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 In Paris, Leaving Paris
여름이 지나갔다. 파리에서 기차로 두 시간 떨어진, 덩케르크의 붐비던 해변이 텅 비어있다. 외지인들 모두가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가고, 바다도 썰물을 따라 더 멀리 물러갔다. 거리는 전보다 개와 고양이가 더 눈에 띈다. 힘들게 찾은 정육점과 치즈 가게는 예정보다 일찍 문을 닫고, 약속보다 늦게 문을 연다. 구글 지도에 표시된 운영시간은 주인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한 듯하다. 대도시 사람들에게 여름 일탈은, 그곳이 산이든 바다든, 보다 느린 생활 속에서 더 높은 삶의 질을 찾아 떠나는 시간일 것이다. 반면 북해를 따라 자리한 소도시와 마을들은, 여름동안 파리 같은 대도시가 가져온 역동적인 리듬을 목격한다. 주민들은 평소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는 것들에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도시인을 경계하면서도, 불합리한 손님을 상대하는 점원처럼 냉정함을 유지한다. 그렇게 덩케르크의 여름 열기가 식어가면, 공업도시이자 항구도시로서의 본모습이 서서히 드러난다. 파리가 친환경 녹색도시로 변모하는 동안 덩케르크 해안가에 위치한 석유화학공장과 원자력발전소는 쉼 없이 수증기를 뿜어대며 부족한 햇살을 가로막고 있다.
덩케르크가 인상 깊은 이유는 단순히 도시를 따라 길게 늘어선 바다의 광활함 때문만은 아니다. 기차역을 나와 버스에 올라타고서야 이 도시가 프랑스 최초로 대중교통을 전면 무료화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순간적으로 5유로까지 올랐던 파리의 버스 요금이 떠올랐다. 시내 중심에서 얼마 벗어나지 않았는데도 널찍한 주택 단지가 자리 잡은 풍경을 보며, 아침저녁으로 질서와 무질서가 교차하는 파리 외곽순환로와 그 옆에 위치한 9층 높이 아파트에서 보낸 일상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시골에서는 부족한 것 없이 산다'는 선조들의 말을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른 저녁부터 심야 버스 운행을 시작하는 이곳은 여전히 자가용 없이 일상생활이 힘들고, 의료 서비스 같은 공공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턱 없이 부족하며, 문화생활은 연례행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도시 개발 전문가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는 '어둠의 시대란 곧 문화의 죽음‘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도시의 성장이 다른 도시의 쇠퇴와 밀접하게 연결된다고 보았다. 결국, 덩케르크는 파리의 일부이고, 파리 또한 덩케르크의 일부인 셈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의 삶을 농촌에 기반하여 구축된다고 가정한다. 도시는 농촌에 의존하고 있으며, 목가적 풍경은 과거를 향한 노스탤지어가 아닌 지향해야 할 미래라고 말이다. 사람들은 도시생활을 멈추고, 귀농이나 전원생활을 시작하고 싶어 하는 충동에 자주 휩싸인다. 그러나 제인은 오늘날 농촌 경제가 오히려 도시 경제와 활동에 크게 의존한다고 역설했다. 덩케르크와 인근 소도시의 경제를 지탱하는 공장들은 대부분 외부에서 유입되었고, 농촌 노동의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과 장비도 도시에서 개발되었다. 결국, 시골로 이주한다고 해서 도시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도시는 서로 연결된 통로일 뿐이다. 어쩌면 도시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그 도시를 떠나보는 경험은 필수적이다. 떠나봐야 떠나온 곳도 떠나간 곳도 더 잘 알 수 있는 법이니까. 복잡하고 차갑게 느껴졌던 파리를 뒤돌아보니, 그 속에는 만남과 활기가 있다. 무엇보다도, 활기를 잃어가는 곳으로 흘려보내야 할 풍부한 문화가 가득하다.
*파리의 한인 주간지 '파리광장'에 연재 중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