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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Nov 01. 2022

오늘의 안녕과 감사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난주 민감한 보고 하나가 끝났고, 밀린 잠이 쏟아졌다.

그간의 피로와 긴장에 염증이 도지며 몸에도 반응이 왔다. 점멸 신호처럼 나의 전원도 그렇게 나가버렸다.

하지만 나의 번아웃은 단순히 피곤 때문이 아니었다. 결정타는 그날의 피드백이었다.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들.

말끔히 완결되지 않은, 앞으로도 완결되지 않을 미결의 숙제인 동시에 그간의 고민보다 더 큰 앞으로의 절망을 보았다.


풀리지 않은 고민을 안고 그렇게 주말을 시작했다. 어느새 토요일 밤, 우연히 확인한 긴급재난문자 알림 하나. ‘이태원 긴급사고로 교통통제 중’이 눈에 들어왔다. 시시각각 뜨는 알람에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날이 더 많았던 터였다. 복잡한 주말 도로의 교통사고겠지 생각하며 잠에 들었고, 연이은 카톡 소리에 눈을 뜬 아침. 믿기 힘든 현실을 마주했다. 숨이 막히는 숫자의 참사였다.


이른 아침부터 울려대던 여러 카톡 방에서는 관련 기사와 서로에게 묻는 안부가 빼곡했다.

서로를 걱정하고 참사를 슬퍼하며 일요일이 시작되었다.

기쁨도 절망도 상대적이듯 요 며칠 나를 두르고 있던 번아웃은 스스로 작아져버렸다.

그것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였고, 감당해야 하는 크기이기도 했다.  

그저 지금 이렇게 괜찮다고, 잘 있다고 안부를 나누는 안전한 인사와 우리의 관계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반면, 세상을 떠난 누군가의 형제이자 자녀이자 가족인 이들을 위해 기도했다.

살아가면서 누리는 행복이란 것이 이렇듯 함께 할 수 있다는 일상이고, 그 일상이 불현듯 무너진 아픔은 사실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다. 더욱이 가족을 잃은 슬픔을 감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었다.


봉화 광산에는 생사를 다투는 고립자가 남아있고, 인도에서도 다리 붕괴로 많은 인명 피해가 일어났다. 곳곳 진행 중인 또 다른 고통에도 어지러움을 느낀다.

더불어 우리의 안녕한 매일은 어쩌면 운 좋게도 불안을 피한 감사의 연속일 뿐인지도 모른다 생각한다.   

그저 말을 아끼며 마음으로 위로하고 응원하는 한 주를 보낸다.


◎ 오늘의 BGM 

Jenkins: Palladio (출처: Karl Jenkins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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