이 됐다.

정말 운이라고 밖엔 말할 수 없는 게, 우리는 신혼이지만 아이가 없는 2인 가구였고, 남편의 청약 통장은 결혼 직후 만든, 그러니까 간신히 청약 조건에만 드는 무... 적 통장이 아니라 무용지물 그 자체였다.

그런데 우리는 신혼특공엔 떨어지고, 일반 분양에는 추첨으로 당첨이 됐다. 그것도 20: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그리고 그 해 나는 청약 당첨에 이어 두 건의 일 계약에도 성공했다. 앞으로 받게 될 행운과 복을 전부 다 땡겨 쓰는 건 아닐까 걱정될 만큼 신나는 일의 연속. 정말이지 그 해는 좋기도 하면서 좋은만큼 불안하기도 했던 한 해였던 것 같다.


그렇게 럭키했던 2020년이 저물고, 2021년 2022년... 마침내 우리가 새 집에 입주하는 해가 밝았다.

봄에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아파트 현장을 둘러보러 갔고, 여름엔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사전점검일이 찾아왔다

그 전까진 공사장 입구에서 우뚝 솟은 아파트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면, 사전점검일은 내 집곳곳을 꼼꼼하게 살피고 작은 흠 하나라도 찾아내 하자보수를 요구해야 하는, 그러니까 절대 쉽게 만족해서는 안되는 그런 날!

우리는 업체 대행을 맡기는 대신, 우리가 직접 사전점검을 하고 그 돈으로 고기를 사먹기로 했다. 그래서 D-day 한 달여 전부터 유튜브에서 사전점검 영상을 봐가며 부부가 함께 공부를 했고, 해당 일 예비입주민들에게 주어진 이틀, 총 열 두 시간을 꽉 채워 우리집 곳곳을 둘러봤는데...


두둥! 처음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내 눈에 띈 대형(?)하자다.

당시 나는 욕실 세면대에 너저분하게 붙어있던 이 스티커가 세면대가 아니라 내 심장에 와 들러붙는 참담한 기분이었다. 머릿 속으론 개그맨 신동엽이 진행을 맡았던 예전 예능 프로그램  <러브하우스>의 BGM을 떠올리며 첫 발을 딛였는데. 무려 백 개 가까운 하자를 찾는 이틀 동안 BGM 대신 내가 들었던 건 남편이 내뱉는 탄식과 한 숨 뿐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다 지나고 지금에 와 생각해보면, "그게 뭐?"사실 별 것도 아니다.

세면대 스티커는 우리가 입주 하기 전 말끔하게 제거가 됐고, 눈에 불을 켜고 찾아낸 하자 중엔 해결이 된 것도 있고 안 된 것도 있다. 그리고 현재도 해결이 안된 것 중엔, 그러려니 하고 살다 보니 문제가 아닌 게 되어버린 것도 생각보다 많다.

결국 결론은 한 시간만 봐도 눈에 띄는 하자는 눈에 띄고, 열 시간을 봐도 눈에 안띄는 하자는 절대 눈에 안띄며, 하자를 잡아냈다고 해서 바로 해결이 되는 것도 아니니, 그렇게 곤두서거나 애를 끓일 필요가 없다는 거! 물론 큰 하자는 반드시 점검하고 해결해야겠지만, 자잘한 것들엔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해주고싶다.

단적인 예로 우리의 경우는 사전점검일 이틀 동안 총 열 두 시간을 둘러보고도 못 찾아낸 하자를, 입주 전날 청소를 하시던 분이 찾아주시기도 했다. 그러니 한 두 사람이 오래 보는 것보단, 여럿이 보는 게 좀 더 효과적일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든다.

새 집에 입주하며 흠집 하나에도 곤두서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봐야 사실 스트레스만 쌓인다. 그보단 사전점검일을 온가족 초대의 날로 생각하고, 여럿이 함께 나들이 하듯 방문해 함께 둘러보는 건 어떨까.

(사전점검일을 앞두고 있는 예비입주민 여러분! 굳이 그렇게 사전점검에서 자잘한 하자까지 다 잡아내려고 애쓰지 마세요. 살아봐야 알게 되는 것들이 훨씬 더 많답니다. 그러니 그 날은 기쁨을 누리고 즐기시길…)


일예로 이런 결로 현상은 사전점검일엔 절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문제엔 반드시 해답이 있고 풀면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모든 게 다 그렇다.

사전점검을 시작으로 이사 준비를 하며 내가 해야만 했던 여러 선택과 결정들. 그 당시엔 어떤 선택이 가장 최선이자 최고일까 수도 없이 알아보고 고민도 했지만, 결국 지금 생각해보면 그 어떤 결정을 했어도 결과엔 별 차이가 없었을 것 같다.

이사(특히 새 집 입주)엔 할 것도 살 것도 많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게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게 입주 3종 세트라는 줄눈, 탄성코트, 입주청소. 결혼의 스드메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다 따라 해야할 것 같지만, 사실 정답은 없다.

“딱 이 언니 말만 믿고, 이대로만 해!” 할 수 있음 좋으련만, 그게 어디 쉽나. 그러니 나의 경우는 내가 그랬듯 여러분도 참고만 하시길 당부드린다.


