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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Jun 02. 2022

일(業)과 나의 서사

일을 사랑하는 이유

일과 노동의 어원은 신성하기보다 벌이나 고행에 가깝다.

과거 지위를 가진 자의 지시와 통제에 의해 노동이 이뤄지던 계급사회의 영향 때문이다. 물론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몸을 쓰는 일차적인 유형부터 수동적이던 일들에서 발전해 이제 우리의 일은 보다 복합적이고, 그 목적과 주체성을 분명하게 담고 있다. 일하는 마음의 중요한 재료다.  

스스로 타올라 행동으로 옮기는 '자연성' 인간이 되는 것과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 잘해야 하는 것의 공통분모를 찾아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것.

내가 사랑하는 일은 무엇일까, 언제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일은 곧 삶이기도 하고, 삶이 곧 일이기도 하다.

중요한 사실은 '나의 서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란 점이다.


Work as Life의 마음

같은 맥락에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보단 삶으로서의 일(Work as Life)이라 표현한다. 일과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열린 형태가 좋다.

사실 균형은 어느 하나 치우침이 없는 공평한 상태다. 일과 삶에 균형의 잣대를 대는 순간 두 개를 분리해 전제하게 된다.

시작부터 둘을 서로 흡수하기 힘든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막상 일을 하면서 내 입맛대로 둘 모두를 충족하기란 쉽지 않다.

역으로 워라밸을 의식하는 순간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일이 나의 삶을 침해한 듯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행복을 추구하려다 행복에 발이 걸리는 격이다.

일을 삶의 한 축으로 받아들이려면 일에 대한 의미와 동기부여가 중요하다.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면, 내가 나를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잘 살고 싶은 마음 안에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일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삶이 함께 성장한다는 느낌이 중요하다.


경험의 너비(Generalist)와 깊이(Specialist) 사이  

왜 일을 하는가? 어떠한 일을 하고 싶은가?

일을 하면서도 종종 하게 되는 고민이다.

꿈과는 먼 일에 대한 갈증 때문일 수도 있고, 제대로 닿지 못한 마음 때문일 수도 있다.

여기에 너비와 깊이 사이에서 고민하는 나의 경력도 그중 하나다.


내 경우, TF를 기점으로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에서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로 전향한 사례다.

나의 전문성으로 스카우트를 제의받았지만, 경험의 연결고리를 동력으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며 제너럴리스트가 되었다.

자연히 경험의 너비는 성장했다. 반면 깊이 면에서는 불충분한 선택지가 남았다. 때론 한 우물을 완전히 파지 못하고 여기저기 땅만 헤집는 기분이 들었다.


긴 고민 끝에 내가 기대하는 일의 미래는 다분화라는 변화다.

규정된 업(業)이 없듯 경험들의 연결 자체로 시너지를 발한다거나, 전혀 새로운 하나의 업을 만드는 것.

내가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서사다.   

결론적으로 경력 관리에 앞서 주어진 미션들에 멀티커리어이즘(multi-careerism)을 즐기고 있다.


나만의 탁월성과 하나의 서사

그렇기에 책 <일하는 마음>에서 전문성을 뛰어넘는 탁월성을 말할 때 매우 공감했다.

한 가지 이름의 직업과 결부되는 '전통적인 의미의 전문성을 어떻게 갖추느냐'보다 '자신만의 탁월성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거였다.


탁월성은 일을 바라보는 접근법,
다양한 분야로 확대할 수 있는
중심 기술과 연결된다.
중심 기술은 하나의 서사이자 이름 붙이기로
정보를 구조화하는 것

크고 작은 다양한 시도를 거듭해 '우연히' 다음 단계를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에 자신을 열어두는 것,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찾아가는 것. 전통적인 이름으로 담을 수 없는 파편적 경험들을 관통하는 '이름'을 붙이고 말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달리 말해 자발적인 동기 부여를 통해 스스로 쌓아가는 역량이다.  

내가 아니면 아니면 찾을 수도 만들어갈 수도 없는 나의 과정이자 결과이다.


스스로 탁월성을 향해 움직일 때 자기 목표를 향해 자기 기준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고, 그렇게 일하는 사람은 외부의 훈장이 주어지기 전에 스스로 자기 일의 보상을 누린다.
'전문성'이라는 디딤돌이 정적인 것, 자격증이나 회사 타이틀, 직책의 이름을 획득하기 위해 한참 머물러야 얻어지는 것이라면, '탁월성'은 끊임없이 이것과 저것을 조합하고, 그 모든 경험을 관통하면서 만들어내는 자신만의 역량이자 고유한 스토리일 것이다.


일을 사랑하는 이유

남은 삶의 방식에 있어 정답보다는 나의 일에 대한 '탁월성'을 떠올린다.

일의 장르에 얽매이기보단 나의 강점인 스토리텔링을 통해 접근 풀어가듯 내가 좋아하고, 잘할  있는 나의 서사를 도구화한다.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에 또 집중한다. 그 접함점을 오늘의 나의 일에 연결한다.

서사는 하루아침에 써지는 것이 아니기에 어제오늘의 한 줄이 모여 내가 되리라 믿는다.

모두 나의 서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것이 내가 일을 하고, 고민마저 사랑하려는 이유다. 동시에 힘을 주고 싶은 이들에게 전하고픈 마음이다.


힘을내요 미스터김 by 롤러코스터 (출처: 롤러코스터-주제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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