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Here We Go
종류를 불문하고, 이 세상의 모든 꾸준함을 존경한다.
대학 때부터 제2 외국어를 공부해 지금은 5개 국어가 능수능란한 친구, 2년 차 아침저녁 스트레칭으로 선이 고운 친구, 퇴근 후 1일 달리기를 1년째 실천 중인 친구, 밀가루를 끊은 지 세 달째로 긍정의 변화를 몸소 체감 중인 친구. 친구가 아니어도 퇴근길 매일 같은 시간 원효대교를 속보로 건너는 이름 모를 여성과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뵙게 되는 아침 산책 할아버지까지 그 대상은 친분을 초월하고도 남는다.
물론 루틴이 되어도 지속적으로 노력은 따라야 한다. 그 노력을 알기에 내 주변에 놓인 꾸준의 사례들을 응원한다.
기본적으로 모든 루틴은 최소 30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의 몸이 생각을 넘어서는 시간이다.
30일을 견디고 나면, 하루 세 끼 밥을 먹듯 우리의 몸이 알아서 습관을 입력해 저장한다.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알아차리고 실천하는 경지다.
내가 따르던 CEO와 차를 마실 때였다.
평소의 루틴이 궁금했는데, 매일 밤 팔굽혀펴기를 100회씩 하신 지 2년이 다 되어가신다는 거였다.
하루도 빼먹으신 적이 없다고 하셨다.
학창 시절 방학이 되면, 아침부터 한 자리에서 책을 읽다 밤이 되었다는 일화로도 사내에서 유명하신 분이었다. 그러면서 하신 말씀이 무엇이든 30일만 버티면 몸이 저절로 숙지한다고 하셨다.
따지고 보면 거북이가 토끼를 이긴 것도 실력에 해당하는 속도가 아니라 꾸준함이었다. 자신을 믿었다기보다 정말 아무 생각도 없었을지 모르지만 꾸준한 걸음이 만든 승리였다.
요즘 나는 코어의 힘을 기를 요량으로 매일 밤 플랭크 30초와 팔굽혀펴기 10회를 하고 잔다.
죽을힘을 다하면 1분까진 가능하지만 굳이 플랭크에 사력을 쏟진 않겠단 알량한 이유로 30초만 버텨오고 있다. 코어에 힘을 주고 있다 보면 뱃속까지 아픈 느낌도 온다. 엄살 같지만 자세가 잘 안 잡히는 날에는 허리도 끊어질 듯 아프다. 최근에는 나름의 응용으로 한 다리씩 뻗어 올리고 30초를 버티고 있다. 그러고 나면 발라아사나(요가의 아가 자세)로 휴식을 취한다. 부끄럽지만 전쟁을 치른 듯 잠시간의 고요가 무척 달다.
문제는 20일째 또는 채 열흘도 못 넘기고 국수 가락 끊기듯 밤의 습관이 끊긴다는 거다. 닿을 듯 말 듯한 거리를 남겨두고 지속의 실패를 반복한다. 사정도 고비도 가지가지다.
어떤 날은 컨디션이 안 좋아서 또는 팔을 삐끗해서, 또 하루는 해야지 해야지 하다 잠들어버려서, 또 다른 하루는 어이없게도 아예 까맣게 잊어버려서.
방해물도 딱히 없는데, 내 의지와 기억력의 문제로 여태껏 루틴이 되지 못한 지 1년이 되어간다.
사실 플랭크를 하며 코어의 힘보다도 매일을 지키는 지속이 내게 더 의미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머리가 아닌 몸이 기억하는 플랭크와 팔굽혀펴기가 되길 바라며, 눈을 굴려 뭉치듯 어제보다 단단해진 내일의 코어를 또다시 꿈꾼다.
◎ 오늘의 추천곡 - Here We Go ~! 를 외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