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유명한 평양냉면 전문점 4곳
바야흐로 냉면의 계절이 왔다. 햇빛이 쨍쨍해지고 산책을 하다 보면 등줄기로 땀이 흐르는 걸 느끼게 됐다. 옷소매가 짧아지고 시원한 것들을 찾게 될 때면 냉면이 생각난다. 살얼음 동동 떠 있는 물냉면부터 매콤한 비빔냉면, 쫄깃한 회무침이 잔뜩 올라간 회냉면까지 여러 종류의 냉면이 머리를 스친다.
그중에서도 근 10년 전부터 전국을 휩쓸어버린 평양냉면이 제일 당긴다. 슴슴한 국물에 더해지는 메밀의 고소함이 잠시 여름을 잊게 만든다. 특히 이로 쉽게 툭툭 끊을 수 있는 메밀면은 중독성이 상당하다. 어디는 오이를, 어디는 고춧가루를, 궤는 같으나 각양각색의 냉면이 즐비하다. 태양빛이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에 땀 뻘뻘 흘리며 대기를 하다 내 차례가 되어 맛보는 시원한 국물과 메밀면의 고소함은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이 시린 경험이다. 물론 평양냉면은 겨울에 먹어도 맛있다. 찬바람 부는 겨울에 소주 한 잔 마시고 냉면 육수로 입가심을 하는 것은 차가운 안주임에도 불구하고 추위를 잠시 잊게 만든다.
평양냉면의 격전지 서울, 서울에는 어떤 평양냉면 식당이 가볼 만한 곳일까. 서울 내 여러 곳의 평양냉면 전문점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 그중 지극히 주관적이며 취향에 맞는 4곳을 소개한다.
서울 마포에 위치한 평양냉면 전문점이다. 역사가 길며 그 인기 또한 대단하다. 부드러운 메밀면과 살얼음 낀 육수가 특징이며, 유명한 평양냉면 전문점 중에서 육수의 간이 센 편이다. 흔히들 말하기로는 입문자용 코스로 적합하다고 한다. 역시나 그 위엄에 걸맞게 한여름에는 오랜 시간 대기해야 하며 함께 곁들이면 좋을 만한 음식으로 녹두전이 있다. 서울, 경기 내에 본점을 포함해 7개 매장이 있다.
을밀대 본점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숭문길 24
영업시간 : 월-일 11:00 – 22:00
메뉴 : 물냉면 15,000원, 녹두전 12,000원 등
2017년부터 미쉐린 빕구르망에 선정된 자타공인 유명 평양냉면 전문점이다. 필동면옥 역시 극악의 웨이팅을 자랑하며 잘게 썰은 파와 고춧가루가 뿌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적당히 간이 되어 있어 이곳 역시 입문자들이 처음 방문하기에 무난한 곳이다. 함께 곁들일 음식으로 만두를 주문하거나 돼지고기로 만든 제육, 소고기로 만든 수육 중 하나를 골라 먹으면 배부르고 맛있게 즐길 수 있다.
필동면옥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서애로 26
영업시간 : 월-토 11:00 – 20:30 (브레이크 타임 16:00 – 17:00)
메뉴 : 냉면 14,000원, 비빔 14,000원, 접시만두 14,000원, 제육 30,000원, 수육 32,000원
강남 일대를 접수한 평양냉면 전문점이다. 최근 모 가수가 본인의 유튜브 콘텐츠에 소개를 한 이후로 안 그래도 많았던 손님이 더 많아졌다. 고명으로 오이와 무, 소고기 한 점, 돼지고기 한 점이 있으며 육수의 감칠맛이 보통이 아니다. 어복쟁반과 불고기, 편육, 제육, 만두 등을 팔고 있어서 삼삼오오 모여 술 한 잔 하기도 훌륭한 곳이다.
주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학동로 305-3
영업시간 월-일 11:00 – 21:30
메뉴 : 냉면 15,000원, 편육 32,000원, 제육 32,000원, 불고기 28,000원, 어복쟁반 大 90,000원
아마도 지금까지 소개한 식당 중 가장 사악한 웨이팅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지만 우래옥은 특히 평일, 주말 구분 없이 적어도 30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혹자는 ‘우래옥 오픈런’을 하기도 한다. 우래옥의 냉면은 얇고 길게 썬 무와 배가 고명으로 있으며 특이하게 씻은 김치가 함께 있다. 육수의 맛은 강한 편이다. 불고기를 함께 주문해 곁들여 먹으면 풍성한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창경궁로 62-29
영업시간 : 화-일 11:30 – 21:00 (월요일 휴무)
메뉴 : 전통평양냉면 16,000원, 불고기 37,000원
평양냉면은 맛있다. 누군가는 걸레 빤 물 아니냐며 질색하기도 하지만 은은하게 퍼지는 육향과 메밀의 고소함에 빠지면 사계절 내내 찾게 된다. 앞서 말했지만 추운 겨울날 평양냉면 한 그릇과 소주 한 병만 있으면 어쩐지 따뜻하게만 느껴진다. 소주를 털어 넘겨 속을 뜨끈하게 만들고 시원한 냉면 육수로 달래다 보면 시뻘게진 얼굴이 뜨겁다. 그 맛과 기분을 어떻게 잊을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평양냉면이 당긴다. 가격이 점점 오르는 탓에 전처럼 자주 먹을 수는 없으나 늘 마음속에 염두하고 있는 음식이다. 계속 생각나는 걸 보니 아마 이번 주말에 먹어야 할 것만 같다.
위에서 소개한 4곳의 평양냉면 전문점을 방문해 보자. 아직 시도해보지 않았다면 위의 4곳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열린 마음으로 경험해 보면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