나는 줄눈과 탄성코트는 안했고, 이사 업체와 입주청소 업체엔 제법 공(돈)을 들였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더라면 고민할 것도 없이 전부 최고의 업체로 진행을 했겠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내린 최선의 결정은 이랬다.


일단 2년 하자보수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줄눈과 탄성은 살아보고 하자. 최근 들어 날씨가 추워지면서 욕실 타일이 수축 팽창을 반복하다 금이 가고 깨지는 세대들이 늘어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럴 경우 공(돈)들여 해놓은 줄눈은 무용지물. 아직 우리집 타일엔 별 문제가 없지만, 일단 돈을 안 들인 건 잘 한 것 같다.

베란다 탄성코트도 마찬가지다. 혹여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했던 탄성코트도 다 뜯어내야 한다고 하는데. 아니나다를까. 지난 여름 폭우 때 우리집 안방 베란다에 크랙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하자 보수를 받았는데, 그때도 생각했지. '아, 괜히 돈 안 들이길 잘했구나!'

그런가 하면 부러 좀 더 돈을 주고 계약했던 브랜드 이사 업체와 부부 입주청소는 실패. 분실, 파손 같은 이슈 없었고 얼굴 붉힐 일 없이 무난하게 이사가 잘 마무리 된 건 다행이지만, 그 이상의 값을 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이사 후기에 암만 정리의 신이라는 둥, 좋은 글이 즐비해도 결국 살림을 사는 사람이 정리의 신이 아니고 나인 이상, 정리는 내가 다시 해야할 일. 그러니 별 탈 없이 이사를 한 정도로 2,30만원을 더 쓴 거라고 보면 되는데, 다음에도 이렇게 할지는 글쎄...

이보다 더 할 말 많은 건 입주청소다. 박람회 업체나 대형 업체는 사람만 많이 쓰고 기계만 번지르르 할 뿐, 내 집처럼 쓸고 닦는 경우가 잘 없다고 해서 일부러 후기들을 찾고 찾아 온라인 상에서 청소로 유명한 한 부부를 찾았는데. NO~~~~~  부부 사기단에게 당한 느낌이다. 계약 단계에서 연락도 잘 안돼, 막상 들고 온 청소 장비들은 다 구식에, (그래도 청소만 잘 해주면 괜찮지 생각했는데), 청소도 눈에 보이는 곳만 깨끗할 뿐 나중에 보니 청소가 안된 데가 한 두 군데가 아녔다. 중간중간 보내오는 사진 따위에 속으면 절대 안된다. 그 사진들을 찍을 시간에 청소를 좀 더 해주시지... 사후 체크와 시정 요구도 마찬가지다. 성실하고 꼼꼼한 부부처럼 보이니 점검도 부부를 믿고 쭉 훑어보는 식으로만 했는데, 결과적으론 미흡한 부분이 너무 많았다. 차라리 업체였다면 더 꼼꼼히 살피고 따질 수 있었을텐데, 업체가 아니라 사람을 상대하다 보니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왜 그랬을까?) 그 두 분이 박람회 업체보다 비싼 돈을 받고, 그나마 해주신 건 우리가 찾지 못한 하자 몇 군데를 더 찾아주신 정도다. (부부, 가족 소규모 입주청소 업체가 다 그렇다는 건 절대 아니다. 오해 없으시길...)


그러니 어떤 선택과 결정을 했어도 만족과 불만족은공존하고 후회도 남았을 거라는 게, 내가 내린 결론!

만일 이 다음에 또 이사를 하게 된다면, 나는 차라리 그렇게 고민 할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생각이다. 세상 모든 일에100% 만족이란 건 없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사를 통해 또 한 번 깨달은 진리다.


아무튼 여차저차...

결혼 준비보다 더 많은 고민과 선택을 하고, 그 과정에 결혼 준비 때보다 더 빈번히 싸워가며, 우리는 무사히 이사를 마쳤다. 그리고 이제 새 집에서 약 400여일이 지났다.


이사만 하면 매일 집 앞 산책로를 걷겠노라, 이사만 하면 매일 넓은 주방에서 세 끼 건강한 밥을 차려 먹겠노라, 이사만 하면 이번엔 이웃들과 교류도 하며 새로운 신도시 생활을 즐기겠노라 말했던 나는...

세상 모든 일에 100% 만족이란 건 없다,만큼이나 진리 중에 진리. 사람은 잘 안 변한다.

여전히 나는 산책 대신 더 넓고 편해진 집안에서 뒹굴거리고, 결로와 냄새 걱정 때문에 저녁은 최대한 조리를 안해도 되는 음식들로 때우면서, 이웃과의 접촉은 오직 아파트 단톡방을 통해서만 하고 있다.


이것이 새롭게 시작한 나의 신도시 생활 D+393일.

영양소 정보라며 쓴 글치곤, 아무런 영양가도 없는 글이 돼 버리긴 했지만...


어쨌든 오늘도 나는 글을 썼다는 것에 만족하며, 그럼 이만...


(결론은 너무 고민하지 말고 결정하시라는 얘기. 그 어떤 선택과 결정도 상황에 맞춰 잘 흘러가기만 하면, 결코 나쁘지 않은 결과를 가져다 줄 겁니다. 그 믿음으로 이사가 노동이 아닌 이벤트가 되게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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