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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만월 May 24. 2024

아이와의 대화

시말서와 "혼난 돼지" (2024.4.25.)

내가 맡았던 프로그램 중에 사고가 있었다.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사고가 잘 마무리되면서 안도감이 커서였을까.

바로 보고할 생각을 못 했다.


"시말서 제출하세요."

"네."


종일 시말서와 사건 경위 보고서를 느라

원래 하려 했 일들은 못한 채 정신없었다.

계획에 없던 업무가 갑자기 생기는 통에 더욱 정신없었다.

멘탈이 탈탈 털렸다.

기운이 빠져 멍한 상태로 퇴근했다.

회사를 나온 지 얼마 안 돼 아이에게 전화를 했다.


"OO야, 엄마 회사에서 혼났어."

"왜 혼났어?"

"보고를 안 해서."

"보고가 뭐야?"

"음, 너 방과후학교 활동하잖아.

 그런 시간에 누가 다쳤는데,  

 팀장님한테 보고를 안 했어."

"팀장님이 뭐야?"

"음, 반장 같은 사람."

"엄마 속상해."


"계속 혼나, 혼난 돼지."

아이는 재밌다는 듯 놀리며 웃는다.


'그래 혼나면 되지' 싶었다.


"OO야, 금방 서울역 가서 기차 탈 거야. 그럼, 이따 봐."

"혼난 돼지."

아이는 엄마를 놀리며 바로 전화를 끊는다.


퇴근길 무거웠던 발걸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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