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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Sep 28. 2022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를 주네

[문장 우리기] #12. 예이츠 시선

사랑은 이념보다 강하다.

이념은 심어지는 데 반해 사랑은 스스로 심는 자율이니까.

예이츠가 오래도록 서정을 노래하고 아파한 배경에도 사랑이 있다.

그를 단념하지 못하게 한 모드 곤의 매력은 마치 주술에 가깝다.

집착이라 하기에는 무력하고, 인연이라 하기에는 일방적인 사이.

끝내 그들은 이뤄지지 않았고, 예이츠의 영혼만 덩그러니 시에 남았다.

그의 시에서 전개되는 열정, 아름다움 같은 사랑 혹은 정치적 성격 모두 그녀에게서 비롯되거나 그녀를 향해있다.

도끼로 열 번 찍는 구애에도 결국 성사되지 않은 진실은 독립투사였던 모드 곤에게 예이츠는 남자가 아니었거나 모드 곤의 관심은 사랑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운명의 장난처럼 결혼을 하지만 열혈 독립운동가이자 군인인 남편은 난폭한 알코올 중독으로 그녀를 괴롭힌다. 결국 모드 곤의 결혼이 실패로 그치자 예이츠의 미련은 불어나 그녀 곁을 맴돈다.

그럼에도 그녀는 끝내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역사처럼 남겨진 시들을 보며, 그를 채운 건 결핍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의 사랑이 풍요로웠다면 고독하고 아름다운 시는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예이츠는 김소월의 ‘진달래’에 영향을 준 시인으로도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번역된 그의 시들이 우리의 서정시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유약하지만 깨지지 않고, 예민해 보이나 계산이 없다. 그렇기에 그의 사랑은 흔들리지 않았다


<예이츠 시선> 중 나를 머물게 한 구절들을 남겨본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를 주네


특히 내가 사랑하는 구절.

이 세계에서는 시가 어떤 보석보다 황홀한 것이다.

마음을 노래하는 펜과 같다.




사랑이라는 말에 우리는 말을 잃었지요 P37


술은 입술에서 오고
사랑은 눈에서 오네
그게 우리가 늙어 죽기 전
진실로 알아야 할 전부.
나 입술로 술잔을 들어
당신을 버네, 그리고 한숨을 쉬네

P41


이제 진리 속으로 시들어가는 듯   P42


나는 새벽처럼 무심하고 제멋대로이고 싶다 P55


마음은 선물로 받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아름답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다   P67


젊어 우리는 서로 사랑했는데 모르고 있었네 P97
예이츠의 뮤즈, 모드 곤

#오늘의 추천 BGM

아리랑 그녀의 노래 by 최민지 (출처: MuzistOfficial Youtube)


*메인 이미지 출처: 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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